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경제] 듀프 소비(Duplication Consumption) - 고가 브랜드 모방한 제품 사는 현상… 베끼기 경쟁 낳을

[정승남세기영어교육연구회장]

[생활 속 경제] 듀프 소비(Duplication Consumption)

고가 브랜드 모방한 제품 사는 현상… 베끼기 경쟁 낳을 우려도 있죠

듀프 소비(Duplication Consumption)

김나영 서울 양정중 사회과 교사 입력 2024.12.12. 00:30 조선일보

일러스트=박상훈

Q. 요즘 ‘듀프 소비’가 유행한다는 기사를 봤어요. 이를 두고 지식재산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다고 합니다. 듀프 소비는 무엇이고, 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건가요?

A. 듀프는 복제를 뜻하는 영단어 ‘듀플리케이션(duplication)’에서 따온 말입니다.

하지만 원래 제품을 똑같이 모방한 불법 복제와는 달라요. 기존 제품의 느낌은 살리되, 일정 부분 변형하는 걸 뜻해요. 듀프 소비는 고가 명품 브랜드 제품 등을 모방하되 저렴하게 만든 ‘듀프 제품’을 사는 것을 말합니다.

요즘 소셜미디어에선 듀프 제품 광고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어요. 최근 한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에선 ‘럭셔리 브랜드와 비슷한 색깔이지만, 가격은 20분의 1 수준’이라는 홍보 문구를 내걸기도 했고요. 중저가 의류 브랜드에서도 명품 느낌을 살리면서도 다른 디자인을 가미한 제품이 인기라고 합니다.

듀프 제품은 청소년과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요. 고가 브랜드 제품을 사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를 잘 읽어낸 마케팅이랍니다. 듀프 제품들은 가격 대비 성능과 만족감이 높아 젊은 층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어요.

하지만 듀프 제품을 두고 지식재산권 침해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지식재산권은 특허권·디자인권·상표권 등이 포함된답니다. 특허권은 어떤 제품을 개발한 개인이나 회사가 일정 기간 해당 제품을 독점적으로 생산할 권리를 뜻해요. 디자인권은 특정 디자인에 대한 독점적 사용 권리를, 상표권은 브랜드명이나 로고에 대한 독점적 사용 권리를 의미하죠.

지식재산권 보호가 중요한 이유는 원작자의 권리를 인정해주어야 앞으로 새로운 제품이나 디자인도 활발히 나올 수 있기 때문이에요. 명품 브랜드 제품이 비싼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 과정과 디자인에 들어가는 비용이 크기 때문이에요.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마케팅과 홍보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도 상당하고요.

예를 들어 설명해볼게요. 화장품을 만드는 A사는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 성능 좋은 화장품을 개발하고, 유명한 디자이너를 영입해 패키지 디자인을 만들었습니다. A사의 신제품은 좋긴 하지만 그만큼 가격이 비싸 구입을 망설이는 소비자가 많죠. 그런데, 이를 본 B사는 A사의 신제품을 모방해 많은 부분이 비슷하지만 가격은 저렴한 화장품을 내놓습니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B사 제품을 선택하게 되겠죠.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A사처럼 오랜 노력과 비용을 들여 좋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점차 사라질 거예요. 누군가가 내놓은 제품을 모방해서 만드는 게 훨씬 비용이 덜 들고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도 쉬우니까요.

B사는 A사 제품을 모방했지만 일부 변형해 제품을 내놨기에 특허권과 디자인권을 어겼다고 보기가 애매해지죠. 따라서 어디까지가 합법적인 모방인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요. 모방을 통해 더 발전된 제품이 개발될 수도 있지만, 자칫 지나친 베끼기 경쟁으로 다른 회사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고 시장 전체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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