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7,51─8,1ㄱ; 요한 6,30-35
+ 찬미 예수님
안녕하셨어요? 여러분들께서 기도해 주신 덕에 피정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세월호 참사 10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세월호 참사 때 순직하신 선생님 중 청주 천주교 공원묘지에 계신 남윤철 아우구스티노 선생님을 제외한 열 분의 선생님들이 현충원에 모셔져 계십니다. 또한 승객들을 먼저 대피시키다 순직하신 승무원 세 분과, 2014년 7월 17일, 세월호 실종자 수색 지원 임무를 마치고 팽목항에서 강원소방본부로 귀환하던 중 광주에서 추락해서 순직하신 다섯 분의 소방 공무원이 현충원에 모셔져 계십니다.
오늘 대전교구 사회복음화국의 주최로 현충원에서 세월호 10주기 미사가 봉헌되었는데요, 수녀님들과 교우들 181분과 12분의 신부님들이 미사에 함께 해 주셨습니다. 우리 본당에서 상임위원회와 레지오, 연령회, 사회복음화분과를 비롯해 많은 분들이 봉사해 주시고 미사에 참례해 기도해 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는 여섯 분의 주교님과 아빠스님 명의로 세월호 참사 10주기 담화문을 반포하셨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도 하느님께서 잊지 않으신다.”(루카 12,6 참조)라는 제목의 담화문에서 주교님들은 “기억만이 살아갈 길인 사람들과 망각이 살길인 사람들 사이의 크고 작은 갈등과 대립이 아직도 일어나고 있고, 이는 세월호 참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고 말씀하시면서, “최근까지도 사회적 참사가 반복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세월호 참사는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고 지적하십니다.
“사회적 약자를 향한 열린 마음과 연대”를 호소하며 주교님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은 그 근본 쇄신책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끝낼 수도 없고, 끝내서도 안 됩니다.”라고 말씀하시며 “곤경에 놓인 사람을 만나실 때마다 늘 가엾은 마음으로 손을 잡아주시고 일으켜 주신” 예수님의 마음을 본받아 “유가족들의 손을 잡아주고, 그러한 고통의 원인이 된 사회적 조건들을 바꾸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모든 형제들, 186항)이 그리스도인의 숭고한 소명이라 강조하십니다.
참사 때 희생된 단원고 학생 중에 박성호 임마누엘이라는 학생이 있는데요, 무척 열심한 예비신학생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사제가 되자’고 다짐한 단짝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작년 12월에 부제품을 받았습니다. 10년이라는 세월이 그런 시간이더라고요. 성호의 친구 부제님을 얼마 전 가톨릭신문이 인터뷰했는데, 그 내용을 옮겨봅니다.
“'가난하고, 고통 받고, 버려지고, 또 슬퍼서 울어야 하는데 울지 못하는 그런 사람들 곁에서 때로는 같이 울고, 때로는 위로하고, 또 그 안에서 다시 웃을 수 있게끔 힘을 주는 사제가 되고 싶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성호를 비롯한 여러 친구들을 잃고, 심 부제의 삶은 슬픔으로 가득 찼다.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상처는 더 깊어졌고, 마땅히 울어야 했지만, 울지도 못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하느님은 어디 계신가’란 한탄이 저절로 튀어나오는 시간. 그 속에서 많은 이들이 심 부제 곁에 있었다.
심 부제는 ‘많은 신부님들이, 수녀님들이, 신자분들이 곁에 계셨는데, 사실 그분들 성함이나 세례명도 기억하지 못한다’면서 ‘그러나 그분들을 통해 곁에 하느님이 계시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도 그분들처럼 제가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기억하게 해주는 신부님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부제님의 말씀이 제게 큰 울림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10년 전, “도대체 하느님은 어디 계시냐”고 물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같은 물음이 되풀이됩니다. 우리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당신은 왜 개입하시지 않는지’를 따질 것인지, 아니면 나 자신이 고통받는 사람의 이웃이 되어주고, 그가 나와 다른 이들의 사랑과 희생을 통해 하느님을 발견하게 해줄 것인지 말입니다.
오늘 독서에서 스테파노 성인은 순교 직전에 “보십시오, 하늘이 열려 있고 사람의 아들이 하느님 오른쪽에 서 계신 것이 보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사도신경에서 예수님께서 ‘성부 오른편에 앉아 계시다’고 고백합니다. 그런데 스테파노는 예수님께서 서 계신 것이 보인다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서 계신 이유는 하늘에서 스테파노를 맞이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중개하시기 위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히브리서는 예수님께서 “당신을 통하여 하느님께 나아가는 사람들을 언제나 구원하실 수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늘 살아 계시어 그들을 위하여 빌어 주십니다”(히브 7,25)라고 고백합니다.
마침내 스테파노 성인은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라고 기도하며, 예수님께서 돌아가실 때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다시 보여줍니다.
사회적 참사로 희생당한 영혼들을 예수님께서 구원하여 주시기를, 그리고 그날로 시간이 멈추어져 있는 가족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우리의 공감과 연대 그리고 실천을 통하여 그 일을 해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 세월호 참사 10주기 담화 :
세월호 참사 10주기 담화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cbck.or.kr)
https://youtu.be/ruqHLGQ5QI8?si=Ga6sEUerkoEJsqnA
산울림 노래, 안녕
국립대전현충원 순직공무원묘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