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황종희 모니카 자매님의 장례 미사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향년 87세이신 자매님은 주3회 투석을 하셔야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건강한 분이 아니셨습니다. 그러다가 두 달 전부터는 복수가 차오르면서 집에서 돌보는 가족들이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그래서 이주 전에 문화동에 있는 행복한 시니어스 요양병원으로 모셨습니다. 투석을 병행할 수 있는 요양병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답니다. 소식을 전해 듣고 병자성사를 드리러 가고 싶었으나 코로나 19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산 예방을 위해 병원 측에서 출입을 통제하는 바람에 뵐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빨리 떠나실 줄 몰랐기에 소식을 듣고도 ‘다음에 하자’라고 미루었던 마음에 송구스러웠습니다.
그래도 다행인건 밝고 편안한 모습으로 “건강해라, 화목해라” 하고 가족들에게 유언처럼 당부도 하시고 고통 없이 임종을 맞으셨다는 점입니다. 유가족들도 이렇게 빨리 떠나실 줄은 몰랐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유가족들은 모니카 어머니와의 마지막 작별을 더욱 본당 공동체와 함께 하고 싶으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앙의 힘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를 이미 경험하셨기 때문입니다. 불과 1년 전인 작년 3월 4일 전종은 요한 아버님의 장례 미사를 봉헌했었으니까요... 어머님은 그동안 건강 때문에 주일 미사에 참석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매년 연말이면 저를 찾아오셔서 교무금을 납부하시며 미사와 봉사에 참석 못하는 미안한 마음을 달래고 가셨습니다.
이제 고인의 시신은 11시 정수원에서 화장을 하여 남편의 고향인 익산의 선산에 합장하여 모신다고 합니다. 이 집안에 가톨릭 신앙을 처음 받아들이신 분은 초록마을 3단지 상가에서 파리바게뜨 빵집을 운영하는 며느리 안경운 아가다 자매님입니다. 아가다 자매님은 2009년 11월 22일 산성동 성당에서, 아들 전윤범 라파엘은 2010년 8월 15일 복수동 성당에서, 모니카 어머님은 2010년 11월 20일 성남동 성당에서 세례성사를 받았습니다. 그러다가 복수동으로 부모님을 모시면서 2012년 요한 아버님도 세례성사를 받았습니다. 한편 세상살이에 바쁘다보니 주일 미사에 자주 빠지게 되었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신앙의 근본정신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셨습니다.
당일 팔다 남는 빵들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눠주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였고, 하느님 앞에 부끄럽지 않게 생활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니 공동체와 함께 바치는 우리의 기도가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 잘못한 고인의 허물을 벗어 던지고 하느님 앞에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 바랍니다. 또한 유가족들이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에 의탁하며 고인을 온전히 맡겨드릴 수 있기를 청합니다. 그러므로 유가족들에게 당부 드립니다. 고인과의 관계에서 있었던 지난 과거를 이제 와서 돌이킬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고인의 빈자리가 느껴질 때마다 여러분이 바치는 기도가 앞으로는 고인과의 관계를 회복시켜줄 것이니 떠오를 때마다 기도 안에서 힘내세요!
주님! 황종희 모니카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모니카와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