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혜영 소설집 『소년 이로』(문학과지성사, 2019)중 「월요일의 한담」을 읽고
편혜영 작가는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소설집 『아이오가든』, 『사육장쪽으로』, 『저녁의 구애』, 『밤이 지나간다』, 『소년 이로』, 『어쩌면 스무 번』이 있다. 장편소설 『재와 빨강』, 『서쪽 숲에 갔다』, 『선의 법칙』, 『홀The Hole』, 『죽은 자로 하여금』이 있다. - 작가소개에서
소설 속 캐릭터와 관계에 대해 파악하고 사건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며 그 캐릭터를 통해 인생과 상실에 대해 어떻게 보여주는지 주의하여 읽으면 좋다는 설명을 들었다.
(『소년 이로』는
편혜영 작가의 소설적 특징이 캐릭터를 탄탄하게 구축하고, 간결한 서술로 서사를 끌고 가는 장점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소설집은 각자의 인생에 드리워진 장막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는 것, 그래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의연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작가가 던지는 질문의 답을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 삶에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면 우리는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까?)
(「월요일의 한담」
삼인칭 관찰자 시점의 소설이다. 유는 전형성과 예외성을 지니고 있다. 진은 입체적 인물이다. 유의 가족과의 관계, 진의 속마음과 유의 속마음을 생각하며 읽어야 했다.)
유는 후배인 진의 술주정을 잘 들어준다. 진은 술에 취하면 울기도 하면서 그 여자 이야기를 했다. 진은 얼마 후, 부인 몰래 만나던 여자와 헤어졌다. 부인은 모르고 넘어갔지만, 회사에는 소문이 퍼진다. 회사 사람들과 멀어지고 불화가 쌓이자, 유와도 관계가 소원해진다. 진의 술주정을 회사 사람들이 들어서 알려지게 되었는데, 유가 소문을 퍼트렸다고 오해한다. 진은 아내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아내의 요구로 이혼한다.
유는 부인과 온 가족들이 알게 되어 여자와 헤어지게 된다. 유는 진과 거리를 두려고 진의 업무량을 늘리고 과오를 지적해서 무능을 알리는 방식으로 엄격하게 면했다. 해고를 통보하는 유와 상대하고 앉았다. 진은 자신이 유에게 했던 일들을 회상한다. 한때 가장 의지하고 따랐으며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다. 해고를 통보받고 조용히 서류에 사인한다.
(진은 유에 대해서 잘 알았다. 그래서 유는 진이 자신을 은근히 깎아내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까운 관계에서도 단점을 찾고, 약점이라 생각하는 관계가 슬프다. 유는 해고를 통보한 회사나 자신에게 어떤 항의도 하지 않은 진이 걱정도 되고 이해도 되지 않아서 안타까웠다.)
유에게도 사연이 있다. 아이가 없었고, 부모가 있었다. 어머니는 요양원에, 며칠 전 어머니의 요양원에 다녀오다 쓰러진 아버지. 그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결정한 형.
유는 진이 두고 간 물건이 든 상자를 들여다보며 입사 초기 진과 가까웠던 시절을 떠올린다. 그 무렵 진은 솔직했고, 하고 싶은 게 있었고, 자신이 나약한 것을 숨기지 않았다고 한다.
“유는 여러모로 진에게 실망했다. 모든 걸 쉽게 포기하는 진에게 어느 것에도 화를 내지 않는 진에게 서운함과 분노를 동시에 느꼈다.” (p216)
(유는 진의 낙천적이고 솔직한 젊은 날의 모습을 좋아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생활에 찌들어 그런 젊은 날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이 자신처럼 변해가는 모습에 실망했던 것 같다.)
따뜻했던 아버지와의 관계를 슬퍼하는 유. 진에게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 이야기를 해 보지만, 진은 시큰둥하다. 애써 가져온 진의 물건이 든 상자도 버리라고 한다.
(진은 유와의 관계를 회복해 보려고 노력해도 어쩔 수 없다는 표현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두 사람의 우정에 대해 초반에는 부러운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오해로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는 관계로 변한다.)
(사람의 진심이라는 것, 드러내지 않는 마음속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유의 마음속에도 진의 마음속에도 서로를 원망만 하기보다는 애틋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도 그 관계를 회복해 보려는 노력보다는 무심히 흘려보내기로 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에게 각자가 생각하는 어른은 무엇인가를 묻는 묵직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