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100km울트라마라톤 2012.9.15(토) 17:30. ~ 9.16(일) 07:06.까지. <13시간 36분에 완주>
고 3 아들(임성택)과 함께 헌혈!
아버지가 아들에게 남기는 정신적 유산은?
2012. 9. 16. 일요일 아침 7시 6분, 이땅의 끝자락 전라남도 순천에서 28번째 100km 울트라마라톤을 13시간 36분 동안 뛰어 완주하였습니다.
2012. 9.15. 토요일 오후 5시 30분.
하늘은 아침부터 아껴 두었던 많은 비를 쏟아 부울듯 물먹은 검은 구름장들은 그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워 금방 이라도 추락해 버릴듯, 낮게 내려앉은 재빚 하늘을 머리에 이고, 풍랑심한 바다를 물고기가 걱정하는 마음으로 하늘을 걱정하며 100km 대장정의 달리기를 출발 하였습니다.
저녁이 밤으로 바뀌어가는 순천만의 갈대밭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채 무겁게 내려앉은 재빚 하늘은 어둠을 더더욱 빨리 불러들여 15km 부터는 아름다운 순천만의 풍광을 어둠속에 묻어 두어야 했습니다.
어둠이 낙진처럼 내려앉은 순천만은 바다속 같은 적막함과 어둠의 세상이었습니다.
어둠속으로 사라진 순천만을 뒤로하고 한동안을 달리다 도로에 거리를 알리는 21km의 표시를 보고 머리를 드는순간, 저의 눈은 한동안 바라볼곳을 잃은 채 메기 만난 붕어 처럼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멀리서 움직이고있는 형광 불빛의 선명한 물체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혹시, 도깨비 불(?)
이럴줄 알았다면 지난 정월 신년 운수로 토정비결을 볼때 부적(符籍)이라도 하나 갖고 다닐것을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인정에 막히고,
도깨비는 부적에 막힌다고 했는데...
그러나 후회는 동트기 전에 해도 늦은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수영선수가 그날의 운세에 물가에 가지말랬다고 대회를 포기할 순 없는법,
알 수 없는 불빛을 보고 달리기를 머뭇거릴 순 없었습니다.
잠시후 가까이 다가온 그 불빛을 보고 다시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둠속을 뛰고있는 저에 옆을 지나며 반짝이는 그 불빛은 너무나도 오랜만에 본, 반가웁기 그지없는 개똥벌레‘반딧불’이었습니다.
지리산 땅꾼이 뱀을 만난것 만큼이나 반가웠습니다.
그 옛날 어린시절 여름밤에 보았던 그‘반딧불’이었습니다.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이 점점 깨끗해지고 좋아져 저렇게‘반딧불’도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에 잠시 뛰던 발길을 멈추고 어둠속에서 반짝이던 그‘반딧불’을 보고 한동안 정신을 놓고 말았습니다.
오랜만에 보았던'반딧불’을 보고나니 왠지 몸과 마음은이 지게위에 앉은 나비처럼 가벼워 졌습니다.
반딧불에 취해 잠시 멈추웠던 발걸음을 다시 옮기기 시작하였습니다
반딧불을 보아서 였는지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달리기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였습니다.
4시간여를 뛰다보니 저녁식사가 제공되는 47km 지점에 도착하였습니다.
오랜 시간, 쉬지않고 뛰다보니 배가 많이 고팠습니다.
건네준 저녁밥을 세 배치를 해산한 암고양이 처럼 순식간에 먹어 치웠습니다.
아직도 뛰어야 할 거리는 53km가 남았습니다
이제 부터가 정말 제 자신과 싸워야하는 시간들 이었습니다.
100km 울트라마라톤은 거리와의 싸움이 아니라 시간과의 싸움 인것 같았습니다.
밥을먹고, 벗어 놓았던 배낭을 다시 들쳐메고, 깊은밤 그 어디에도 불빛하나 없는 높은 고개를 늙은 소(牛)밤길 가듯이 그저 그동안의 경험과 짐작으로만 뛰었습니다.
칠 흙같은 어둠속에서, 항구에 닻을 내리지 않은채 흔들리는 배처럼 많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구멍이 많으면, 마개도 많은법.
생각이 많으니 앞으로 해야 할 일과, 생활에서 자신도 모르게 관성으로 굳어져버진 버려야할 습관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수영을 하면서 스키를 즐길 수 없는법, 나는 지금 태평양 한가운데서 북극곰을 기다리는 이기적인 삶을 살고있는 것은 아닌지?
회한(悔恨)과 반성을 거듭하며 뛰다보니 어느새 달려온 거리가 65km 나 되었습니다.
그때 하늘에서는 더 이상 검은 구름장들을 감당할 수 없었는지 맛뵈기 빗방울을 후둑후둑 떨구기 시작하였습니다
밤이 길어야 꿈도 길다더니....
참았다 쏟아내기 시작한 재빛 하늘은 쥐구멍이 소구멍이 되었는지, 이내 물벼락으로 그 자태(?)를 바꾸기 시작하였습니다.
출발전 수시로 모습을 바꾸는 하늘을 보고, 오늘밤 하늘은 도저히 믿음직 스럽지가 못하겠구나 하고, 나름대로 비가림용 비닐을 준비했습니다만,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가 순식간에 문어발처럼 굵어지고, 여기에 하품에 딸국질 이라더니 바람까지 함께 가세하여 어쩔수 없이 내리는 비를 다 맞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줄기차게 어둠속으로 내리는 빗속을 뛰면서 몸의 윗부분은 어느정도 비를 가릴 수 있었으나 발(足)만은 어쩔 수 없어, 흠뻑젖게 되어 그 신발의 무게가 물속에서 건져올린 원목더미 처럼 무거웠으며, 물먹은 신발 에서는 왜 그렇게도 소리가 큰게 나는지 마치 나막신을 신고 돌계단을 오르는 소리보다도 더 크게 났습니다
65km 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100km를 완주한 아침 7시 6분 그때까지도 아직 분이 안풀렸는지 좀처럼 멈출 기세가 없어 밤새 내렸던 비를 모두맞 아, 골인할때의 모습은 강가에서 강물이 아까워 못 씻은 사람처럼 꽤재재함 그대로 들어왔습니다.
다시한번 100km 울트라마라톤 완주로, 자신을 이겨내고, 건강한 저에 모습을 보았습니다
등불은 방안에 있어야 그 역할을 다하고
횃불은 바깥에 있어야 그 역할을 다하듯이
울트라마라톤에서 얻은 건강으로, 언제나 나눔의 헌혈로 건강한 사람의 역할을 다하할것입니다.
아울러 돈이 아니더라도 무언가(100km를 뛸 수 있는 건강)를 더 많이 갖고있으며, 누리고 있다고 생각되기에 제가 가진것의 일부는 늘 남을 돕는데 사용, 나로 인하여 아주 조금 이라도 세상이 살기좋은 곳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번 순천만 100km 울트라를 뛰면서,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자 하는『노력』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새삼 깨달았습니다.
삿대는 아무리 길어도 물에서만 쓸모가 있습니다.
몸이 아무리 건강해도 이를 나누지 않으면 물밖의 긴 삿대와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얼마전 부터 저에겐 또 다른 기쁨 하나가 더해졌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인 아들을 어렸을때 부터 헌혈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하였습니다.
오랫동안 아버지의 헌혈하는 모습을 보아서 인지, 붕어빵에 당연히 팥이 들어있는 것처럼 헌혈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고나니 자신도 헌혈을 하겠다는 것 이었습니다.
저와 함께 헌혈을 하고난 후, 아들 녀석의 마음속에서 작은 보람과 나눔이 무엇인지를 느꼈나 봅니다.
그후로는 헌혈 주기가 되면 아버지인 저와 함께 ‘혈소판’헌혈을 하고있습니다.
뛰어난 사람보다 먼저 된 사람으로 가르치고, 키우고 싶은것이 아버지인 저의 바램 이었는데 다행히 헌혈을 통해 아들은 뛰어난 사람 보다는 된 사람으로 자라주는것 같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합니다
우리들은 모두 나와 다른 아이가 되어주기를 바라지만 정작 아이가 본받으며 자라는 것은 우리들(부모)의 뒷모습일 것입니다.
또한 아버지인 나의 오늘이 아들의 미래가 될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남기는 정신적 유산은 죽고 나서 물려지는것이 아니라 일생생활 속에서 전승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저녁, 아들 녀석이『아버지! 이번 토요일에 헌혈 하러 가실 거죠?』
‘그럼!’
아들 녀석의 학업 성적표를 보는것 보다 마음이 훨씬 더 흐뭇했습니다.
돌아오는 토요일(22일)엔 생각과 행동이 한결 의젓해진 아들(15번째)과 함께 424번째헌혈을 하러 갈 예정입니다.
2012. 9. 20.
순천만울트라 100km를 완주하고…
임종근 (1반)
임종근 전과(前科)
-헌 혈 : 423회
-42.195km 57회 완주
-100km 울트라마라톤 28회 완주
-200km 울트라마라톤(제주도 일주) 1회 완주
-311km 한반도 횡단(강화 → 강릉) 1회 완주
-250km 사하라사막마라톤 1회 완주(아프리카)
-250km 고비사막마라톤 1회 완주(중국)
-제107회 보스턴마라톤 1회 완주(미국)
◆앞으로의 계획
-2014년 3월 아타카마사막 250km
-2016년 11월 남극 250km
-2020년 미국 대륙횡단 5,500km(LA →뉴욕)
첫댓글 멋진친구 방가 방가 수고많으셨네 페에 오신걸 환영하며......
카
친구~~인생? 멋지게 사는구만~~~의지의 사나이~~~자식농사두 굿~이구~
대단하네^^ 추석 잘 보내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