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핑크돌핀스 논평] 대정해상풍력은 돌고래 ‘살생’ 방안이다
오는 4월 28일 대정해상풍력 시범지구 지정동의안의 제주도의회 상임위 심사를 앞두고 지난 4월 20일 대정해상풍력 반대대책위와 만난 고용호 농수축경제위원장은 면담 자리에서 “대정해상풍력발전사업이 남방큰돌고래의 서식처를 훼손하는 문제가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보고 있다”고 발언하였다. 이 와중에 대정해상풍력발전 사업자측이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남방큰돌고래와의 상생 방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이들이 제시하는 것은 상생 방안이 아니라 돌고래 ’살생‘ 방안이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사업자측은 먼저 공동연구를 통해 제주도형 돌고래 상생모델 구축을 제안했다. 이 제안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상생모델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사업 추진에 관련된 모든 절차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 왜냐하면 해양보호생물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가장 중요한 서식처 한복판에 거대한 구조물 18기를 짓겠다는 행정 절차가 지금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사업의 원안 추진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면서 상생모델을 구축하자는 것은 진정성 없는 제안으로서 알맹이 없는 수사에 불과하다.
사업자측이 제시한 상생모델은 어떻게 추진되는가? 전문기관에 연구용역을 맡겨 시행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연구용역은 해상풍력의 공사 전, 공사 중, 공사 후에 따라 남방큰돌고래의 출몰현황, 생태특성, 소음영향을 따져보겠다고 한다. 한 마디로 현재 제출되어 있는 계획에서 아무런 변경 없이 일단 해상풍력 공사를 시작해서 진행하는 것을 전제로 돌고래 상생 연구를 하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미 공사를 시작한 뒤에 돌고래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것이 드러나면 업체 측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 공사 기간 중 연구의 중간결과가 나오면 그 내용을 즉시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이 말의 속뜻은 공사는 일단 시작하되 도출된 중간 연구 결과에 따라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수용하지 못할 부분은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연구 결과를 공사 진행 상황에 어떻게 적용할지는 철저히 사업자가 단독으로 결정하겠다는 말이다. 사업자는 지금까지 해온 방식대로 연구 결과를 적절히 취사선택해 공사 진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적용하고, 상생방안을 수용했다고 자화자찬 홍보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사업자측의 상생방안에 일말의 진정성을 있었다면 이미 2016년 공사가 끝나 상업운전을 하고 있는 탐라해상풍력과 올해 착공이 예정된 한림해상풍력 인근에서 남방큰돌고래의 출몰현황을 조사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로 제시했어야 할 것이다. 해상풍력과 돌고래의 상생 불가 문제는 이미 2015년부터 제주 지역에서 논란이 되어 왔다. 만약 사업자측이 이 문제를 돈으로 주민들을 매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객관적인 연구를 통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가려는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연구 용역을 진행해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이미 그 결과가 나왔어야 했기 때문이다. 대정해상풍력 사업자측은 사업이 처음 시작된 2012년 이후 지금까지 돌고래 상생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가 논란이 커진 지금에 와서야 상생연구를 하자고 뒤늦은 제안을 내놓았을 뿐이다.
또한 사업자측은 계속해서 환경영향평가 시행시 개선방안을 적용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 환경영향평가는 사업자측이 비용을 지불하고, 평가업체를 지정하여 진행하기 때문에 철저히 사업자의 영향력 아래 놓일 수밖에 없다. 단적인 예로 2019년 4월 17일 공개된 한동·평대 해상풍력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 초안에서는 2018년 1년간 구좌읍 한동, 평대리 해안을 조사한 결과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한 차례로 목격되지 않았다고 보고하였다. 구좌읍 김녕리에서 하도, 종달리로 이어지는 구간은 대정읍 일대와 함께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이 가장 자주 목격되는 곳이다. 국가기관인 국립 고래연구센터와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의 조사보고서에서도 이 구간이 남방큰돌고래가 자주 발견되는 곳으로 나온다. 그런데 같은 구간에서 1년 여간 환경영향평가 용역업체가 조사를 하면서 돌고래를 보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환경영향평가가 얼마나 엉터리로 진행되었는지를 증명할 뿐이다.
객관적이지 못하고, 사업자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현행 제도 하에서 진행되는 환경영향평가는 요식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에 결국 사업자에게 면죄부만을 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잘못된 환경영향평가를 심의하는 환경심의위원회에도 사업 자체를 못하게 하는 부동의 권한이 없다. 결국 환경영향평가에 들어가게 되면 일부 보완만이 가능할 뿐 사업 자체는 그대로 강행되는 것이다. 대정해상풍력발전 측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일단 착공을 한 뒤 ‘연구를 통해 상생모델을 도출하자’,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개선방안을 적용하자’는 등의 듣기에만 그럴듯한 사탕발림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결국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개선방향을 적용하겠다는 말은 사업을 원안대로 추진하겠다는 본심을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사업자측은 저소음/저진동 공법으로 시공하기 때문에 돌고래에게 미치는 영향이 ‘감소’한다고 주장한다. 항타공법 대신 역순환굴착(RCD)공법을 사용하고 주변에 버블커텐 등을 쳐서 소음이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바람개비를 지탱하는 말뚝 역시 자켓식으로 여러 개를 박는 방식이어서 소음을 ‘최소화’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이젠 아예 공사 진행을 염두에 두고 공법 타령까지 한다.
그런데 문제는 ‘최소화’, ‘저소음’, ‘감소’ 등의 단어가 가진 ‘의미론적 기만성’이다. 항타공법에 비해 굴착공법을 사용한다고 해서 소음이 없는 공사가 가능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국립환경연구원이 1992년 발간한 <사업장소음의 방지대책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항타소음이 91~107dB 일 때 RCD 굴착소음은 88dB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소음을 최소화한다는 공법을 적용해도 소음이 겨우 10% 줄어들 뿐인 것이다. 그렇다면 멸종위기 준위협종인 돌고래 서식처 한복판에 풍력타워 1기당 4개의 쇠말뚝 지지대, 그래서 총 72개의 하부 자켓을 해저면에 깊이 박는 대규모 굴착공사를 진행하면 소음과 진동이 얼마나 클까? 그러고도 이것이 과연 돌고래와의 상생방안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실제로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할 때 얼마나 큰 소음이 날까? 이 문제를 주제로 국립수산과학원 산하 고래연구센터에서 2015년 발표한 논문 <해양포유류 보호를 위한 수중 소음 관리 제도 도입 방안>을 보면, 해상풍력발전단지를 항타공법으로 건설할 때 나는 소음은 진원지로부터 100m 떨어진 거리에서 최대 205dB에 이르기 때문에 남방큰돌고래에게 영구적 장애(PTS)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한다. 항타공법 대신 RCD 굴착 공법을 사용해도 소음도는 겨우 10% 가량 감소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소음을 최소화한다느니, 저소음 공법이라느니 하는 행위가 결국은 돌고래 상생 방안이 아니라 살생 방안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일 정부는 해양포유류 보호를 위해 수중 공사 소음 진원지로부터 750미터 떨어진 곳에서 측정한 소음이 160dB 이상을 넘지 말 것을 의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이런 세부규정 자체가 없고 환경향평가법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는 세부평가항목에도 해양에 관한 사항은 누락되어 있다. 더욱이, 고래연구센터의 논문에 의하면 “풍력 발전단지 건설 소음은 40~80㎞ 밖에서도 감지되며, 운영 시 발생하는 저주파는 돌고래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음역대로, 돌고래의 분포 및 풍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해상풍력 발전단지 건설 공사에 따른 소음은 물리적 장애를 일으킬 정도로 크기 때문에 고래류가 강한 회피 반응을 나타내며, 운영 소음은 상대적으로 소음의 강도가 낮지만 여전히 돌고래류에 여러 가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밝히고 있다.
국립 고래연구센터가 이 논문에서 내놓은 결론은 다음과 같다.
제주도의 남방큰돌고래는 연안 정착성으로 해안선에서 500m 이내에서 주로 서식하기 때문에 한림 발전단지로 인한 소음 회피 반응은 서식지 손실로 바로 이어진다. 또한 소음원과 해안선이 1㎞ 이내이기 때문에 좁은 제주도 연안을 따라 이동하는 남방큰돌고래들에게 발전단지가 이동을 차단하는 장벽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대정해상풍력 사업자가 저소음 공법으로 시공하며 돌고래와 상생하겠다는 주장은 그럴듯한 거짓임이 판명되었다. 핫핑크돌핀스는 이와 같은 이유에 따라 현재처럼 대정읍 해안가에서 약 1.2km 이격한 거리에서 시작되는 해상공사 계획은 제돌이와 춘삼이, 삼팔이, 복순이 등 돌고래쇼를 하다가 고향 바다로 돌아온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이 자주 목격되는 서식처와 정확히 겹치기 때문에, 현재의 계획을 전면 철회하지 않고 제시되는 어떤 방안도 돌고래와 상생이나 공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제주도의회는 해상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선 곳에서 남방큰돌고래들이 살아갈 수 없다는 해양포유류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하여 이 사업 자체를 폐기시켜야 할 것이다. 제주 바다의 보물 남방큰돌고래를 지키려면 서식처를 그대로 보전하는 방법밖에 다른 길은 없다.
2020년 4월 27일
핫핑크돌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