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최용현(수필가)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형사 장해준(박해일 扮)은 부산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이포에 거주하면서 원자력 발전소에 다니는 아내 정안(이정현 扮)과는 주말 부부이다. 탁월한 실력으로 최연소 경감이 된 해준과 그의 조수 수완(고경표 扮)은 자주 등반하던 구소산 정상에서 추락사한 채 발견된 은퇴한 출입국 관리 기도수의 사건을 맡게 된다.
해준은 노인 돌봄 일을 하는 중국 출신 기도수의 젊은 아내 송서래(탕웨이 扮)를 조사한다. 남편의 죽음에 별로 애도를 보이지 않는 점과 손과 다리의 긁힌 자국, 몸통의 멍 자국 때문에 그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준은 야간잠복수사를 하면서 망원경으로 서래의 아파트를 지켜보다가 점점 그녀에게 매료된다.
간호사 출신인 서래는 중국에서 말기 환자인 어머니를 펜타닐 4알로 편히 가시게 했는데, 죽기 전에 어머니는 서래에게 ‘한국에 가서 독립운동가였던 네 외조부가 남긴 산을 찾아라.’라고 한다. 해준은 기도수가 죽기 전에 부하 직원에게 보낸 편지를 발견하는데, 이것을 유서로 간주한다. 해준은 조수 수완의 의심에도 불구하고 사망원인을 자살로 판정하고, ‘사건은 종결됐어요. 서래 씨는 더 이상 용의자가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서래와 해준은 사찰에서도 만나고, 서로의 집에도 찾아간다. 서래를 대신해 월요일 할머니(정영숙 扮)를 돌보던 해준은 서래와 할머니가 같은 휴대폰을 쓰며, 남편 사망 당일 할머니가 138층에 오른 것으로 기록된 앱을 보게 된다. 서래가 할머니의 휴대폰을 들고 가서 남편을 밀어뜨렸고, 유서도 변조한 것 같다. 해준은 서래에게 ‘여자에 미쳐서 수사를 망쳤어요, 난 완전히 붕괴되었어요.’ 하면서 ‘휴대폰을 바다에 버려요. 아무도 못 찾게.’ 하고 말한다.
1년 후, 해준은 아내가 사는 이포로 이사 갔는데, 어느 날 아내와 함께 간 어시장에서 서래와 새 남편인 투자전문가 임호신(박용우 扮)을 마주쳐 인사를 나누게 된다. 서래도 이포로 이사 왔단다. 다음 날, 호신이 자신의 저택 수영장에서 무수히 난자(亂刺)된 채 발견된다. 해준은 서래가 범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중국 이민자인 사철성이 자신의 어머니가 평생 모은 재산 수억 원을 사기 친 호신을 살해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사철성의 어머니가 사망한 날 서래가 병원을 방문하여 펜타닐 4알을 사철성의 어머니에게 투여했는데, 그것은 사철성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사철성이 남편 호신을 죽일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해준이 ‘왜 저런 남자와 결혼했어요?’ 하고 묻자, 서래는 ‘다른 남자랑 헤어질 결심을 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서래는 외조부가 남긴 산 정상에 올라갔다가 해준을 만나는데, 해준은 서래가 가져온 외조부와 어머니의 유골을 그곳에 뿌려준다. 해준이 ‘왜 이포로 이사 왔느냐?’라고 묻자, 서래는 ‘당신을 볼 수 있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다.’라고 말한다. 두 사람은 처음으로 뜨겁게 키스한다.
며칠 후, 해준은 사철성이 설치한 추적기를 통해 서래의 차를 따라가면서 전화를 건다. 서래는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게 되었을 때,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시작했어요.’ 하고 말하면서 전화를 끊는다.
서래는 해변 모래사장에 구덩이를 깊게 파고 그 안에 들어가 밀물이 차오르기를 기다린다. 해준은 해변에서 서래의 빈 차를 발견하는데, 바로 발아래 모래 속에 서래가 파묻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서래를 부르며 미친 듯이 뛰어다니면서 영화가 끝난다.
‘헤어질 결심’(2022년)은 박찬욱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미스터리 로맨스 영화로, 칸 영화제 감독상 및 런던 비평가협회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아시아필름어워즈 여우주연상과 각본상, 미술상을 받았고, 국내에서도 백상예술대상을 비롯하여 많은 상을 받았다.
2022년 5월에 칸 영화제가 열린 프랑스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처음 상영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22년 6월에 개봉되었다. 제작비 135억 원을 투입하여 전 세계에서 2,3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총관객 191만 명을 기록하였다.
이 영화는 2022년 12월에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10대 영화’에 뽑혔고, BBC 선정 ‘2022년 최고의 영화 20편’에도 선정되었다. 2024년 11월에는 한국영상자료원 창립 50주년 기념으로 영화평론가를 포함한 영화산업종사자 240명의 투표로 선정된 ‘역대 한국 최고의 영화 100선’에서 9위에 올랐다.
‘헤어질 결심’은 형사와 용의자 사이의 사랑과 이별을 섬세하게 고찰한 영화이다. 형사 해준은 산 정상에서 추락사한 남자의 아내인 용의자 서래가 범인이 거의 확실한데도 자살로 종결하지만, 운명의 끈은 그들을 다시 새로운 사건으로 마주치게 한다. 서래의 새 남편이 또 죽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서래는 해변 모래사장에 스스로 파묻히는 파격적인 결말을 택한다. 해준은 밀물이 차오르는 해변에서 우왕좌왕하며 서래를 찾고 있다. 서래의 선택은 이별이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영원히 기억되기 위한 미제사건 방식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가슴에 간직하고 죽는 역설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해변과 해변 도시는 늘 안개에 젖어있다.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된 계기이자 영감이며, 이 영화의 주제곡이라고 할 수 있는 정훈희의 ‘안개’는 극 중 여러 장면에서 사운드트랙으로 나온다. 정훈희와 송창식이 함께 부른 듀엣 버전 ‘안개’는 영화의 끝 자막에서 흘러나온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찰스 브론슨이 형사로 나오는 르네 클레망 감독의 ‘빗속의 방문객’(1970년)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고, 결말에서는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1958년)의 마지막 장면인 여주인공 킴 노박의 종탑 추락 신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