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사건 등 시국사건에 대한 법원의 잇따른 무죄판결 이후 정치권이 사법개혁 논의를 본격화 하자 법조계가 긴장감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한나라당이 사법제도 개선법률을 2월 중으로 발의하겠다고 하자 법조계에서는 “법원판결에 대한 불만으로 시작된 사법개혁작업이 졸속으로 흐를 경우 자칫 사법시스템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한나라당, “2월 중 사법제도 개선안 발의”= 한나라당 사법제도개선특위(위원장 이주영)는 지난 27일 사법제도개선특위 제2차 회의를 열고 기존의 법원제도개선안 뿐만 아니라 검찰과 변호사제도를 포함한 개선안을 2월 중에 국회에 제출, 법제화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특위는 법원분야 개선추진방향으로 △법관연임제의 실질화 등 법관인사제도의 개선 △법관인사위원회의 기능강화 △합의제 및 단독재판제 등 재판구조의 개선 등의 추진방향을 세웠다.
기존의 관료형 법관제에서 변호사경력이 있는 법조인을 법관으로 임용하는 경력법관제로 임용방식을 전환하고 법관의 법관인사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 10년 단위의 법관재임용심사를 실질화하는 한편 대법원장에게 인사권이 집중되는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장윤석 법원제도개선소위 위원은 “형식적인 법관재임용을 내실화해서 제대로 자격을 검증하고 실질적인 연임제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위해 법관인사위원회 기능을 강화할지 아니면 별도의 특별위원회를 설치할지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또 “형사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해 원칙적 단독재판부 배당에서 합의부 배당원칙으로 변경하고 간소한 형사재판만 단독재판부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분야 개선안으로는 △피의사실공표죄 개선의 법제화 △수사권 남용에 대한 통제와 책임의 강화 등이 정해졌다. 이한성 검찰제도개선소위원장은 “피의사실공표죄에 위법성 조각사유를 신설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피의자가 공적 인물에 해당하거나 공표된 피의사실이 진실에 부합하는 경우 등이 위법성 조각사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위 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검찰이 자체적으로 수사공보준칙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지만 이를 법제화할 필요성이 거론됐다”고 덧붙였다.
수사권 남용에 대한 통제는 일반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에 의해 검사가 제출한 소장을 승인하도록 하는 기소대배심제 등 기소시스템의 변화까지는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일단 무죄평정을 강화하는 등 검찰 내부의 규칙을 개정해 검찰이 수사에 책임을 질 수 있는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업계와 관련해서는 전관예우로 인한 폐해를 해결하겠다는 데 개선안의 초점이 맞춰졌다. 특위는 △근무지 개업 및 사건수임제한 △고위법관 및 검찰간부 등 고위 공직자의 대형 로펌 취업제한 △고액수임료 세원포착 강화방안 등을 과제로 정했다.
하지만 변호사업계 개선방안은 위헌논란을 불러 올 것으로 보인다. 근무지 개업제한의 경우 지난 89년11월 헌법재판소가 경력 15년 미만의 판·검사가 개업신고 2년이내에 근무한 곳에서 3년동안 개업하지 못하게 한 변호사법 제10조2항에 대해 과잉금지원칙의 위반 등으로 위헌결정(89헌가102)을 내린바 있다. 손범규 변호사제도 개선소위원장은 “당시 헌재의 위헌결정은 제한자체가 위헌이 아니라 제한의 정도가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다”며 “과거 근무지와 사건수임제한의 경우 해당되는 직위의 범위와 제한되는 근무지의 범위, 제한되는 기간 등을 세분화해서 논의해 위헌성을 없애려 한다”고 말했다.
고위 판·검사의 취업제한문제에 대해 이주영 사법제도개선특위 위원장은 “그런 분들이 개업하지 않고 재조경험을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법조인들은 로펌취업제한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정면으로 제한해 위헌성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설령 재직중에 사건을 다뤘던 로펌에의 취업제한으로 한정한다 하더라도 우리 법조계의 규모를 봤을 때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창우 전 서울변회사회 회장은 “로펌취업문제를 법률로 다루려고 고집하면 위헌성을 벗아날 수 없어 보인다”면서 “법률보다는 변호사업계 내부에서 관행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법조계, “졸속·부실입법 우려”=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사법제도개선안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일정대로라면 부실입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법안에 다양한 견해들이 반영되지 못한 채 국회를 통과할 경우 위헌시비가 거세게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서초동의 한 중견변호사는 “지금 한나라당이 내놓은 개선안들은 대부분 지난 사법개혁추진위원회 등에서 오랜 논의 끝에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난 사안들”이라며 “수년간의 논의 끝에 도입하지 못했던 법안을 단 한달만에 발의한다는 것은 부실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미리 공표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최소한 1년 이상의 논의과정이 필요한 과제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 전 서울변회장은 “특히 변호사분야 제도개선안의 경우 자칫 잘못하면 위헌성 시비로 심각한 휴유증을 낳을 내용들이 적지 않다”면서 “법원과 검찰, 변호사단체가 참여하는 개선위원회를 구성해 적어도 1년 이상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 서울변호사회장도 “사법개혁은 사회의 힘의 균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결코 급하게 밀어부칠 일이 아니다”라면서 “만약 정치권이 충분한 기간을 설정하고 법원과 검찰, 변호사단체의 참여를 보장한 사법개혁위원회를 구성한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부실입법의 우려는 한나라당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홍일표 변호사제도개선소위 위원은 “특위가 2월 중에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고 하지만 사법제도는 1~2달 만에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결국 그동안 논의됐던 것만 다룰 수 밖에 없을 것이고, 나아가 법원을 포함한 각 기관들이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것들을 굳이 법개정을 통해 바꿀 필요가 있는지는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순현 기자 hyun@lawtimes.co.kr//
첫댓글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듯 사법개혁은 법정녹음의무화부터 시작해야합니다. 누구를 위한 법정녹음시스템입니까 ? 형사소송법 제56조의2 (공판정에서의 속기 녹취) 는 다음과 같이 즉시 개정되어야 합니다.
법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피고인, 증인 또는 기타의 자에 대한 신문의 전부를 속기자로 하여금 필기하게 하거나 녹음장치를 사용하여 녹취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