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은 한강르네상스 야심차게 추진
박원순 시장은 시장과 직원간의 거리 좁혀
오세훈 시장은 나태한 직원 퇴출작업 추진
부서마다 강제 할당한 현장시정추진단
분위기 쇄신에는 성공, 강제할당은 패착
오세훈 시장님에 대해서는 직원들의 평이 엇갈린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로 멋있는 시장이었다. 40대 젊은 시장이어서 그런지 무엇인가 성취욕구가 강했다.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야심차게 추진하면서 이것을 기반으로 해서 대권에도 강한 욕심이 있었다. 3% 현장시정추진단을 만들어서 나태한 직원들을 퇴출시키고 조직을 좀 더 긴장시켜서 성과지향으로 가도록 분위기 쇄신을 시도하였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 노조와 심하게 대립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직원들에게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성과도 있었다. 이 제도는 정부부처, 공공기관, 전국으로 확대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다만 3% 추출과정에서 여러 가지 잡음도 많았다. 부서마다 강제 할당을 한다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 나이 많은 사람 위주로 선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초 취지는 뺀질뺀질 일하기 싫어하는 직원들이나 무능력자를 조직에서 아웃시키는 것인데, 인기투표 식으로 선발하다 보니 왜곡되기도 하였다. 거기에 포함된 직원들을 잡초 뽑기 등 공공근로 성격의 일을 시키면서 일종의 망신주기로 변질되었다. 그 과정에서 자살하는 직원들도 있었고 조직 내에서 아예 찍혀버리는 낙인효과 같은 부작용이 있었다. 오 시장은 공무원들의 타성을 혁신함으로써 시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것이라 생각했던 측면도 있다. 내·외부 효과 모두를 노린 것이다. 직원들을 포용하고 감싸는 것 보다는 신상필벌에 입각하여 조직을 끌고 가려다 공무원노조와 심하게 충돌하였다.
그 당시 서울시 공무원노조에서 현장시정추진단과 관련하여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성명서(서울시공무원노조)-
【88명을 선발한 이번 3% 생이빨 뽑기와 관련하여 서울시 직장노동조합은 다음과 같이 적절치 못함을 밝힌다.
첫째, 현재의 1950년대 생 이후 공무원들은 놀고먹는 공무원이 없다는 사실이다. 과거 1930년대 및 40년대生 선배 공무원세대에서는 다소간 문제 있던 직원들이 있었다. 술 먹고 다음날 지각하고, 결근하는 등 막무가내 식 공무원들이 꽤 있었다. 그렇다고 퇴직하신 선배님들을 모두 욕하려는 것은 아니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도 관련된다.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당시의 음주문화 등 우리사회 전체의 직장문화와도 관계된다. 그러나 현재의 전후세대 공무원들에게는 이런 것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자기 밥값을 한다. 과거 잣대를 가지고 현재를 재단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둘째, 과거와 같이 흐느적거리는 공무원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각 부서별로 강제할당이 문제다. 무조건 1명이상 뽑아 올리라는 강제할당은 공산주의 식이다. 부서장들을 반강제적으로 협박하면서 뽑으라고 하니 이것은 생이빨을 뽑는 격이다. 사람은 누구나 장단점이 있다. 현장 일에 강한 사람이 있고 사무 일에 강한 사람이 있다. 현장 일을 한다고 무조건 무능한 것은 아니다. 각자의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이번 추진단의 50%이상이 현장 일을 하는 기능직이 차지하고 있다.
셋째, 과거 징계 받은 직원들이 이번 현장추진단에 다수가 포함된 사실이다. 업무태만이나 능력부족과는 상관없이 선정되었다. 1·2차 심사에서 인원이 너무 적다보니 이제는 징계 받은 공무원들을 마구잡이식으로 추가하였다. 그렇게 하여 100여명 수준으로 숫자를 맞추었다. 대외적으로 명분을 살리기 위함이다. 이는 분명히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난다. 과거 잘못으로 징계를 받았으면 그 죄 값을 치른 것이다. 그런데 재차 2중 처벌을 받는 꼴이 되어버렸다. 누구나 부당하다고 지적한다.
넷째, 이번 현장추진단은 당초의 Headhunting & Draft 제도와 전혀 상관없이 운영되었다. Headhunting은 뒷전이고 시민들한테 우선 무엇인가 보여주기 위해 작년의 3% 제도가 되살아난 것이다. 당초의 취지나 이전에 대외적으로 공표한 내용과도 맞지 않는다. 단지 시민들한테 그럴듯하게 보여주기 위함이 목적이었다. 전형적인 인기영합 전술의 단면을 보는 것 같다. 당초의 목적은 온데간데없고 엉뚱한 방향으로 간 것이다.
다섯째, 4월 24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현장추진단이 버스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TV로 방영하였다. 당사자들과도 인터뷰하는 것을 보았다.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것을 통해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가? 시민들한테 이 모습을 보여줘야만 서울시가 칭찬을 받는 다는 것인가? 이래야만 공무원들이 각성한단 말인가? 1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서울시공무원들의 사기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묻고 싶다. 공무원에 대한 내부서비스는 무시하고 마음대로 밟아도 된다는 것인가? 내부서비스가 좋아야 외부서비스도 좋아진다는 것을 모르는 단세포적 발상이다.
끝으로 이 같은 가면극을(언론플레이) 겉포장만 요란하지 실익이 없다는 것이 대다수 서울시공무원들의 의견이다.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쇼맨십으로 서울시를 더 이상 농락하지 않기를 바란다. 과거 조직생활을 해보지도 않은 오세훈 시장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세상사, 조직사를 모르는,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격이다. 행정이 뭔지도 모르면서 현장실무도 모르면서 선무당이 사람 잡는 꼴이다. 뜬구름 식 어설픈 재주를 더 이상 부리지 않기를 정중히 촉구하는 바이다.】
노조의 성명서가 꼭 정당성과 당위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노조는 자기보호 본능에서 이렇게 강경하게 저항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해한다. 충격요법으로 3% 속아내는 것은 조직 분위기 쇄신차원에서 분명히 일정부분 효과는 있었다고 보지만 그 과정이 문제다. 좀 더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선발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정밀한 절차와 방법을 강구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또한 너무 보여주기 식, 망신주기 식 홍보효과를 노린 것이 패착이다.
직원들에 대한 내부서비스, 내부고객만족 경영을 조금만 벤치마킹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디야 커피를 창업한 문창기회장의 ‘내부고객이 우선이다’가 눈에 띈다. 그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을 가지고 있는 커피 왕이다. 내부고객 만족 없이 성공한 기업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본사 직원뿐만 아니라 가맹점주의 수익률 보장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결국 최고의 성과를 냈다. 가맹점 폐점율이 높아지면 프랜차이즈 사업자체가 무너진다는 신념에서 나온 발상이다. 식품을 만드는 회사라면 3대가 먹어도 안전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어느 회장의 신조를 교훈 삼았다고 고백한다. 최상 최고의 커피를 만들기 위해 중남미 콜롬비아 농장을 직접 방문해서 원료 생산 공정을 살펴본 후 한국에서 추가 공정 개발 아이디어를 가졌다고 한다. ‘커피도 예술이다’를 주창한 분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행정도 종합예술이다. 서울시정도 교향악단과 유사하다. 타악기 현악기 관악기 등 다양한 종류로 구성되어 오합지졸 같지만 함께 어우러지면서 나오는 소리는 가히 환상적이다.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난마같이 얽혀있지만, 조화롭게 풀어내면 상상외로 멋진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오세훈 시장은 무상급식 문제에 올인 하는 바람에 결국 시장직을 내놓은 케이스가 되었다. 거기에 직을 걸 필요가 없었다. 그 당시 시청 공무원을 포함해 대다수가 어린애들 밥 먹는 것 가지고 그것이 복지 포퓰리즘이니 무상복지니 과대해석 할 사안이 아니라고 했다. 한국당(현 국민의힘)내에서도 그것에 대해 좀 Over 아니냐는 의견이 분분했다. 아무리 강한 논리와 소신을 가지고 있더라도, 선과 악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 주변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아집과 독선은 실패한다는 것을 방증해 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오시장의 무상급식 거부에 대해 지금도 서울시 직원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또한 이명박 시장이 청계천이나 버스중앙차로 교통개혁을 기반으로 대통령이 된 것을 너무 의식함으로서 한강르네상스 같은 신규 사업에 손을 댔다고 본다. ‘천만 상상오아시스’ 창의시정 구현이 눈에 띤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시정에 반영하겠다는 발상은 환영받을 만하다. 창의라는 것을 행정에 도입한 시장이다. 또한 120다산콜센터 개설도 성과가 크다. 장기전세주택제도 도입,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건설 등 디자인 서울시정을 추진한 공로는 누구나 인정한다. 지금까지 ‘디자인 서울’은 그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것으로서, 아직까지도 서울시청 직원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환경경영신문/정리 서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