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인주일 강론 >(10.12.일)
* 오늘은 58번째 군인주일입니다. 지금 이 시각, 국방에 헌신하는 모든 장병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전후방 각지에서 헌신적으로 사목하는 군종사제들, 협력자 수녀님들과 군종후원회 회원들에게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미국 얼바인(Irvine)에 사는 의사 친구 토마스와 함께, 지난 9월 22일 월요일 저녁 6시, LA 한인타운 근처 노인아파트에 계신 이 글라라 자매님 댁에 갔습니다. 1949년생인 그분은 서울대 출신인데, 1982년부터 미국에 살고 계십니다. 저는 2019년 9월 그 집에 처음 갔었는데, 친구는 그날 처음 갔습니다. 예전에 갔을 때는 영감님이 계셨지만, 몇 개월 전에 영감님이 돌아가셨습니다. 그 자매님은 음식 솜씨가 좋고, 신부님들을 많이 초대하는 분입니다.
그날 저녁, 송 데레사와 송 사라 모녀도 초대되었는데, 회를 한 접시 들고 오셨습니다. 딸은 헌병대 중위였습니다. 미국에서 군 복무는 의무가 아니지만, 부친과 오빠가 짧은 시간에 연달아 돌아가셔서 살림에 보탬이 되기 위해 군대에 갔고, 10년 복무를 해야 한답니다. 똑똑하고 씩씩한 30대 초반인데, 제대 후에는 의사가 되고 싶답니다. 그분들에게 제 강론집 한 권씩 드리고, 안수하면서 위로해드렸더니 감동의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미국에서는 군복무를 오래 한 사람들에게 대우가 남다릅니다. 야구장이나 축구장에 그런 군인들이 있으면 큰 화면으로 비추며 존경의 박수를 보내는 데, 정말 부럽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모습입니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군인들의 위신과 사기가 많이 떨어졌고, 군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곱지 않습니다. 다시는 그런 비극적인 상황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그동안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군대의 현실, 그 안에서 고통받는 영혼들, 또한 교회가 응답해야 할 사명에 대해 함께 정리해보겠습니다.
요즘 군대는 과거와 많이 달라졌습니다. 복무기간은 18개월로 단축되었고, 휴대폰 사용이 허용되었으며, 인권 의식도 높아졌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 많은 것이 개선된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아니 어쩌면 더 깊어진 문제들이 존재합니다.
첫째, 극심한 고립감과 정신건강 위기입니다.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지만, 젊은 군인들은 오히려 더 외로워 합니다. 왜냐하면 SNS를 통해 친구들의 일상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나만 여기 갇혀 있다’라는 박탈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짧아진 복무기간은 선임과 후임 간의 유대감을 약화시켰고, 각자도생의 문화가 팽배해 있습니다.
2024년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군대 안의 정신과 진료 건수는 매년 늘고 있고,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단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MZ세대 장병들은 경쟁 및 성과 위주의 사회에서 성장해왔고, 군대에서도 의미를 찾지 못하면 쉽게 무너집니다.
둘째, 가치관의 혼란과 영적 공허함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왜 군대에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국가관, 안보의식이 과거보다 약화되었습니다. 그들에게 군 복무는 단지 ‘해야 하는 것’, ‘버텨야 하는 시간’일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신적 지주, 영적 기반이 없는 젊은이들은 쉽게 무기력에 빠지고, 극단적인 경우 자해나 자살까지 생각하게 됩니다.
셋째, 약물과 중독의 문제입니다. 군대 안에서 불법 약물 유입 사건이 발생하고 있으며, 게임·도박 중독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휴대폰 사용시간 동안 청년들은 도박성 게임에 몰입하거나, 불법 사이트에 접속하기도 합니다.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내적인 공허함을 채우려는 절규입니다.
이런 현실 앞에서 교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바로 여기에 군종사목의 필요성이 있습니다. 군종사목은 단순히 군대에서 미사를 드리고 성사를 베푸는 게 아니라, 영적인 위기 속에 있는 젊은 영혼들을 찾아가야 합니다. 예수님이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 나서셨던 것처럼, 교회는 ‘군대’라는 특수 환경에서 고통받는 청년들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군종신부들은 병사들과 함께 24시간 생활합니다. 그들은 미사를 드릴 뿐만 아니라, 밤에 악몽에 시달리는 병사들을 위로하고, 가족 문제로 괴로워하는 젊은이들과 대화하며, 자살을 생각하는 병사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영적 동반자입니다.
그런데 군종신부의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육군의 경우, 수백 개 부대에 101명의 군종신부가 복무하고 있습니다. 한 명의 사제가 여러 부대를 다니면서 사목합니다. 그런데 군종사목은 군종신부들만의 일이 아니라, 이는 교회 공동체 전부 참여해야 할 사명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첫째, 기도로 동참해야 합니다. 매일 미사나 기도 시간에 군 복무 중인 젊은이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특히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병사들, 군종사제들을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둘째, 관심과 격려를 보내야 합니다. 정기적으로 편지를 쓰고, 위문품을 보내고, 면회를 가시기 바랍니다.
셋째, 군종성소를 위해 기도하고 격려해야 합니다. 젊은 사제들이 군종사제의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신학생들이 군종사목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또 평신도 군종상담관, 군선교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군종사목에 참여할 수 있는 길도 있습니다.
넷째, 전역한 청년들을 따뜻하게 맞이합시다! 군 복무를 마친 청년들이 다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잘 도와주십시오.
이렇게 군종사목의 중요성을 깨닫고, 각자의 상황에서 가능한 것부터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군 복무 중인 장병에게 하느님의 보호와 위로가 함께 하기를, 또한 우리 교회가 그들의 든든한 “야전병원”(故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표현)이 되기를 간청합니다. 아멘.
첫댓글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