가. 지리로 세상을 읽다
조선을 창업한 이성계는 수도를 개성에서 한양으로 옮겼다. 개성은 이미 그 기운이 다 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우리는 예전부터 지리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풍수지리가 매우 발달했으며, 지금도 무덤을 쓸 때 지관을 불러 명당자리를 찾는다.
일전에는 김대중 대통령도 대통령에 오르기 전에 명당자리를 찾아 조상의 묘를 옮기기도 했었다. 지세가 모든 것을 품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산맥과 강을 경계로 이쪽과 저쪽으로 국가나 도시가 세워지고 그곳 각각에 사는 사람들의 말투가 다르고 생활방식이 달라지기도 한다.
강의 생김새에 따라 쓸모가 있는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 유럽 대부분의 강은 너른 평원을 유유히 흐른다. 그 바람에 그런 강들은 교역을 활발하게 한다. 유럽이 다른 대륙보다 일찍 부를 쌓은 것은 바로 그러한 지리적 이점이 힘입은 바 크다.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겠지만 팀 마샬의 『지리의 힘』은 전적으로 지리라는 프리즘을 통해 세계를 들여다본다. 그러므로 글을 시작하는 첫 마디는 “우리 삶의 모든 것은 지리에서 시작되었다.”라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전 세계를 거시적 관점에서 두루 아우르다보니 미세한 부분이 간략히 다루어진 측면이 있지만 그래도 지구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색다른 매력과 함께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을 간추리면, 우리의 삶은 언제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땅에 의해 형성되어 왔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각 지역의 지리적 여건을 어떻게 사람들이 이용하며 발전해왔는가를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강과 산, 사막, 호수 그리고 바다는 늘 우리 삶을 제약했으며, 전쟁, 권력, 정치는 물론이고 오늘날 거의 모든 지역에 사는 인간이 거둔 사회적 발전은 이러한 지리적 특성에 기대어 이뤄졌다. 우리는 그런 지리적 여건 속에서 살아가고, 일하고, 자녀를 길러내고 있는 것이다.
지정학은 전시나 평시를 막론하고 모든 국가에 영향을 미친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사례를 대륙이나 특정 지역들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중국, 미국, 서유럽, 러시아, 한국,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북극 등이 책이 주로 다루고 있는 대륙이나 지역들이다.
나. 세계의 여러 지역의 지정학적 문제들
중국과 관련해서는 국제적인 해군력 없이는 패권국이 되기 어려운 현실을 논하고 있다. 드넓은 땅을 평정하느라 혼돈의 4천 년을 써버린 중국은 이제는 막강한 대양 해군력을 구축해 해양 강국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중이다.
러시아는 북극해까지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는 진정한 강대국이 되기 어려운데 이는 러시아의 지리적 제약 조건 때문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러시아는 한마디로 지리에게 복수의 일격을 당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유럽의 이주민들이 만든 나라이지만 천혜의 조건을 두루 갖춘 드문 국가다. 현재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국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독립을 한 후 불과 200년이 조금 지난 시간 동안 이루어낸 것이다.
이 책은 미국이 주요 지역들에서 자국의 영토를 확장했던 기민한 결정들과 어떻게 그 나라가 오늘날 두 대양을 아우르는 초강대국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는지를 지리적 측면에서 조명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 최강국이 된 미국은 끝없는 영토 확장 덕분이라는 것이다.
한편, 인류가 최초로 탄생한 아프리카는 지리가 최대의 장애물이며 따라서 고립의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지리로 인한 ‘복’은 형편없는 곳이다. 산은 험준하고 강은 경사가 급해 유럽을 이리저리 흐르는 강들과 달리 쓸모가 별로 없다.
이런 조건은 실제로 무언가를 운반하는 교역로로 이용하는 데는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반면 유렵의 경우는 라인 강, 다뉴브 강 등이 평지에서 서로 연결되면서 천연 국경 역할을 했고 쉽게 배를 띄울 수 있는 조건은 이 지역 교육 시스템의 발전을 부추겼다.
중동 지역은 지형학적 특성을 무시하고 유럽 식민주의자들이 인위적으로 그은 국경선들과 그와 같은 조건에서 지리적 문화와 종교문제로 서로 충돌하며 현재까지도 언제든 발화할 수 있는 화약고 같은 입장에 처해 있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는 저마다 문제를 안고 있다. 일본은 천연자원이 부족한 섬나라이며, 분단된 한국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한때 한국은 그 지리적 위치 때문에 강대국들의 경유지 역할을 해왔다. 과거 여러 왜란과 호란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저자는 한국을 이야기하는 장에서 느닷없이 우리나라의 건국 신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는 한국인으로서 매우 기분 좋은 일이다. 이 책이 출판되는 모든 나라에서 이 책을 읽는 사람이 우리의 건국 신화를 접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 아쉽게도 우리의 신화를 소개하는 과정이 북한의 정치체제를 설명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말하자면 단군의 등장은 그 연장선상에서 오늘날 김정은의 등장으로 연결 지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한반도의 전쟁 상황을 언급을 하고 있다. 만약 전쟁이 발생한다면 미군과 중국군이 참여할 것이고, 러시아와 일본은 초조하게 상황을 지켜볼 것이다. 한반도에서 대규모 전쟁이 터지는 것을 반길 자는 아무도 없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지구의 지리 문제를 그 범위를 넓혀 우주까지 확장한다. 미래에는 지구뿐만 아니라 더 넓은 우주에서도 지리적 문제가 심각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망은 북극해에서 벌어지는 주변국들의 눈치 싸움이 먼저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다. 세계와 다른 행보를 보이는 우리나라
저자가 우주로 지리 문제를 넓혀보는 것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는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과거에 얽매여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분쟁이 일어나는 지역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머리 위에는 정신이 온전하지 못해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것 같은 위인이 주민을 볼모로 잡고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들이 핵을 개발했다고 해서 실제 활용을 할 수 있는 여건도 되지 못한다. 아마도 그 경우 그 역시 목숨을 내놓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과시용일 텐데도 주민들을 통제하기에는 더 없는 좋은 구실이자 무기이기 때문에 개발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한반도가 지리적으로 가장 취약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지만 우리는 내부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사사건건 서로를 향해 으르렁대며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내 잘못은 별 것 아니지만 남의 잘못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희한한 사회가 되어 버렸다.
우리는 아직도 극일에 대한 일치된 정의도 없는 형편이다. 한쪽에서는 사과를 외치고 한쪽에서는 협력을 논의한다. 우리에겐 논리라는 것이 없는 듯하다. 마치 아프리카 르완다의 부족 간 대결처럼 끝도 없이 남의 실수 찾아 공격하기로 일관한다.
중국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고 러시아에 대해서는 눈치 보기로 일관한다. 그런데도 특정 집단을 중심으로 미국에 대한 반감을 상당하다. 일본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그들을 눌러 이기려고 안달이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유사시에 현재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 우리는 미국과 일본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어찌 된 일인지 한반도에 감도는 불안한 기운은 애써 외면한다.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 단정한다. 그러나 이 책은 세계 여러 곳의 분쟁 지역을 통해 절대 그렇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