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맷길 3코스 1구간은 오륙도 유람선착장, 신선대, UN기념공원, 부산외국어대학( 금정구로 이전) 지나 부산진시장까지 11키로 이다. 바람이 세차게 분다. 허연 수염을 날리는 파도는 힘이 있어 보인다. 바람에 주체가 어려워 난간을 잡고 뒤뚱거린다.
오륙도 가는 길은 음성 나환자와 양계장이 있던 곳이다. 내리막 골목을 지나면 선착장에 횟집들이 바다 가까이 있었다. 백운포 쪽으로도 작은 횟집들이 있어 물에 젖은 젊음을 말리고 했다. 이제는 고층 아파트가 바다를 내다보고 있다. 햇빛공원를 만들고 스카이워크를 절벽 끝에 붙여놓았다.
신선대가 보고 싶다. 부산에 있는 대(臺)중에 유일하게 아직 보지 못한 신선(神仙)이 살았던 곳이다. 신선대에서 내려다 보는 우암반도 모습은 철제 박스와 골리앗 크레인이 온 바다를 메운다. 산을 내려와 동명불원으로 간다. 큰 애를 안고 찍은 오래된 사진에는 대웅전 앞이 허허벌판 였는데 이제는 아파트와 대학 건물들이 막아섰다. 나는 옛날을 찾아다니고 세월은 저만치 가고 없다.
동명목재 강석진 회장은 1984년 10월 29일 “내가 왜 악덕 기업인이더란 말인가”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제5공화국 신군부는 반사회적 악덕 기업주로 몰아 동명그룹을 강제로 해체, 도산시키고 그를 구속했다.
용당세관과 지금은 없어진 동명목재, 그리고 신선대 부두가 떡 버티고 있다. 수목 전시장과 평화공원은 인근에 사는 사람들의 휴식 공간이다. 평화공원 탑 아래에 이렇게 쓰여있다.
“We express our deepest gratitude and respect to the scared sprit and sacrifice of UN forces who devoted their lives to safeguard the freedom and peace of the Republic of Korea.”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한 유엔군 참전용사의 숭고한 정신과 희생에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극동의 조그마한 나라의 자유와 평회를 위한 참전 16개국의 많은 젊은 군인들이 죽었다. 에티오피아 같은 아프리카 참전은 우리가 처한 현실에 많은 생각을 한다. 유엔기념공원은 이른 아침에 문이 닫쳐있다.
시간이 멈춰있다. 우암동 부두를 지나면서 길에 줄을 지어 있는 술집 가게는 아직도 그 자리에 있다. 우암동에서 부산진시장으로 넘어가는 장고개도 시간은 멈춰있다. 문현동 곱창골목도 여전히 옛날이 남아있다. 우암동에서 문현동 넘어가는 길은 날이 서지 않은 어제를 생각나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