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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낚시’라는 말을 들으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의 헐리우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포스터를 떠올릴 것이다.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미국 몬타주 강가의 아담한 시골 교회에서 목사로 살던 아버지와 그 가족들의 삶을 다루었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젊은 시절 브래드 피트의 눈부신 모습과 함께 아름다운 영상미와 멋진 음악으로 추억되는 명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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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드러워진 오후의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부서지던 소양강 맑은 물. 김소연씨의 플라이라인이 우아한 포물선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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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에 개봉된 터라 벌써 20년이 지난 고전이 되었지만, 폴(브래드 피트 분)과 형이 아버지와 함께 은빛으로 반짝이던 강에서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낚싯줄을 던지던 장면은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었다.
그 영화 때문인지 사람들은 보통 ‘플라이낚시’를 아주 낭만적이고 멋진, 그리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레저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잘 잡고 못 잡고를 떠나 낚시라는 행위 자체야말로 얼마나 쉽고 심플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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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푸른 하늘과 투명한 물빛, 신록의 자연 속에서 즐긴 플라이낚시. 그 매력은 가히 대적할 만한 게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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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수생곤충의 형태를 이미테이션한 플라이(fly)를 새의 깃털, 동물의 털, 인조재료 등으로 만들어 물고기를 낚는 플라이낚시는 방법조차도 ‘공부’해야 하고, 또 앞선 이들로부터 반드시 배워야 하는 ‘까다로운’ 과목이다.
인조 미끼인 플라이 훅이 무척 가벼워 추를 이용한 일반 낚시와는 달리 비거리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플라이낚시 전용 줄인 굵은 플라이라인의 무게를 이용해 대상어가 있는 포인트까지 날려야 한다. 이 동작을 ‘캐스팅’이라 하는데, 제대로 익히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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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엄지와 검지를 잘 보세요.” 로드 잡는 방법을 알려 주고 있는 최부식씨와 초보낚시꾼 김소연씨. 3 “이슬씨, 손목이 아니라 팔꿈치를 움직여 캐스팅해야 합니다.” 마음처럼 잘 안 되는 이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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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낚시를 난생 처음 접한 취재팀도 막상 해보니 은근히 턱이 높아서 입문 자체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기본자세나, 캐스팅법도 어려웠지만 무엇보다 낯선 관련용어 때문에 이해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에서 본 것처럼 우아하고 낭만적이며, 아주 흥미진진하고 즐거움 가득한 레저인 것만은 분명했다.
초여름을 알리는 비가 내린 직후 찾은 소양강, 약속한 인제 들머리의 군축교 아래로 가니 이미 많은 이들이 강가에 친 타프 그늘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완벽하게 무장을 한 몇몇 꾼들은 영화에서처럼 강물에 몸을 반쯤 담근 채 여기저기서 멋지고 우아한 자태로 캐스팅에 한창이었다. 딱 봐도 한눈에 마니아임을 알 수 있었던 이들은 플라이낚시 전문 쇼핑몰인 ‘스파이더 플라이(www.spiderfly.co.kr)’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동호인들이었다. 오늘 우리 취재에 도움을 주기로 한, 국내서 손꼽히는 플라이낚시 전문가인 최부식씨가 이 쇼핑몰 운영자여서 출조 겸 함께 걸음을 한 터였다.
가장 중요한 동작인 캐스팅을 제대로 배워야
우리는 플라이낚시를 빨리 접하고파 인사만 대충 나누고는 들뜬 마음에 최부식씨를 졸라 곧장 강습에 들어갔다. 취재에 동행한 이진아씨와 김소연씨 그리고 이슬씨는 최부식씨가 준비해 온 낚싯대를 하나씩 들고 강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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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 제대로 해보겠다며 강물에 들어간 김소연씨와 이진아씨(왼쪽). 라인의 궤적이 우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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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낚싯대를 플라이로드라고 부릅니다. 낚싯대는 기본적으로 로드와 릴, 그리고 낚싯줄인 라인, 털바늘로 된 미끼인 훅으로 구성됩니다. 고기를 잡기 위해서는 원하는 곳에 훅을 던져서 유인해야 하는데, 이 동작을 캐스팅이라 부릅니다. 캐스팅에도 장소나 대상 어종 등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우선 가장 기본적인 캐스팅 동작을 알려드릴게요.”
최씨는 로드는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로드 방향과 나란히 편 상태로 잡고, 라인은 검지만으로 잡아야 하며, 그 상태로 로드를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세운 후 10시와 2시 사이로 앞뒤로 움직이며 연습하면 된다고 알려 준다. 이를 캐스팅 각도라고 하며, 이때 손목은 움직이지 않고 팔꿈치만 사용해 그 각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멀리 그리고 정확한 위치에 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명 한 명 돌아가며 캐스팅 자세를 배우고는 마치 태엽을 감아 둔 인형처럼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연습이 이어졌다. 한참 연습을 하다가 뒤돌아보니 ‘스파이더 플라이’ 동호인들은 아직도 타프 그늘에서 벗어날 생각을 않은 채 서로 대화를 나누며 유유자적하고 있었다.
오늘은 낚시하지 않으실 건가 봐요?”
“아, 원래 낮에는 입질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아침이나 저녁 나절이 되어야 고기들이 활동해요. 그래서 때를 기다리는 동안 이렇게 자연을 벗 삼아 즐기고 노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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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모두의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던 최부식 프로의 캐스팅 시범.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 연습해야 터득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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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지긋한 백발의 노인부터 30대 청춘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플라이낚시를 통해 소통하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 배경이 신록에 뒤덮인 맑은 물 흐르는 소양강이라니, 참으로 여유로운 풍광이었다.
입문자는 동호회나 전문 숍 도움 받는 게 좋다
김소연씨의 캐스팅 동작을 지켜보던 박운오씨가 타프 그늘을 벗어나 지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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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이날의 대상어종인 ‘끄리’를 들고 즐거워하는 이슬씨. 옆에서 캐스팅 하던 전문가가 잡은 것이다. 3 최부식 프로의 훅박스. 마니아들은 직접 훅을 만들어 쓴다. 4 김소연씨의 동작을 수정해 주고 있는 박운오씨(맨 오른쪽). 모두 캐스팅 연습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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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죠? 뭐든지 기본동작을 몸에 배게 하는 게 중요한데, 그것이 만만찮은 거 같아요. 최 프로께서 알려 주신 것처럼 10시에서 2시 사이로 로드를 움직여야 하고, 손목을 사용해서 각도를 조절하면 쉽게 지치고 캐스팅이 올바로 이뤄지지 않아요. 이 동작이 몸에 붙어야 물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시 해보세요.”
이들은 최부식씨를 ‘최 프로’라고 불렀다.
“2세대인 최 프로는 플라이낚시로는 우리나라에서 최고라고 보면 됩니다. 오래 하기도 했고, 잘하기도 하고요. 낚시채널인 FTV에도 단골 출연하지만 진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죠.”
하나같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그를 진정한 플라이낚시꾼이라 인정했다. 이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작 최부식씨는 기본자세에 전전긍긍하는 세 명의 초보자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 플라이낚시 인구가 많진 않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김소연씨의 캐스팅 연습을 도와주던 박운오씨가 테이블 쪽으로 돌아오기에 물었다.
“현재 우리나라엔 5,000명쯤 됩니다. 굉장히 많이 늘어난 것이죠. 지금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고요. 그렇지만 플라이낚시라는 게 용품 가격이 비싸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하며, 익혀야 할 기술이 워낙 많다 보니 처음엔 강한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진정한 매력을 알기도 전에 제풀에 꺾여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안타깝죠.”
플라이낚시는 개인이 독학으로 배우기엔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전문 동호회에 가입해 기초적인 정보를 얻고, 이론부터 실제적인 것까지 도움을 받는 게 바람직하단다. 또 ‘스파이더 플라이’ 같은 대부분의 전문 숍들이 클럽도 운영하고 있어서 숍을 이용하면 도움을 받기 쉽다고 했다.
잡았다가 다시 놓아 주는 게 플라이낚시의 미덕
한참동안 캐스팅 연습을 하던 세 초보자들이 팔이 아파 좀 쉬어야겠다며 타프 쪽으로 왔다. 그들이 들고 있는 낚싯대 모양이 다 달라서 최부식씨에게 가격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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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소양강 모래밭에서의 야영. 음악 같던 여울물소리를 들으며 행복한 시간이었다. 2 훌륭한 잠자리가 되어줄 네파의 ‘팝업텐트’를 설치하고 있다. 반자동이어서 여성도 쉽게 설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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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 중에서 가장 싼 것이 70만 원이고, 중간 것이 120만 원, 나머지 하나는 200만 원을 호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초보자의 경우 고가품보다는 20만~30만원대의 낚싯대를 구해서 입문하는 것을 권하죠.”
문제는 100만 원이 넘는 플라이낚싯대가 계류, 강, 호수, 바다 등 장소와 대상어종에 따라 0번부터 12번까지 다양하다는 것. 거기에 따라 릴을 바꿔야 하고, 라인과 훅도 교체해야 한단다. 경비가 만만찮게 들어갈 것 같았다. 게다가 플라이 조끼와 훅박스, 마커, 멜빵바지처럼 생긴 웨이더와 계류화 등 준비해야 할 소품도 한두 가지가 아니라니. 그러나 이는 경비의 문제가 아니라 그만큼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플라이낚시의 3대 즐거움이 캐스팅(casting), 타잉(tying), 피싱(fishing)인데, 타잉이란 각종 털이나 재료를 이용해 훅을 만드는 작업을 말합니다. 초보 때는 숍에서 몇 개씩 사서 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호기심이 생겨 재료를 구해서 직접 제작하죠.”
옆에 있던 박운오씨가 부연설명을 했다. 이날 모인 동호인들도 모두 집에서 스스로 만들어 쓴다며 각자의 훅을 자랑스레 보여 주기도 했다. 어떤 이는 타잉 재료만 500만 원어치를 가지고 있다니 어느 분야든지 마니아의 세계란 정말로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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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플라이낚시 취재가 있었던 군축교 아래의 소양강. 드넓은 초원의 둔치와 너른 백사장, 그리고 맑은 강물 건너편으로 기암절벽이 펼쳐져 최고의 풍광을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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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바람이 좋았다. 우리나라 청정 고산을 대표하는 가리봉과 점봉산, 설악산과 마산 등의 백두대간 서쪽 골짝의 모든 물이 모여 드는 소양강이어서 물빛 또한 더없이 깨끗했다. 넓은 강 둔치를 가득 덮은 들풀과 주변 산은 한껏 짙어진 신록으로 눈부셨다. 강물에 담가두었던 수박을 쪼개 먹으며 그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사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스파이더 플라이’ 동호인들이 하나 둘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준치, 베스, 눈불게, 송어 등 계절이나 장소마다 잡히는 물고기가 다른데, 오늘 이곳에서는 끄리라는 민물고기가 대상어종입니다. 이제 저녁 무렵이니 입질이 활발할 때군요. 우리도 슬슬 움직여 봐야죠.”
최부식씨를 비롯해 모든 이들이 능숙한 솜씨로 장비를 챙기더니 자기들만의 포인트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어진 캐스팅. 은비늘처럼 반짝이며 흐르는 맑은 강물 위로 춤추듯 우아하게 날아다니는 라인의 궤적이 그대로 예술이었다. 소리 없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군무를 보는 듯, 해 지는 풍광을 배경으로 너무나 잘 어울리는 몸짓이었다. ‘흐르는 강물처럼’이 왜 그토록 아름다운 영상으로 가득했는지 충분히 납득이 가는 장면이 눈앞 가득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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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인제행 버스가 1일 28회(06:30~19:50) 출발한다. 1시간30분쯤 걸리며 요금은 1만2,200원. 인제터미널에서 홍천 신남터미널까지 가는 농어촌버스(06:30, 07:30, 09:30, 11:10, 12:10, 12:45, 13:50, 15:50, 16:50, 18:20, 19:30)가 군축교 지나서 선다. 38휴게소 전까지는 1,700원, 그 후는 18,00원 받는다.
승용차로는 홍천을 지나 원통으로 가는 44번국도를 이용한다. 인제 방면으로 가다가 남전약수 지나 인제대교를 건너기 직전 오른쪽 인제휴게소로 들어서면 군축교 아래로 내려서는 길이 있다. 참고로 인제대교는 하류 쪽에 새로 지은 다리고, 군축교는 상류 쪽에 있는 옛날 다리다.
숙박(지역번호 033) 군축교에서 가까운 인제읍내에 깔끔한 숙박시설이 많다. 인제웨딩홀 안쪽 골짝에 들어선 ‘갯골산머루민박(461-1980)’은 강원도가 좋아서 자주 찾던 이정만씨 부부가 아예 정착해 문을 연 곳이다. 맑고 시원한 갯골 가에 들어서 있으며 넓은 정원과 정원 가득 심겨진 각종 과실수가 익어가는 풍광이 특징. 또 몇 채의 건물이 정원 곳곳에 독립해 들어서 있다. 주인장의 넉넉하고 친절한 인심은 이곳에 단골이 많은 이유다.
맛집(지역번호 033) 인제는 오가는 길의 맛집들이 더 유명하다. 그중 홍천에 있는 막국수와 화로구이를 빼놓을 수 없다. 44번국도의 팜파스휴게소 지나 만나는 첫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들어서면 ‘가리산막국수(435-2704)’가 있다. 강원도로 여행을 떠난 이들이라면 거의 한두 번씩은 들러 맛을 보았을 만큼 유명한 곳. 열무김치와 함께 나오는 막국수(6,000원)가 가장 인기다. 그 외에도 두부전골(2인분 1만4,000원), 청국장(7,000원), 추어탕(8,000원), 민물새우수제비(2인분 1만4,000원), 닭도리탕(4만 원), 감자전(6,000원) 등 다양한 메뉴를 내놓는다.
44번국도를 따라 가평에서 홍천으로 들어서다 보면 오른쪽에 화로구이촌이 보인다. ‘양지말화로구이(435-7533)’, ‘무궁화화로구이(435-6954)’, ‘E2 효소화로구이 (434-2770)’ 등 화로구이 전문 식당들이 몰려 있는 곳. 화로구이 1인분(200g)에 1만2,000원, 양송이더덕구이 1만5,000원, 막국수 6,000원, 묵사발은 8,000원이다. 카페도 있어서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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