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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도를 뚫으며 | |
미국에 있을 때 한 지인의 집에 남루한 차림의 건장한 백인이 하수구 뚫는 도구들을 둘러메고 초인종을 누른다. 싱크대에서 물이 빠지지 않아 센터에 요청한 일꾼이란다.
하수구 악취를 맡으며 오랫동안 적체되었던 음식물 찌꺼기를 맨손으로 걷어내며 기다란 와이어를 하수구에 넣고 돌리며, 긁어내며 반나절이 지나서 일을 마친다. 상당한 비용을 지불했지만 불편했던 것들이 시원해 졌다.
지인이 하는 말, 저분은 변호사인데 이 일이 수입이 더 좋다고 이런 일을 한단다. 하수도를 뚫으며 인상을 쓰거나, 짜증냄도 없이, 콧노래를 부르며 능숙하게 일하던 그분 이십여 년이 훨씬 지났지만 아직도 그때의 감동이 생생하다.
얼마 전, 한동안 낮 시간에 여유가 있었다. 나는 낮에 아이디어 기획을 하며 주로 밤에 문서화 작업을 한다. 어느 날 주민센터 “일자리알선” 창구에서 신청서를 작성하여 등록하고 복지사와 상담을 했다. 신청서를 기록하다보니 |
목사라는 직함을 쓰는 란은 없기에 굳이 말하지 않았고 서식대로, 묻는대로 사회적인 경력만 쓰게 되었다.
주변 분들이 나를 “김가이버”라고도 한다. 노는 것 빼고는 목수, 미장, 설비, 전자, 전기, 통신, 컴퓨터, 프로젝트기획, 행정, 법무, 경영, 예능 등등 내가 생각해도 못하는 일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놀며, 쉬는 것 같아도 나의 머릿속에서는 언제나 엄청난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 머리도 식힐 겸, 반찬값도 벌 겸 알바 좀 하고 싶었는데-- 아직도 찾는 곳이 없단다. 하수도 뚫는 일도 잘 할 수 있다고 했는데 경력이 문제가 되는가 보다.
일자리는 많은데 실업자도 많다. 변호사는 남아도는데 삼디(3D) 현장에서는 애를 태우고 있단다. 무임목사도 수만 명이나 된다고--
이곳저곳 사방에 하수구가 막혀 썩는 악취가 진동을 한다. 정치, 경제, 문화, 멘탈, 소울 등등 신년에는 하수구를 뻥~ 뚫어보자! 넓고 화사한 길만 찾지 말고 원시림정글 속에 올레길을 만들어보자!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면류관을 네게 주리라”(계 2:10)
송구영신 말씀을 묵상하며(에스겔34장) 김윤식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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