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문중이 그런 풍문을 듣지 못했을 리 없었다. 이미 상처를 한 광흡과 또한 상부하고 돌아온 김씨는 언필칭 재혼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재혼을 하자마자 공교롭게도 신가(申家)가 고창현으로 급하게 이주하게 되었고 그런 사정으로 하여 신행도 못하고 낙향하는 남편을 따라온 김씨였다. 그래서 그 아내를 위로하기 위한 일이기도 했겠지만 퇴락한 양반의 살림살이 모양새가 얼마나 모질었는지를 익히 알고 있는 그로서는 진즉에 처가를 위해 손을 쓰고 싶었거니와 그것이 아무리 뜻스러운 일이라 해도 너무 서두르다가 사람이 경박하다는 평판에 이르고 보면 자신에게는 흠이 될 일이요 처가는 딸을 팔아먹은 몰염치한 양반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일이라서 마음속에 담아두고 미뤄왔던 일을 지금에야 슬며시 꺼내놓는 것이었다.
/맘에 없는 말을 해서 저를 속이고 가군을 기망하진 못하겠습니다./
/고맙소. 그럼 그렇게 처리하리다./
광흡 부부가 초산 월조봉에 백일득남기도를 해오던 것이 모레면 끝나는 날이었다. 백일기도라 하는 것이 사람마다 그 행하는 바가 달랐다. 가계가 넉넉한 집의 아낙은 절에 시주를 듬뿍하고 절에 거처를 정해 치성을 드린다. 그런 집안은 따로 하인을 부리고 있어 아낙의 손길이 닿지 않아도 살림살이가 원만한 세도가이기 십상이다. 허나 그렇지 못한 집안의 아낙은 기도발심 첫날 절을 찾아 시주를 하고 절의 주지에게 기도하는 날 수를 정하고 돌아와 백일 동안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르지 않고 꼬박 꼬박 절을 찾아가 치성을 드리는 일이었고 끝나는 날에는 부처님에게 살림에 알맞은 공양을 드리고 배향(拜香)하는 것으로 마감한다.
또 그도 저도 사정이 안 되는 사람은 집안의 정소(淨所 )에 기도처를 마련하고 삼신에게 정갈스럽게 드리는 기도로 대신하기도 했다. 자식을 얻고 싶은 마음은 부부가 매일반이었다. 물론 고향에는 광흡 위로 두형과 아우가 한사람 더 있어 네 형제였다. 결코 단출하다고 할 수는 없는 가계였지만 고창으로 낙향하고 보니 훌훌 단신이나 진배없었다. 아울러 나이가 마흔을 바라보는 광흡에게나 여자 몸으로 스물네 살을 넘기는 김씨에게나 자식은 화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초봄부터 시작한 백일 기도였고 궂은날 갠 날을 안 가리고 날마다 월조봉을 찾아가 치성을 드린 것인데 그것이 모레면 끝나는 날이다.
예로부터 도화는 염(艶)이 너무 강해 살(煞)이 붙어 다닌다 했다. 그래서 그것을 도화살(挑禍煞)이라고 했다. 도화살을 가진 여인은 터무니없이 사내를 밝혀 남편을 말라죽게 하거나 여자 쪽의 색정 때문에 패가망신에 이르게 한다는 속설이다.
그런 까닭으로 여인의 안색이 맑으면 지혜로운 기상이라 했으나 맑은 기운 안쪽에 은은한 복숭아 색이 숨어 있거나 엷은 홍색을 띠고 있으면 그것은 도화살 즉 상부살이라 하여 아내나 며느리로 맞아들이기를 꺼려했다. 그런데 김씨는 지금 금기시하고 있는 그 도화를 직접 여인의 음처에 밀어 넣은 것이다. 수태를 기다리며 초조해 하는 아내를 본 남편 광흡이 권한 비법이긴 하나 정숙한 여염집 여인으로서는 어찌 보면 수치스럽다할 일이었고 아무리 남편의 권유라지만 그리 선뜻 응해서 좋을 일인지 의구하며 주춤거렸다.
/염려 말구려. 살(煞)이라 하는 것이 상(想)을 뛰어넘지는 못하는 것이오. 더군다나 미곡의 온건한 기운으로 다스려 도화살의 잡탈을 없앴으니 자식을 보려던 자들이 은밀하게 그리해오던 일이오./
아내의 기색을 놓치지 않은 광흡이 아내의 망설임을 덜어주기 위해 한마디 얹었던 것이다
겨울밤이다. 온갖 생령들의 몸바심이 어찔한 밤이다. 약방 일을 마무리 하고 안채로 들어오는 남편이었으나 방안의 김씨는 미동이 없다. 보통 때 같으면 일어나 맞을 일이었지만 천강(天降)의 기운이 태궁에 이르러 수태를 준비하는 여체는 이미 신성(神性)인 것이다. 그것을 익히 알고 있는 광흡은 아내를 부축하여 조심스럽게 눕혔다. 그리고 손을 흔들어 등잔을 껐다. 신령스러운 행사에서는 불을 끌 때 절대 입김으로 끄지 못한다. 몸 안에 깃들어있는 오욕칠정의 기운이 입김을 통해 장차 행하려는 행사에 사기(邪氣)로 작용할까 하여 삼간다는 뜻으로 그리해왔다.
자리에 들자마자 광흡이 아내의 몸을 더듬어 서서히 옷을 벗겨나갔다. 먼저 여체를 뒤에서 살포시 안고 버선뒤꿈치를 잡고 밀어내듯 벗긴다. 이는 땅의 의사를 묻는 절차다. 그리고 쪽찐 머리에서 비녀를 빼낸다. 이는 여인이 억압되어 온 굴레에서 해방시키는 절차로서 여체가 자유의지로 합궁을 받아들이도록 배려한다는 예절이다.
그리고는 귓불을 더듬어 애무하기 시작한다. 이는 미추개념(美醜槪念)의 간극(間隙)에서 여체의 의지를 길어 올리는 일이다. 다음은 저고리를 벗긴다. 여체가 본능적으로 감추고 있는 두려움을 걷어내는 절차다. 치마를 벗긴다. 이는 여심을 일상으로부터 격리시켜 목적만을 위해 몸을 쓰게 하는 절차다. 그리고 남녀라는 인두껍을 감싸고 있던 마지막 속옷을 벗기는 광흡의 손은 그러나 서두르는 법이 없이 잔잔하여 오히려 부동심이다. 부동심은 정돈된 마음의 증험이다.
광흡의 정돈된 손길이 김씨를 모로 눕히고 서서히 애무를 시작했다. 그러자 모로 누운 김씨의 몸에서 하나 둘 뜨거운 돌기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 돋아난 돌기들이 광흡의 손길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은 고요로부터 출발하여 어느 융점을 찾아가는 여체의 노동인데 여기서의 어느 융점이라 함은 자궁 안에 내재된 생명의 핵을 싹틔우려는 여인의 마음이기도 했을 것이었다. 광흡이 김씨의 저 아득한 동목피동(冬木被動)으로부터 발화를 시도하는 생령의 약동을 감지하고 김씨의 마지막 속옷을 벗겨 발치 아래로 밀어놓더니 손가락을 김씨의 질속으로 스스럼없이 밀어 넣는다. 그곳에는 이미 열탕이 일고 있었다. 도화의 살(煞)이 질(膣)의 간절한 흠(欽)에 감복하여 스스로의 변용(變用)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 살(煞)은 여자의 운명에 기생하여 그 운명을 갉아먹으며 재앙을 불러오는 사악한 기운이다.
그 사악한 기운을 곡식의 온화한 기운으로 다스려 여인의 질속에 넣어 흠숭(欽崇)으로 사(邪)를 씻어내고 흠앙(欽仰)으로 재(災)를 닦아내면 결국 힘차게 약동하는 기(氣)만 남게 된다. 이 기가 여인의 목적과 만나면 질은 무거우리만큼 침정한 가운데서도 이미 뜨겁고 부드러워진 분화를 통해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여체는 사대육신 육천만개의 문을 열고 이를 수용해 더는 어째볼 수 없이 고르게 펴서 수태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치는 것이다. 그렇게 준비를 마친 여인이 지금 끓어 넘치려는 기를 지그시 누르며 기다리고 있었다.
광흡은 여인의 비추(음부의 옛말) 속에 박혀있던 도화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리고는 활짝 열린 여인의 몸에 정곡을 찔러넣고 정성을 다해 씨앗을 심기 시작할 때 초산 월조봉 정수리에서도 삼신부의 현몽을 받고 이를 감지한 무녀(巫女) 낭주가 일어나 단정하게 앉았다. 그녀는 자신이 초산의 월조봉에 치성을 드린 목적을 수행할 때가 이르렀음을 감지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