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을 이렇게 보냈습니다>
-무레 요코 지음/손민수 譯/(주)리스컴 2023년판/221page
여유로운 삶의 한 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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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순간에 지극히 충실하게 삶을 살아가는 어느 일본 여류 작가의 생활기다. 개인의 취향을 살리고 글 쓰는 직업을 통해 하루하루의 시간을 알차게 엮어가는 글들이 읽는 이로 하여금 남의 생활을 들여다보는 호기심과 즐거움을 제공하지만 차분하게 자신의 삶을 거꾸로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당신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며 살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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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며 생활을 영위하는 모든 작가가 그러하지만 작가 ‘무레 요코’는 자신만의 성(城)을 온전하게 구축한 채 바깥세상과도 단절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꿋꿋하고 씩씩하게 영위해 나가고 있다.
작가가 여성이어서 그런지 그의 관심사는 주로 반려동물과의 생활, 먹는 음식과 좋아하는 음식 만들기, 뜨개질 등의 개인적인 관심사와 좀 더 나아가 사회적인 관심사로는 노인 부양 문제, 플라스틱 처리와 같은 환경 문제, 노인의 삶으로 접어들며 생활의 짐을 줄이는 문제 등이 주된 관심사다.
그 외 자신의 남는 시간을 보내는 방법으로 TV나 유튜브 시청, 라디오를 통한 음악 감상 등에 대한 나름 소회를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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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한 삶, Minimal Life!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선택한 작가 자신만의 삶의 방식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에 실려 있는 한 편 한 편의 내용들이 시종 차분하고 침착한 일색인 것은 그의 단순한 삶의 방식 탓일 것이다. 스케일 자체가 그녀의 작업장이자 생활터전인 집 주변 위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녀는 특별한 일(그녀가 22년간 키운 반려동물 ‘시이’가 죽자 어쩔 수 없이 외출)이 없으면 거의 외출을 하지 않는다. 직업상 구입하는 책들과 생활에 필요한 물품은 거의 다 인터넷 쇼핑몰로 해결하고, 필요한 사회 및 생활 정보도 인터넷이나 TV 시청으로 얻어낸다. 어쩌다 신문구독이 필요할 것 같아-TV나 인터넷은 자기가 원하는 정보를 다양하게 제공해주지 않는 단점이 있다-정기적으로 구독하며 나름 취향에 맞는 정보들을 읽으며 즐거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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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책을 통해 현대인이 놓치기 쉬운, 시간을 활용하여 삶을 매순간 향유하는 방법과 그 향유하는 방법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세심한 주의’를 작가의 작품에서 읽어낼 수 있다.
읽어가다 보면 오래 전 대학시절에 읽은 대만의 유명한 철학자인 고 ‘임어당(林語堂)’선생이 쓴 <생활의 발견>이라는 수필집을 읽는 것 같은 묘한 감동이 전해져 온다.
‘임어당’ 선생도 그의 수필집에서 삶의 기쁨과 즐거움을 소소한 생활 주변에서 얻을 것을 당부하며 세심한 필치를 선보였던 것이다. 그가 생전에 즐겨 애용했던 ‘흡연’에 대한 생각은 지금도 여전히 느낌이 생생하다.
요즘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라면 지치지 않고 나름 여유를 가지는 생활이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을 통해 한번 전열을 가다듬어 볼 일이다.
(2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