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요? 나무 숲과 함께 자란 아이들은 그런 걸 몰라요.”
서울 노원구 공릉동 화랑초등학교 운동장 한 켠에 마련된 생태공원에서는 나뭇가지 사이로 비추는 봄 햇살 만큼이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화사하다.
막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꽃나무와 아름드리 소나무 사이에서 펼쳐지는 2학년4반 ‘슬기로운 생활’ 야외 수업은 마치 봄소풍 같다. “우리 학교 숲에서 가장 먼저 꽃피는 나무가 뭐지요?” 담임인 우명원(44) 교사의 질문에 아이들은 “산수유요”라고 합창한다. “산수유 꽃은 어떤 모양인가요.” “부채 같아요.” 선생님의 질문에 박윤하(9)양이 노란 꽃을 만져보며 답한다.
아이들의 다양한 묘사를 들은 우 교사는 “산에서 산수유보다 먼저 가장 일찍 봄 꽃을 피우는 것은 산수유와 비슷한 생강나무”라는 설명을 덧붙이며 봄 꽃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아이들의 손에 들린 관찰일지에는 진달래 벚꽃 개나리 등의 꽃이 핀 날짜가 적혀 있고 꽃잎 모양이 예쁘게 그려져 있다.
쉬는 시간 숨바꼭질 놀이 때는 저마다 나무 뒤에 몸을 숨기며 선생님에게 들키지 않으려 애쓰던 아이들도 자기보다 나이가 몇 곱절 많은 나무의 나이테를 설명할 때는 귀를 쫑긋 세운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새소리와 섞이는 나무 아래에서 우 교사는 “학교에서 숲을 가꾸니 아이들의 심성도 고와지고 감기도 안 걸린다”고 자랑한다.
숲 안에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양한 관심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학교 숲을 만들고부터는 운동장을 힘 센 고학년이 차지하면 병아리 같은 저학년은 잔디에서 뒹군다. 정진해 교장은 “학생들이 서로 싸우는 일이 적어졌다”고 말했다.
도시 학교 안 조그마한 숲인 이 생태공원은 5년 전까지만 해도 먼지 날리는 운동장과 통학 버스 매연이 가득한 주차장이었다. 1999년 숲 가꾸기 시민단체인 ‘생명의 숲 국민운동’이 벌이는 학교 숲 운동 지원사업의 첫 시범학교로 선정되면서 학교 교정은 점차 푸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이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3,000여만원이 지원되는 첫 사업을 따냈고 5년 동안 정성을 쏟아가며 숲을 가꿨다. 학교 숲 책임자이기도한 우 교사는 “대형 트럭 50대 분의 흙을 쏟아 붓고 4,000여 그루가 넘는 다양한 나무를 새로 심었다”고 설명했다.
매년 봄이면 학생과 학부모들도 묘목을 가져와 심었다. 학교 숲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개발하고 교재도 만들었다. 조그맣지만 개울과 각양각색의 꽃동산까지 갖춘 생태공원은 학교 뒤 동산과 어우러져 아이들의 가장 소중한 생태 교육체험장이 됐다. 2학년 이원식(9)군은 “공기 좋고 새 소리도 들리는 숲에서 친구들과 맘껏 뛰어 놀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며 “항상 야외 수업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학교 숲은 다양한 교육공간으로 활용된다. 1학년 수학 시간에 이 곳에서 꽃잎 수 세기 등 활동 중심의 수업을 하는 반도 있고 미술 시간에 그림을 그리거나 나무ㆍ풀ㆍ흙 공예를 할 때 이곳을 이용하는가 하면, 국어 시간 이곳에서 매미 울음소리를 들으며 시를 읊는 반도 있다.
우 교사는 “볕 좋은 날에는 언제 가보더라도 한 반 정도는 숲에서 수업을 하고 있을 정도”라며 “숲에 나가면 아이들이 제멋대로 노는 것 같아도 나중에 보면 교육 내용을 충분히 소화하고 있더라”고 귀뜸했다. 학교 안 숲에서 아이들은 미래의 꿈도 키우고 건강도 함께 가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