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영화 제목이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매우 흥미롭게 읽었던 원작 소설을 영화화 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원작 소설을 3년 전, 재수학원에서 읽었다. 속세와 아예 단절된 용인시 처인구의 한 산속에서 전자기기, 이성과의 대화, 사복 등 공부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금지되었던 곳이었다. 그곳에서 나에게 가장 즐거웠던 일탈 중 하나는 바로 독서였다. 재수학원에서 읽었던 책의 양이 대학 들어와서 읽은 책의 양보다 훨씬 많았을 것이다. 그 중 가장 몰입해서 읽은 책이 바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다. 이 책은 나의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신미현이라는 친구의 것이었는데, 줄거리보다는 책의 표지와 제목을 보고 빌려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다음의 카카오톡 대화는 가상이지만, 실제 인물과 실제로 있었던 일과 영화를 보고 난 후 나의 소감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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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말한 것처럼, 이 영화는 나에게 실망감을 더 크게 안겨주었다. 원작 소설이 워낙 스토리가 탄탄하고, 배경도 전 세계를 바탕으로 하고, 수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니 그 모든 것을 담기에는 영화로는 역부족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영화만 봤다면 개연성이 부족하고 억지인 부분이 많다고 느꼈을 것 같다. 하지만 원작을 읽은 상태에서 영화를 보니 등장인물들을 비롯한 과거와 현재의 여러 사건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영화의 스토리는 생략된 내용이 많아 다소 아쉬웠지만 원작의 분위기는 아주 잘 살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인공인 100세 노인 알란은 시종일관 유쾌한 성격으로 죽을 고비를 우습다는 듯이 넘기고 또 넘긴다. 그래서 그가 100세까지 목숨을 연장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영화에서는 이런 유쾌한 분위기를 잘 표현하고 있다. 특히 범죄 조직단을 처리하는 장면 중 코끼리 소냐를 정말 등장시킬까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그런 기대를 아주 잘 충족시켜주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서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란 사건 담당 형사의 느긋하고 답답한 일처리에 짜증이 날 것이고, 처음 보는 수상한 노인들을 아무런 의심 없이 차에 태워 주는 장면을 보고 놀라워 할 것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꼭 원작 소설을 읽으라고 추천하고 싶다. 위 카톡에서 말한 것처럼 알란은 한 평생을 굴곡지게 살아왔다. 1차 세계대전, 스페인 내전,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의 내전 등 실제로 있었던 사건들을 알란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그는 심지어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까지 마주한다. 책의 첫장부터 끝까지 허무맹랑하지만 그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알란은 영화의 마지막에서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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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를 써야 한다는 의무감 반, 원작 소설을 어떻게 영화로 표현했을까 하는 호기심 반으로 보기 시작한 영화지만 마지막 장면 만큼은 꽤 인상적이었다. "지금 현재는 나에게 소중한 순간인가? 나는 이때까지 소중한 순간을 잘 누렸는가? 어떻게 누리는 것이 소중한 순간을 잘 누리는 것일까?" 라는 질문들을 나에게 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질문들의 답을 생각해 보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알란 말대로, 우리에게 내일이 있으리란 보장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