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속에 ‘이 성분’ 많으면 암 사망 위험 4배 높다
임태균 기자입력 2024. 4. 3. 15:06
중국과학기술대 연구팀, 1100명 16년간 추적‧관찰
혈중 PBDE 농도 높으면 암으로 사망할 위험 4.09배 높아
과거 다양한 제품에 난연제로 사용되다 금지된 유해물질 폴리브롬화디페닐에테르(이하 PBDE)의 혈중 농도가 높으면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난연제로 사용되는 폴리브롬화디페닐에테르(PBDE)는 식품과 대기를 거쳐 우리 몸에 축적될 수 있다. 중국 란저우대
바오 웨이 중국과학기술대 생명과학·의학부 공중보건과학연구소 박사 연구팀은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 데이터와 사망률 정보를 이용해 노출과 사망률 간 연관성을 추적‧관찰한 결과,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의학협회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에 최근 게재됐다.
PBDE는 1970년대 이후 건축자재‧가구‧전자제품 등 다양한 소비재에 난연제(불꽃이 닿아도 스스로 계속 연소되거나 번지지 않도록 하는 물질)로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그러나 내분비 교란(환경호르몬) 특성이 있는 잔류성 유기 오염물질이란 점이 밝혀지면서 스톡홀름 협약으로 2004년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다만 연구팀은 “일부 지역에서 여전히 PBDE 생산과 사용이 계속되고 있다”며 PBDE 노출이 장기적으로 건강에 미치는 영향, 특히 사망률과의 연관성을 조사하는 코호트 연구(전향적 추적 조사)가 부족했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팀은 2003~2004년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와 2019년 말까지의 사망률 정보를 바탕으로 혈중 PBDE 측정 데이터가 있는 20세 이상 성인 1100명(평균연령 42.9세)을 평균 16년간 추적‧관찰했다.
그 결과 혈중 PBDE 수치는 더 젊고, 남성이며, 식생활의 질이 낮은 사람일수록 높았고, 혈중 PBDE 수치가 높으면 사망 위험도 함께 높아진다는 점이 확인됐다.
특히 연구 대상자들을 PBDE 혈중 농도에 따라 3개 그룹으로 나눠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PBDE 수치가 가장 높은 그룹은 PBDE 수치가 가장 낮은 그룹보다 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4.09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PBDE 혈중 농도와 암 사망률 사이의 연관성은 ▲인구통계 ▲사회경제적 지위 ▲식습관 ▲생활습관 ▲체질량지수(BMI) 등의 변수를 조정한 후에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다만 PBDE 노출과 심뇌혈관질환이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 사이에는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 관계자는 “국제암연구소(IARC)와 미국 환경보호청(EPA) 등은 아직 PBDE의 발암성에 대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보고 있다”며 “이번 연구결과가 PBDE 규제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록 미국 데이터를 활용했지만 PBDE 노출 경로와 축적 과정은 세계적으로 유사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국제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