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도심에서 1번 국도를 따라 전주를 향할 때 말고개를 넘어가게 됩니다. '말고개'는 크다는 뜻을 담고 있는데, 일제강점기 신작로의 개념으로 확장된 도로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이곳 원주민들은 말고개라는 발음대신에 '몰고개'라고 불렀습니다. 아마도 '모래고개' 즉 '사현'의 의미가 담겨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몰고개 정상엔 말고개라는 돌 표지석이 세워져 있어 이제 젊은 사람들은 모두 말고개로 기억을 할 것입니다.
역사적으로는 지금의 말고개보다 먼저 사용되었던 고개는 이른바 작은말고개로 추정합니다. 아마도 남도 사람들이 장성새재(장성-신정동)를 넘고 서낭당고개(교암동-초산동: 전북과학대옆)를 넘어정읍현에 도착하고 이윽고 전주를 향할 때 이곳 작은 말고개를 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작은말고개는 현재의 말고개보다 동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정읍사 공원에 세워진 백제여인이 이곳 작은말고개를 응시하는 것도 이러한 고증의 결과라고 여겨집니다.
작은 말고개는 그동안 개발의 손길이 닿지않아서 오솔길 형태의 옛스러움을 고스란히 간직해왔던 고개입니다. 하지만 최근 상동을 중심으로하는 부도심 인구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아침 저녁 러시아워 시간에 동초등학교 4거리에서 병목현상이 심각한지라 이 문제를 해결하기위하여 작은 말고개를 확장하여 자동차가 다닐 수 있도록 공사를 진행하였고 드디어 개통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작은말고개가 확장되었으니 이제 작은말고개라는 말이 어색할 것 같고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어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크다 작다라는 개념보다는 먼저 있었던 고개와 나중에 생겨난 고개라는 개념을 넣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도로 확장공사 전, 고개 정상에 있던 노거수를 제거할 것이냐 아니면 역사성과 문화성을 살려 보존할 것이냐를 놓고 논란이 되었던 바 개인적으로는 노거수를 살리는 방향으로 공사계획을 세워줄 것을 건의하기도 하였습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견을 제시하였던 것이지요. 물론 기능적으로만 생각하면 도로교통에 걸림돌이 되고 공사비의 증가가 부담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은 합니다.
상동에서 용호동까지 이어지며 작은 말고개를 넘어서 1번국도로 연결되는 새로운 도로는 그리 길지 않은 길이지만 구조상 곡선길이 많아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여기에 따르는 안전대책도 세워야 할 것 같기는 합니다. 아무튼 작은말고개의 옛스러움을 지켜내기 위하여 정상부근 노거수를 살려낸 점, 그리고 고개 정상부에 생태로를 만들기 위하여 인공터널을 조성한 점도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부분은 동물들이 통과하기에는 생태로의 폭이 좁고 주변부와 연결되는 곳의 경사도가 심해 과연 이곳을 동물들이 이용할 수 있을런지 걱정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이곳만큼은 옛고개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개발을 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랬지만 결국 이곳도 개발의 손길을 피하지 못하였습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하여 작은 말고개는 기꺼이 자기몸을 내어주고 자동차의 질주를 허락한 형국이라 하겠습니다.
작은말고개의 원형은 사라졌지만 노거수가 남아있어 그 옛날 나그네들이 넘나들었던 그 시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노거수가 위치한 높이만큼 고개정상이 높았지만 자동차의 안전을 위하여 경사를 상당부분 낮춘 모습이다.
고개 북쪽에서 바라본 인공터널과 그 위로 조성된 생태로. 도로포장을 앞두고 있다.
노거수로 인하여 도로가 나누어진다.
인공터널 내부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멀리 장성새재가 보인다.
첫댓글 원래의 말고개니까 '원 말고개'라 해야 되리라 생각합니다.
'원 말고개'가 정답이라고 생각하는데 처음엔 부르기가 어색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