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애초에 이 영화의 제목이 상당히 헛갈렸다. '굿모닝 프레지던트'인지, '굿모닝 미스터 프레지던트'인지.보통 대통령을 지칭하는 용어는 '미스터프레지던트'였기 때문에,이 영화의 제목이 상당히 헛갈릴 수 밖에 없었던 듯 싶다. 하지만 여기엔 의외로 장진의 '의도'가 있었던 듯 싶기도 하다. 존칭인 'mr'가 붙지 않는 '대통령'이라는 단어에, 그가 그리고 싶었던 자연인으로서의 대통령의 삶과 이야기가 의도되어 있다.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대통령을 소재로 삼았을때 으레 기대할 수 있는 내용들이 없다. 장진식의 코미디 영화라는 점에서 그 부분에 대해 큰 기대를 걸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을 메인 주제로 놓고 이야기 하기에 이 영화는 지나치게 정치적 색깔이 탈색되어 있다. 물론 그건 장진에게서 기대했던 바가 컸을지도 모를 개인적인 기준치에서 나온 이야기일지도 모른다.임기 말년을 앞두고 우연히 참석했던 로또 관련 행사에서 써 냈던 로또 번호로 244억에 당첨된 대통령, 헌정사상 가장 젊고 잘생겼으며 게다가 정의롭기까지 한 싱글 대디인 대통령. 그리고 최초의 여성 대통령. 세 대통령을 거쳐가면서, 장진 감독은교묘하게 현실의 정치를 뒤섞어 낸다. 로또를 맞아버린 김정호 대통령은, 어쩐지 서거하신 김대중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가 있고- 젊은 차지욱 대통령은 유감스럽게도 떠도는 이미지가 없는 것은 사실(너무 잘생긴 탓인가)이지만 상당히 이상적인 대통령의 이미지를 그려낸다. (아, 시장에서 떡볶기 먹는 장면은 있다... 하지만 외모가...) 흥미로운 건 여성 대통령인 한경자다. 전임 법무부 장관이라는 타이틀에서 부터 이미 현실에 떠오르는 인물이 있고, 이후 탄핵이니 역풍이니 하는 이야기들은 현대의 정치사들과의 교집합이 느껴진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부분에서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정치색을 하얗게 탈색시키고 영화를 하나의 '판타지 동화'로서 만들어 나간다. 244억에 당첨됐던 대통령은, 잠시 갈등에 휩싸이지만 누구나 그렇듯 약속을 지키는 결정을 내리고- 젊고 패기있는 대통령은 너무나 다양하게 얽혀있는 미국-일본-한국-북한 간의 복잡한 외교적 갈등에 대해 너무나도 쉬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여성 대통령 역시, 자신의 갈등을 어렵지 않은 지극히 '상식적' 해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이는 상식이 쉽게 통용될 수 었는 정치와 외교적 상황에서, 대중들이 원하는 상식의 이미지를 그려낸 것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하기에 현실의 정치와 국제적 관계는 그 누구도 명쾌한 해법을 제시할 수 없는 카오스의 단계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식적이지만 비현실적인 영화 속 대통령들의 행동과 생각은 관객들이 보기에 다소 비현실적인 영화로서 받아들여 지는 부분이 있다.그런데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화법이 생각보다 그리 세련되지 못했다. 대통령이라는 특성 때문일지도 모르겠으나, 모든 사건- 혹은 영화가 하고 싶은 모든 이야기가 인물의 입을 빌어 나오는 '연설'에 담겨 있다. 새로운 결정, 상황을 맞이할 때 마다 대통령들은 참모진과 가족들의 동의가 없는 사안에 대해 연설을 통해 바로 공개해 버린다. 이러한 상황들 앞에서, 영화는 기존의 장진 영화가 보여줬던 것 같은 개성과 세련됨을 잃고 만다. 정치색을 탈색시키고, 오로지 인간 '대통령'의 삶에만 초점을 맞춘 영화 [미스터 프레지던트]는 물론 인간이지만, 때로 한인간 그 이상의 것을 해 낼 수 밖에 없는 대통령이라는 직위에 대한 고민이 거세되어 있다. 그저 누군가가 모두 우러러 보는 직위에 대해 '그들도 인간이다'라는 평범한 답을 내어놓고 있을 뿐(그것이 코미디라는 장르적 성격 때문 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라는 직위를 갖고 있는 사람이 해야 할 고민의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결국 이번 장진의 영화는, 지극히 동화- 그것도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동화로 남고 말았다. 정직하고 바르지만, 결국은 현실과 유리될 수 밖에 없는- 그런 동화. 영화 [아들]과 [굿모닝 프레지던트]에 이르기까지, 솔직히 장진 감독의 한 팬으로서- 아쉬운 점들이 있다. [박수칠 때 떠나라]나 [아는 여자]등에서 봤던 장진 특유의 색들이 문득 그리워지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