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우 저
면수 168쪽 | 사이즈 133*210 | ISBN 979-11-5634-497-1 | 03810
| 값 13,000원 | 2021년 03월 14일 출간 | 문학 | 시 |
문의
임영숙(편집부) 02)2612-5552
책 소개
시를 들여다 보다
등단한 지 어언 19년이 되었는데 초기에 뭘 모르고 연거푸 시집 두 권을 내고서야 시(詩)를 좀 더 깊게 들여다보는 눈이 열리면서 과거의 시들이 너무나 부끄럽게 느껴져 후회와 함께 다음 시집은 더 많은 발전을 한 후에 내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글에 만족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저도 늘 부족함을 느끼면서 어느 한 편이라도 자랑하고 싶은 게 없었습니다.
그 결과는 16년 동안 글을 쓰면서도 시집을 내지 못했는데 나이 칠십이 되고 보니 이게 나의 한계고 또한 시(詩)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란 걸 깨달으면서 내일병에서 벗어나 시집을 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부족하지만 이쯤에서 세상 밖으로 출산하는 제 글들이 조금이나마 위로와 공감되는 부분이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저자소개
전북 무주 안성 출생
1978년 전북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1978년 1월 삼성그룹공채입사
2003년 《문학저널》로 시 등단
2008년 《문예춘추》로 수필 등단
2009년 릴케문학상 대상수상
2018년 제12회 북경국제하모니카대회
독주부문 2위 입상
2016년~현재 KOREA HARMOBAND 단장(전국대회 2회 대상수상 및 북경국제대회 금상수상)
국제펜클럽회원
우리시진흥회 운영위원장
시집 : 『눈물을 닦으면 보이는 행복』『도시에 갇힌 사슴의 절규』
차례
시인의 말 _ 시(詩)를 들여다보다 ㆍ 4
축하 글 _ 지우(知友) 문우(文友)로 40년 _ 이기순 ㆍ 6
화보집 ㆍ 161
2009년 릴케문학상 대상수상 작품 5편
초록도 해탈의 대상인가요 ㆍ 16
소음(騷音)과 고요 ㆍ 18
제부도 ㆍ 21
누이 ㆍ 22
저녁 바다 ㆍ 24
제1부
달빛 소나타 ㆍ 28
산도라지 ㆍ 29
겨울 덕유산 종주 ㆍ 30
공룡능선 ㆍ 34
대청봉 야간산행 ㆍ 36
야간산행 ㆍ 38
선자령 ㆍ 40
운무에 쌓인 도봉산에서 ㆍ 42
은해사의 단풍 ㆍ 43
백운산 ㆍ 44
야상곡 ㆍ 46
요양병원의 수채화 ㆍ 48
문자메시지 ㆍ 50
낮달 ㆍ 51
붉은 거짓말 ㆍ 52
빛과 그림자 ㆍ 54
환생 ㆍ 56
기다림 ㆍ 58
제2부
새로운 항해를 위한 기도 ㆍ 62
숨어있는 이기심 ㆍ 64
비육우(肥肉牛) ㆍ 66
노르웨이의 자작나무 ㆍ 68
새날을 간다 ㆍ 70
가벼움의 희열 ㆍ 72
여름이야기 ㆍ 74
나의 봄은 ㆍ 77
수학여행의 추억 ㆍ 78
허기재의 봄 ㆍ 80
어떤 흡혈 ㆍ 82
하루 ㆍ 84
환하게 떨린다 ㆍ 85
손의 독백 ㆍ 86
저어새 ㆍ 88
비 오는 날의 낮잠 ㆍ 90
꿈의 궁전 ㆍ 92
강물 ㆍ 94
제3부 사부모곡(思父母曲)
어버이날의 풍경화 ㆍ 98
요양소의 그림자들 ㆍ 100
물푸레나무 ㆍ 101
징검다리(처음) ㆍ 102
어머니의 가시꽃 ㆍ 104
목어(木魚) ㆍ 106
둑방길 ㆍ 108
엄마는 바지랑대 ㆍ 110
어머니의 일기 ㆍ 112
은행알을 줍는 할머니 ㆍ 114
두더지 1 ㆍ 116
두더지 2 ㆍ 117
투가리 ㆍ 118
어머니의 허공 ㆍ 119
그 겨울밤 ㆍ 120
개기월식 ㆍ 122
상할머니의 비손 ㆍ 124
물의 여인 ㆍ 126
제4부
들꽃 ㆍ 130
월광곡 ㆍ 134
비 ㆍ 135
날개가 돋는다 ㆍ 136
추수 ㆍ 138
3월의 알람브라궁전 ㆍ 140
은빛 웃음 ㆍ 142
끝나지 않은 전쟁 ㆍ 144
만리포의 노을 ㆍ 146
멍 ㆍ 147
화전 ㆍ 148
봄바다 2 ㆍ 150
호박 구덩이 ㆍ 151
물소리 그리기 ㆍ 152
어린 날의 초상화 ㆍ 154
3월의 동장군 ㆍ 156
이월의 눈꽃 ㆍ 157
반추 ㆍ 158
출판사 서평
한국적 시정이 넘치는 현대의 시인묵객
박은우 시인을 말하는 이기순 시인의 축하글
참으로 오랜 세월입니다.
낙화유수 40년이라니, 우리 생의 절반 이상을 아름다운 지우(知友)로서 인연을 이어온 셈입니다.
큰아이가 서너 살 때부터 이웃사촌으로 각별하게 지내왔지요.
아들들은 동갑이요, 딸끼리는 한 살 차이이니 저들 간의 어울림도 아주 절친한 소꿉동무였습니다.
해외 근무하다 휴가 내어 오시면 두 가족이 어울려 산이고 들이고 자연 속으로 나들이를 나서곤 했지요.
더불어 이야기를 나누고 세상사 논하다 보면 이심전심으로 소통이 되고 마음이 편했습니다.
사물을 보는 안목이 언제나 예리
박 시인님은 사물을 보는 안목이 언제나 예리합니다.
일상적인 것에서도 또 다른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판단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매사에 판단이 정확하고 맺고 끊음이 시의적절하니 그래 손 놓고 따라가기만 하면 모든 게 순조로웠습니다.
서로가 산골에서 태어나 소년기 시절을 흙에서 자랐기에 향토적 서정과 동심 속의 추억담들은 고향 동무와의 속삭임처럼 늘 다정다감했습니다.
해설픈 석양 녘 짭쪼름한 향수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박 시인님은 닉네임 선봉(仙棒)처럼 신선의 지팡이를 짚고 유유자적 산수 간을 노니는 풍류객으로 한국적 시정이 넘치는 현대의 시인묵객입니다.
평생 각별한 효성으로 부모님을 챙기고 섬기는 모습에선 정 많고 심성 고운 전통적 효자상을 느낄 수 있었지요.
40년 지기 문우(文友)로서 박 시인님의 시편들을 통해 인생의 향훈을 진하게 맞아들이곤 합니다.
여생도 아름다운 동행이 될 것을 다짐하며 제3시집 출간을 큰 박수로 축하드립니다.
본문 일부
들꽃
1.
둥지를 벗어난 그녀는
비로소 날개를 편 새가 되었다
해당화 숲속을 헤집어도 보고
목화밭을 맴돌기도 하다가
가시밭 속 딸기를 따먹으려다
가시에 찔려 눈이 멀었다
더는 날 수 없는 새
그래서 꽃이 되기 위해
눈먼 운명을
가시나무 아래 묻어버렸다
2.
여름 같은 봄
겨울 같은 봄
종잡을 수 없는 그 봄날에
한 송이 들꽃으로 피어난 그녀
허망은 허공을 향한다는 걸 깨달았을 때
가시나무에 갇혀버린 들꽃은
자신이
허공이란 것을 알아버렸다
3.
실바람조차 막아낼 힘이 없는 들꽃
바람의 의지대로 흔들릴 때마다
둘러 선 가시에 온몸을 찔리는,
원망은 언제나 바람이었고
바람은 피멍드는 아픔이었음을
절규하는 꽃대를 여지없이 흔들어대는
회색빛 가시 바람은
히브리 노예를 후려치던 채찍이었다
4.
바람은 날마다
어둠의 술병을 실어 날랐고
술이 타는 연기는
심장을 갉아먹고 있었다
갈라진 바람의 혀가
속살을 헤집을 때마다
몸서리쳐대던 체념들이
수많은 사리가 되었던 밤
짓밟힌 들꽃은 왜 또 숨을 쉬는가
누가 저 모진 운명을 찬양했던가
5.
질긴 건 더 이상 꽃이 아니었음을,
저주를 주문처럼 외던 어느 여름밤
짜디짠 사해의 눈물이
어둠을 세례 하던 그 여름밤
기도가 바람의 뿌리를 갉아먹었음인가
한순간 바람은 가시나무로 변해버렸고
그 땅의 주인은 푸른 낫으로
가시나무를 댕강, 잘라버렸다
6.
두려움의 그림자가
말뚝처럼 그 자리에 박혀 있는 동안
들꽃은
상처를 끌어안은 채 떨고 있었다
일곱 번째의 봄이 다녀간 여름
눈물이 마르고
상처가 거짐 아물었을 무렵
비로소 바람의 그림자는 사라졌고
두려움의 그림자도 없어졌다
7.
초원에서 실바람이 춤을 춘다
시력을 되찾은 들꽃이 춤을 춘다
하얀 도화지가 된 그녀의 가슴에
한 송이 들꽃을 그리는 사람
노오란 씨방을 마저 그리고
천 개의 초록 날개를 펴고 춤을 춘다
노래하는 파랑새의 음률만큼씩
점점 더 부풀어 오르는 씨방
하늘이 흐드러지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