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립박물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헤매기 일쑤다.출입구가 어딘지 찾기가 쉽지 않다.전시실 운영은 둘째치고 입구 조차 찾기 힘든 건물 구조에 혀를 찬다. 주차장 옆에 쪽문처럼 난 문을 통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형태가 박물관 입구라고 하기엔 참으로 옹색하다.명색이 박물관인데 어떻게 저렇게 설계했을까 하는 답답함이 든다.
속초문화를 대표하는 공간의 모습이다.문화를 이야기하고 문화도시를 지향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초라하기 그지 업고 척박한 사막같다.수려한 산과 바다.호수라는 풍경 이외는 제대로 된 문화시설을 찾아 보기도 만나기도 어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속초시는 법정문화도시 지정을 준비하고 있다.준비단 조직도 꾸렸다.문화도시로 발돋움 하려는 의지를 탓할 생각은 없다. 허나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속초가 지향하는 문화도시가 무엇이냐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그 질문에는 그동안 속초문화에 대한 성찰도 포함된다.
신흥도시기에 역사문화적으로 빈약한 건 사실이다. 그래도 현대사에서 축적된 문화라고 할만한 장소나 구조물을 대하는 속초시의 태도를 보면 과연 문화도시에 대한 생각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수복탑, 동명동 성당, 갯배등 나름 문화 유산이라 할만한 것들은 지금 거의 찬밥 신세다.그 자체가 역사문화인 아바이 마을은 어떻게 되었는가? .방치되다 시피하고 그 가치에 대한 전혀 무관심 그 자체다.고층 아파트 난개발의 틈새에서 신음하고 있다.이런 부분에 대한 혁신적 성찰 없이 문화도시로 간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미술관 이야기를 해보자. 세계적인 문화도시에는 반드시 미술관이 있다.미술관이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지역의 건강한 문화생태계다. 반드시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문화도시의 토대가 될수 있다.개인 미술관들이 하나씩 문을 연다고 하지만 속초시에 들르고 싶은 미술관이 있는가?
문화체육관광부 ‘문화도시 조성사업’에는 대표적 문화자원인 ‘박물관과 미술관’은 배제돼 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문화도시 방정식에 어긋나는 정책이다.
법정문화도시 준비를 속초로서는 박물관과 미술관 배제는 다행인지 모른다.허나 그게 평가를 받는데 유리할지 모르지만 진정한 문화도시 평가라 할수 있을까.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이런 수준과 인식에서 법정문화 도시가 된들 진정한 인정을 받겠냐는 것이다.문화라고 할만한 것은 박살내고 천대시 하면서 이벤트나 행사 차원에서 접근하고 구조물이나 설치하는 수준의 인식으로 누구나 방문하고 싶어하는 문화도시가 될 수 없다.메마른 도시 속초의 현실을 직시하고 대전환을 해야 한다. 문화향기가 도처에서 나고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활력이 나는 게 기본이다.산과 바다 호수가 어우러진 공간적 풍성함속에 문화가 자리할 멋진 장소가 얼마나 많은가…
법정문화도시 지정에 앞서 문화도시 속초의 전제조건과 지향점이 무엇인지 개념부터 다시 설정하고 그야말로 백년대계를 세우는 작업이 먼저다.생각을 바꾸고 인식의 틀을 깨야 한다.기본부터 틀렸다.
글:박도형(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