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마태복음 20 : 1 - 7
제목: 놀고 있는 사람과 일하고 있는 사람
일시: 2012. 2. 12
장소: 라이프찌히 교회
I. 어릴 때 제가 살던 동네에 술집이 하나 있었다. 이름이 하도 맘에 들어서 잊어지지가 않는다. “허송세월”이다. 술집이름으로는 최고의 이름이었다. 왜냐하면 술집 주인은 자신이 뭐하는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술집은 오래가지 않고 문을 닫은 것 보면 장사가 그리 잘 된 것 같지는 않다.
새 가운데 가장 빠른 새가 무슨 새인 줄 아는가? 눈 깜빡할 새이다. 넌센스 퀴즈이다. 세월이 긴 것 같아도 우물쭈물하다보면 금방 지나간다. 인생은 바로 눈을 떠서 감는 때까지가 인생이다. 그러기에 어영부영하다보면 세월이 금방 흘러간다. 인생을 어떻게 사는 것이 시간을 잘 쓰고 허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인생의 품꾼들인데, 놀고 있는 사람들인지 일하고 있는 사람들인지 주님은 포도원의 품꾼의 비유를 통해서 말씀하고 계신다.
II. 바쁘게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산다고 잘사는 것이 아니다.
저는 여행을 할 때 재래식시장을 가는 것을 즐겨한다. 시골이든 도시든 장터는 생동감이 넘친다. 풍성한 물건들, 골라 골라 하면서 손님을 끌려는 상인들의 소리, 재미난 눈에 띄는 복장을 하고 호객하는 사람, 모락모락 김이 나는 왕만두가게, 큰 주걱같은 것으로 뒤적이는 떡복기, 길거리 간이용 의자에 앉아서 새우젓에 고춧가루를 양념에 찍어서 먹는 순대, 노릿노릿하게 익은 왕족발등 간식 거리들, 머리에 음식을 이고 배달하는 아줌마, 짐이요 짐 하면서 길을 터달라고 하는 사람... 제가 있던 필리핀바기오시장은 아예 관광명소이다. 바기오는 1700미터 이상의 고산지에 있어 시원한 곳이다. 그곳 시장에는 낮은 곳에서 나는 열대 과일들, 한 시간정도만 가면 나오는 바다에서 올라오는 새우,오징어 생선 등 각종 해산물, 산악지역에서 나는 싱싱한 고랭지 채소들, 순환이 빨라서 냉동실에 넣을 새가 없는 돼지고기와 소고기 그리고 닭고기 등 먹을 것이 총집합하는 곳이다.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 분주하게 살아간다. 열심히 일한다. 활기가 넘친다. 우리가 사는 삶은 장터와 같다. 참 바쁘게 살아간다. 아이들도 바쁘고 학생들도 바쁘고 젊은이도 바쁘고 나이든 이도 바쁘다. 삶을 편리하고 여유있게 하기 위해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짜고 컴퓨터와 같은 기가 막힌 것을 발명해 내었다. 모든 것이 편리해져서 사실 일주일 분량의 일도 하루면 다할 수 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다들 더 바빠졌다는 것이다. 하루 일하고 나머지 6일은 놀 수 있어야 하는데 여전히 할 일이 많은 것이다. 왜 그런가? 문제는 하루에 할 것을 다하고 그 다음 날도 또 일주일 치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평생 우리가 일할 수 있는 양의 6배를 하게 된다. 100년의 세월을 산다고 가정 하면 700년의 일을 하는 것이다. 열심히 일을 해도 배부르지 않는다. 열심히 일해도 만족이 없고 더 골치만 아파질 뿐이다. 솔로몬은 전도서에서 이렇게 말한다. “은을 사랑하는 자는 은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풍요를 사랑하는 자는 소득으로 만족하지 아니하나니 이것도 헛되도다. 재산이 많아지면 먹는 자들도 많아지나니 그 소유주들은 눈으로 보는 것 외에 무엇이 유익하랴”(전도서 5:10-11).
우리가 바쁘게 살고 열심히 살면 인생을 성공적으로 사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그것은 인생을 살고 있다는 감각이지 참 방향은 아니다. 너무나 잊고 사는 것이 많다. 바쁘게 살고 우리는 뒤를 돌아보면서 청춘을 돌려달라고 후회하지는 않는가?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서 주변을 돌아볼 새가 없지는 않았는가? 늘 다람쥐 챗바퀴 돌 듯이 살아가고 있으면서 무의미한 바쁨 속에서 살지는 않는가? 빨리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제대로 된 방향으로 달리느냐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향이 올바르면 천천히 가더라도 결국 도달하지만, 방향이 잘못되면 갈수록 멀어진다.
III. 어떤 사람이 노는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일하는 사람인가?
포도원 주인은 장터에 가서 사람들을 보았을 때 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하고 있다. 그들은 일거리를 찾아서 장터에 나와 있는 사람들이었다. “너희는 어찌하여 종일토록 놀고 여기 서 있느냐” 포도원 주인은 그들을 포도원으로 들여보내 일을 시키고자 한다. 우리가 일할 곳은 장터가 아니고 포도원이다. 포도원에서 일할 때 비로소 우리는 고용되어 일하는 것이다. 우리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장터의 일이 아니요 포도원의 일이어야 한다.
드레스덴 안창국목사님은 장터를 운영하신다. 장터는 한인마켓이다. 안목사님을 만날 때 종종 장터 일에 손을 떼시지요! 장터는 목사님이 일할 곳이 아닌데... 혹은 그저 안타까운 눈으로 본다. 그러면 안목사님은 누가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아느냐고 말한다. 지금 울며 겨자국 먹기로 억지로 잡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원래 장터는 한국에 있는 어느 기독교재단에서 선교적, 사업적 의미에서 드레스덴에 진출하려고 시도한 방법이다. 일단 독일에 들어오려고 하니 이곳에 영주권자인 안목사님의 이름이 필요했다. 명의만 빌려주면 사업을 맡을 부부를 보내어 자신들이 한다고 했다. 그 재단에서 수천만원의 돈을 투자해서 장터를 열었는데 문제는 한국에서 어느 부부가 와서 일을 하기에는 더 많은 투자가 있어야 했고 일은 지지부진하여 계획된 대로 되지를 못했다. 결국 한국에서는 사람이 오지 못하고 안목사님부부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이름으로 되어 있다는 운명으로 장터를 운영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학생들을 아르바이트로 썼는데, 내 것이 아닌 가계를 점원으로 일하니 장사가 잘 될 리가 없었다. 급기야 적자가 나니 인건비라도 줄이려고 사모님과 목사님이 함께 출근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오전은 목사님과 사모님이 함께 있고 오후는 사모님만 있다고 들었다. 사람들은 기거서 무슨 이익이 남는 줄로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목사님이 사업을 열어서 무슨 떼돈을 버는 것처럼 오해하기도 한다. 선교비가 필요없을 것이라고 후원도 줄어든다. 사모님의 한탄 하나는, 적자를 매꾸어 보려고 레갈을 하나 더 만들려고 하면 목사와 사모가 돈맛을 알았다는 소리를 한다나? 그렇다고 사업을 그만두고 정리하자니 가게는 계약이 몇 년 잡혀 있어서 그 집세를 다 물어야 하고. 그래도 장사를 하다보면 가게에 물건은 비워지니 가게 레갈에 빈채로 들 수 없어서 물건을 외상으로 갖다 놓으니 빚은 쌓인다. 그래서 한국에 있는 그 재단에 투자한 것은 이제 잊어먹어야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급기야 그 재단과의 좋았던 관계는 틀어져 어색해지고.
장터는 안목사님이 일할 자리가 아니다. 장터에서 일하면 목사가 아니어서 안목사다! 장터는 우리가 일할 곳이 아니다. 우리가 일할 곳은 포도원이다. 장터에서 아무리 수많은 일을 한다고 해도 그것은 노는 것이다. 그러나 포도원에서 일하는 것은 무슨 일을 해도 남는 일을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없어질 것이 아니요 유업으로 남고 인생의 흑자를 만들 수 있는 일은 바로 포도원의 일인 것이다. 포도원에서 일을 하는가 장터에서 일을 하는가가 우리 인생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다. 독일어로 직업은 Beruf 이다. 불러서 일하게 되는 천직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누가 부르는 것인가? 하나님께서 우리를 불러서 일하게 하시면 그 모든 일은 거룩하고 의미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다 라고 말할 때 일의 종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인이 우리를 부르셔서 포도원에서 일하게 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곳에 있으면서 나와 아내는 운전을 주로 한다. 아내는 주로 하는 일이 솥뚜껑 운전이다. 너는 자동차 운전이다. 아내는 주로 밥을 하고 풋제 아줌마처럼 이것 저것정리도 하고 청소도 하고, 저는 마치 가이드처럼 이곳 저곳 소개도 하고 데려가 주기도 한다. 만일 그것이 장터의 일이라면 돈을 많이 받고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포도원의 일로서 여긴다. 그러기에 우리는 일하고 있지 놀고 있지 않다. 오늘 말씀이 천국의 비유와 같이 천국을 유업으로 받는 것이다.
IV. 오늘 말씀에서 품꾼들이 다양한 시간대에 들어왔지만, 그들이 언제 포도원에 들어왔는지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포도원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언급되지 않는다. 역할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얼마나 많이 일을 했는지도 말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장터에 있지 않고 포도원에서 일을 했다는 것이다.
이 한 주간을 살아가면서 주님이 우리를 부르신 그 부르심에 따라 포도원에서 일하기를 바란다.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살아가는 인생의 방향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가 장터에서 그저 바쁘게만 산다면 하나님 앞에 서는 날 그분도 “네가 하도 바빠서 내가 무슨 말을 못했다. 나 역시 바빠서 너를 생명책에 기록하지 못했다”라는 말을 하실 수 있다. 세상에 바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포도원을 위해서 바쁘라.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썩을 것을 남기는 것이 아니요 썩지 아니할 천국의 유업을 남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번 주도 장터에서 그저 분주하게 일하지 말고 포도원에서 남는 일을 하기를 바란다. 세상이 고용한 것이 아니요 주님이 고용하여 주님의 일을 하는 삶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