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최고 권력자가 되었을 때의 상황은 태조 왕건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100년이나 지속된 일본의 전국시대를 끝내고, 서양에서 들어온 조총을 이용해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권좌는 불안하기만 했습니다.
몇몇 힘있는 장군을 제압하고 조총으로 위협해 통일까지는 이뤘지만 여전히 각 지방에 막강한
세력들이 살아 있었거든요.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그가 쓴 방법이 바로 임진왜란입니다.
생각해볼까요. 100년이나 전쟁을 치른 일본에는 병력과 무기, 전쟁을 위한 물자가
넘쳐났습니다. 이것을 그대로 두면 어느 한구석에선가 폭발해 나라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되겠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이 에너지를 한데 모아 외부로 발산해 버립니다.
바로 임진왜란 1592년이었습니다. 혈기로 가득 차 있던 일본의 사무라이들은 도요토미 히데요시
에게 조선을 지나 명나라를 친다는 계획을 듣자마자 환호성을 지릅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여기서 한번 더 머리를 써서 조선으로 떠나는 20만 대군의 선봉에 대부분 자신의 반대파들을
세웁니다. 명분은 전쟁의 선봉이었지만 적군의 손을 빌려 반대파들을 척결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던 거죠. 실제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위협할 수 있었던 세력들은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대부분 사라집니다.
임진왜란이라는 전쟁은 그에게는 아쉬울 게 없는 계획이었습니다. 전쟁에서 이기면 조선이든
명나라든 손에 넣을 수 있고, 지더라도 전쟁 중에 조선에서 많은 인재와 물자를 약탈해 올 수
있으니까요. 또한 바다 건너 조선이나 명나라가 반격해 오기도 어렵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근현대 이전에 배를 띄워 일본 정벌에 나선 나라는 고려시대 몽골이 유일합니다. 물론
태풍과 일본의 강력한 방어로 실패로 돌아가지만요.
- 설민석의 '무도 한국사 특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