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것, 맥콜리칼리지의 교육이념이다. 찰스 리우 교수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과학과 기술’ 강의를 이끌고 있다. |
지난 주 읽은 과학 보고서를 주제로 한 토론이다. 인류학과 과학, 사회과학과 과학의 차이점 등을 구분 지은 뒤 참가학생 모두가 자신만의 사회과학 보고서 질문을 만들기 시작했다. 전공과 상관없이, 맥콜리칼리지 학생이라면 누구나 들어야 하는 필수 과목인 ‘크로스 캠퍼스’ 클래스다.
2시간 가량 토론을 마치고 클래스는 모두 센트럴파크로 향했다. 학교에서 반 블록 떨어진 쉽메도 나무 그늘에 둘러앉은 학생들이 토론을 이어갔다.
주제는 요즘 뉴욕시에 창궐한 빈대의 컴백 현상. DDT 사용 금지와 빈대의 생활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핵실험, 맨해튼 프로젝트까지….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은 물었다. “도대체 과학이 뭐죠?”
이런 질문이 바로 맥콜리칼리지 프로그램의 키 포인트다. 그래프와 화학 기호를 외우기보다는 과학 자체에 대해 질문하고, 그 정의를 스스로 내리도록 이끌어주고 격려하는 교수 방법이다.
◆뉴욕시가 교과서이자 공책=뉴욕시립대(CUNY)는 거대한 시스템이다. 10년 전 우수 두뇌들만을 위한 교육을 위해 시작된 아너칼리지인 맥콜리칼리지는 CUNY의 고급 버전이다. CUNY 소속 칼리지 중 성적이 가장 높은 학생들만 누릴 수 있는 특혜는 맥콜리칼리지 학생들만의 권리다.
2009년 신입생을 기준으로 평균 고등학교 GPA는 93.5점, SAT 점수는 언어와 수학 점수를 합쳐 1400점이었다(학교 당국은 SAT 총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입학 경쟁률은 해가 갈수록 점점 높아져 첫해 3대1이던 경쟁률이 2009년 5대1을 기록하더니 올해는 10대1로 껑충 뛰었다.
맥콜리에 합격한 학생은 동시에 버룩,·브루클린·시티·헌터·리만·퀸즈·칼리지오브스태튼아일랜드 칼리지 등 총 7개 칼리지 중 원하는 캠퍼스를 선택해 등록할 수 있다. 맥콜리칼리지 학생들은 이중국적자(?)인 셈이다. 이 학생들은 일반 CUNY칼리지에서 전공을 선택하고 대부분의 수업을 듣는다. 맥콜리칼리지에서 다양한 과목이 종합된 수업은 추가로 듣는다. 고등학교에서 AP나 아너 클래스를 따로 수강하는 것과 유사하다.
맥콜리 학생이 되면 4년 장학금 보장은 물론 입학과 동시에 최신 애플 맥 랩톱, 해외 연수나 여행, 용돈으로 쓸 수 있는 ‘기회 펀드’ 7500달러를 받는다. 뉴욕시 유명 뮤지엄은 물론 메트로폴리탄오페라까지 공짜로 관람할 수 있는 ‘문화 여권’ 역시 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혜다. 하지만 특혜를 누릴 수 있는 조건은 까다롭다. 4년 내내 평점 3.5점을 유지해야 맥콜리 학생으로서의 모든 특권을 유지할 수 있다. 지난해 신입생들은 오리엔테이션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무료로 관람한 후 특별히 마련된 백스테이지 행사에서 주인공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맥콜리칼리지는 세계의 모든 것들이 집중되어 있는 뉴욕을 교과서로, 공책으로, 연필로 활용하는 뉴욕시립대 중에서도 가장 뉴욕스러운 칼리지다. 지난해 재학생의 68%가 뉴욕시에 거주하는 것으로 집계됐을 정도. 현재 3학년을 기준으로 아시안은 10명 중 3명 꼴이다.
◆내가 배운다=올해 맥콜리 신입생 400명은 10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 뉴욕대·컬럼비아대 혹은 뉴저지 주립대인 럿거스의 4년 장학금을 마다하고 학생들이 이곳을 선택하는 이유는 특별하다. 이곳에서는 교수가 가르치는 것을 수동적으로 듣지 않고, 학생 스스로 답을 찾아나간다.
생명화학을 전공하는 2학년생 아람 아베릭은 “맥콜리에서는 지식보다는 어떻게 사고하는지 더 큰 그림을 배운다”면서 “학생 스스로 답을 찾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과학 수업을 이끈 찰스 리우 교수 역시 맥콜리 학생들만의 특별한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우리 학생들이 특별한 것은 스스로 동기 부여가 됐다는 점”이라면서 “스스로 연구 주제를 정하고, 더 탐구할 준비가 됐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리우 교수는 “수업 시간은 교수들이 아닌 학생들이 소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7500달러의 ‘기회 펀드’ 역시 학생들이 상아탑 밖에서 더 넓은 세계를 탐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심리학 전공인 샘 반즈는 이 돈으로 남부 프랑스와 인도를 방문할 계획이다. 특히 인도에서는 특정 커뮤니티에 들어가 노동하며,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공동체와 종교 등을 직접 몸으로 배울 예정이다. 생명화학이 전공인 알리나 코간은 “갈라파고스 섬에 머물면서 리서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원에 투자하겠다=맥콜리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재학생의 90%가 대학원 진학 의사를 내비쳤다. 4년제 대학 교육이 끝이 아닌 셈이다. 수업을 참관하면서 만난 학생들 모두 로스쿨이나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4년제 학비 무료’라는 맥콜리의 장점이 더욱 부각되는 부분이다. 1년에 5만 달러에 육박하는 학비 때문에 졸업 후 빚더미에 앉는 스트레스 없이 하고 싶은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
NYU와 세인트존스대학에 합격했지만 맥콜리로 진학한 필립 마군은 “좀 더 전문적인 학문을 공부할 수 있는 대학원에 학비를 투자하기 위해 맥콜리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회 펀드를 유럽과 일본에서 연수하는 데 쓴 뒤 졸업 후에는 의대에 진학할 예정이다.
앤 커쉬너 학장은 “학부 4년 동안 자신이 원하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면 비싼 사립대학 학비도 제대로 썼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학부 4년 동안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배우면서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는 학생들이라면 4년 무료 학비가 더 전략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조진화 프리랜서
첫댓글 인재 육성을 해야 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