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차(기성망양해수욕장 ~ 울진읍) : 18.5km
어제 마신 소주가 아직 덜 깨었는지 몽롱하다.
창 밖을 내다보니 가랑비가 내린다.
우씨! 날씨 좋다고 구라청이 이야기 했었는데 역시 구라였다.ㅎ
아침에 모텔 사장이 끓여준 라면과 밥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출발한다.
걷으로 보기에는 아직 활기차다.
원래 첫날이 힘들다.
그 다음부터는 관성이 붙어서 그냥 발이 저절로 나간다.ㅎㅎㅎ
왠만한 비는 그냥 몸으로 받아낼 요량으로 그냥 출발한다.
오늘은 기성망양해수욕장을 출발해서 망양정을 보고 울진읍까지만 간다.
거리는 짧지만 중간에 성류굴에 들를 계획이기 때문에 계획된 거리보다 한 4km 더 걸을 듯하다.
비가 심하게만 오지 않는다면...ㅎ
한참을 걷는데 갈매기들이 도열을 해주고 일부는 퍼레이드까지 해준다.ㅎ
기특한 녀석들이다.
울진의 갈매기들의 교육 수준이 높은 것 같다.ㅎㅎㅎ
울진이 대게의 본산이라고 홍보하는 공원인 듯하다.
홍 회장에게 점프를 시켰는데 안 한단다.
벌써 힘이 빠졌나?ㅎㅎ
그래서 나 혼자만 대게처럼 두 손을 쭉 펴고 뛰어 봤다.ㅎㅎ
역시 뛰어야 살아있다는 맛이 난다.ㅎㅎㅎ
망양휴게소에 도착했다.
비는 조금씩 내렸지만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었다.
저 멀리 보이는 곳이 어제 걸어왔던 구산항 부근인가 보다.
가끔씩 걷다가 이렇게 뒤돌아보면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실감난다.
저 길을 걸었다니....ㅎㅎ
우리가 걸었던 길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담아본다.
아직은 썽썽하다.ㅎㅎ
어디 70 다된 늙은이들이라고 할 수 있을까?ㅎㅎㅎ
관동팔경 중에 두 번째로 만나는 망양정(望洋停)이다.
'먼 대양을 바라볼 수 있는 정자'라는 뜻일게다.
망양정의 원래 위치는 여기가 아닌데 해안도로를 개설하면서 원래 자리에서 이곳으로 이전했다고 한다.
여기도 풍광은 시원하고 멋진 곳임에 틀림없었다.
하늘은 원래 비가 와서 희무끄리한데 배경을 조금 바꿔봤다.
이런 파란 하늘이었으면 정말 좋았겠다 싶다.
저 멀리 보이는 건물있는 지역이 오늘 목적지인 울진읍이다.
날씨가 좋았으면 더 멋진 풍광을 담았을텐데 좀 아쉽다.
관동팔경에 왔으니 안 뛸 수가 없다.ㅎ
홍 회장은 여전히 슈퍼맨의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몸이 가벼운지 기꺼이 뛴다.
이젠 지상에서 상당한 높이를 유지한다.ㅎㅎ
나는 울진 대게의 미련을 못버려서 아직 이런 자세로....ㅎㅎㅎ
울진읍에 들어가기 전에 한식 뷔페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지만 성류굴에 들렀다 가기로 결정한다.
국가유공자는 입장료가 공짜라는 말에....ㅎㅎㅎ
성류굴을 나는 처음 가보는 곳이고, 홍 회장은 오래 전에 다녀갔다고 한다.
'성류'가 나는 먹는 '석류'인 줄 알았다.ㅎㅎ
성류굴(聖留窟)은 '성불이 머물던 굴'이라는 뜻이란다.
2억 5천만년 전에 형성된 석회암 동굴로 종유석이 마치 아름다운 금강산 같다고 '지하금강'이라고도 부른다.
그 정도는 아니던데...ㅎ
들어가는 입구부터 낮은 포복을 해야 했다.
배낭을 매고 겨우 겨우 비집고 들어갔는데 입구에 들어서니 안에는 비교적 넓은 공간이 나왔다.
삼각대나 후레쉬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나중에 차를 가지고 오면 다시 도전해 봐야겠다.
중간 중간에 종유석들이 잘려나간 것이 안타까웠다.
누군가의 손에 의해 2억 5천만년의 역사를 저리 훼손될 수가...
성류굴로 가는 곳의 모양이 마치 바르셀로나의 구엘공원에 있는 가우디의 작품을 카피한 듯하다.
우리만의 독특한 모양을 만들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입구의 상점에서 옥수수 막걸리 한 통과 감자전으로 허기를 달랬다.
내 허리에 찼던 작은 주머니에서 사건(?)이 생겼다.
성류굴에 오면서 어느 집 장두감 홍시 하나를 주웠는데 굴에 들어가기 위해 주머니에 넣었던 것을 깜빡했다.
굴 안에서 낮은 포복, 높은 포복을 하다보니 홍시가 주머니 안에서 자~알(?) 터져 뭉게졌다.ㅎㅎㅎ
이 사건(?) 이후에 홍시가 홍씨(?)가 되어 많이 미워졌다는 전설이...ㅎㅎㅎㅎ
성류굴에서 다시 2km를 걸어나와 울진읍에 도착했다.
울진읍! 하면 전 모 동기가 생각난다.
전화를 했다.
"전 OO! 퇴임해서 고향에 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만날려고 울진에 왔는데..."했더니
깜짝 놀라면서
"아니야! 지난번에 벌초하러 잠간 내려간 것밖에 없어!"
"나도 울진을 잘 몰라!"하고 부인한다.ㅎㅎㅎ
그냥 장난 한 번 해봤는데...
경북 울진읍이라는 동네까지 걸어와 보다니 내가 생각해도 참 대단하다.ㅎㅎㅎ
오늘도 4만 2천보의 숫자를 찍는다.ㅎ
점심 뷔페를 너무 많이 먹어서 저녁을 아주 간단하게 해결하고
울진읍에서 두 번째 밤을 보낸다.
--- To Be Continued ---
첫댓글 망양정 바닥은 비가와서 흥건한데, 뒷배경 하늘색이 너무 청명합니다! ㅎㅎㅎ
바쁜 와중에도 성류굴까지 들른 의미있는 이틀째 우중의 여정이 새로웠습니다!
홍시가된 대봉감을 그이후로는 싫어했다는 주작가의 아픈추억을 들춰냈군요! ㅋㅋㅋ
잘 쉬세요!
홍시! 홍 씨! 이제 단감으로 바꿔야겠습니다.ㅎㅎ
수고 많으셨습니다.
앞으로는 모텔가면 무인카메라 설치되었는지 필히 확인하세여.ㅎㅎㅎ
홍 앤드 주 두분의 일대기 발표회가 기대됩니당
남자들만의 방에 볼 게 있을까요?ㅎㅎ
요글두 넘넘넘 소중하여 제카페로 퍼가오니 양해부탁해요.
에효,
이제 댓글이 따라가기도 힘드네,
성류굴이 역시 그대의 작품에서 보니 더 아름답네요 !
비가 많이 안 내려서 다행일세,
나도 예전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걸을때에 33일 중에 비를 이틀 맞았던 기억이 납니다.
박수를 보냅니다. 그대들에게 !
33일 중 이틀!
우린 8일 중 6일!ㅎㅎㅎ
내가 함께 걷는 듯 생생하고, 맛깔 납니다.^^
한 사람 정도 더 낑가도 재미있을 듯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