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신문 > 제 1236호 교단소식. 2024년 신년사 - 하나님 자녀의 권세를 누리려면. 요1:12, 딤전4:8
어느 날 첫째 손자가 학습지의 수학 숙제를 풀고 있는데 자리에 앉았다 일어났다 몸을 비비 꼬며 집중도 못하고 여간 힘들어하는 게 아니다. 채점표를 보니 소나기가 와있었다.
몇 개월 지나 그날도 숙제를 하고 있었는데 표정을 보니 이번엔 무척 밝아서 “우리 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구나.” 하고 칭찬해주었더니, “할아버지, 이제는 자신이 있어요.”라고 말하며 갑자기 옆방에서 빈 종이를 들고 왔다. 그러고는 문제를 더 내달라고 한다. 10문제를 내주니 단번에 다 풀어버리고는 아주 뿌듯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 아이가 지난번 그 아이와 동일한 아이가 맞나 놀라웠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단 한 가지, 수학 ‘실력’이었다.
실력은 같은 대상을 향해 다른 마음과 감정과 느낌과 태도를 갖게 한다. 내가 보기엔 그냥 그림인 것 같은데 식견이 있는 사람은 그림의 구석구석을 보며 탄복한다. 영화도 그냥 보는 이보다 영화의 배경지식과 클리셰, 오마주 등을 이해하는 이의 즐거움이 몇 곱절은 된다. 축구는 응원만 해도 재미가 있지만 뛰어난 축구 실력이 있어 직접 국가대표로 참여하는 사람의 흥분과 즐거움에는 비견할 수 없을 것이다. 예술이 즐겁고 축구가 즐겁고 머리 아픈 수학마저 즐거울 수 있었던 데에는 이것들을 온전히 누릴 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앙도 마찬가지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요1:12). 자녀의 권세를 진정으로 누리기 위해선 자녀의 권세의 전제 조건인 ‘영접의 실력’, 예수의 이름을 믿는 ‘믿음의 실력’이 있어야 한다. 주님을 주님으로 내 삶에 온전히 영접해야 온전히 주님과 하나 되는 기쁨, 주님만이 주시는 형용할 수 없는 은혜들을 누릴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영접의 실력을 키울 수 있을까? 먼저 영접의 실력은 두말할 것도 없이 ‘십자가의 은혜’에서 시작된다. 이것이 믿음의 뿌리이자 첫 단추이다. 잔치에 초대하는 이가 있어야 참석자가 존재하고, 주님의 부르심이 있어야 우리에게 영접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님을 깊이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주님께서 먼저 사랑스럽지 못했던 죄인인 우리를 사랑해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요, 믿음은 하나님의 그 놀라운 사랑을 깊이 깨닫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릴 귀히 여기사 우릴 대신하여 십자가를 지셔서 우리 힘으론 결단코 들어갈 수 없던 천국의 문을 열어주시고 천국 잔치까지 준비해주시니 이 어인 은혜인가. 더군다나 이 땅에서도 승리의 날들까지 예비해주셨다. 주님의 준비는 부족함이 없다. 이제 남은 것은 주님을 온전히 신뢰하며 따르는 우리의 믿음의 순종이다. 믿음의 실력은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감사로 순종에는 그 순간부터 자라나기 시작한다.
다음은 우리 신앙의 기본기를 탄탄하게 만드는 경건 훈련을 하는 것이다.
아시아에선 이미 누구도 넘을 수 없는 기록을 세웠고,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단 7명만이 기록한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이상 골의 주인공, 손흥민을 키운 아버지 손웅정 씨가 평생을 강조한 것이 첫째도 기본, 둘째도 기본, 셋째도 기본이었다고 한다.
손흥민의 초등학교 시절 시합 출전은 생각도 못 하게 하고 오직 날마다 왼발 오른발 각각 볼 트래핑을 500개씩 시키며 완벽한 기본기에 열을 올리신 것은 결국 고급기술이나 감각 모두 이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으면 운으로 한두 번은 가능해도 지속적인 나의 실력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을 더욱 강조하고 싶어 책을 내셨는데 책 제목도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이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다. “육체의 연습은 약간의 유익이 있으나 경건은 범사에 유익하니 금생과 내생에 약속이 있느니라” (딤전4:8).
사람은 조석변이라, 하루에도 몇 번을 오락가락하고 마음이 요동한다. 경건 훈련의 목적은 세상 다 변해도 변함이 없는 주님의 말씀처럼 신실한 하나님의 자녀로 온전히 서기 위함이다. 예배 시간에는 분명 눈물을 쏟으며 큰 은혜를 받았지만 삶의 현장에선 식어버린 믿음으로 세상의 도전과 시험에 맥없이 넘어지기가 쉽다. 기본기가 없는 선수가 경기에 출전한 것과 같다.
매일 믿음의 군불을 때야 한다. 깊은 영적 기본기가 탄탄해지면 관점이 달라지고 해석이 달라지고 반응이 달라져 선택도 달라진다. 결국 이전과는 다른 열매를 맺게 된다.
다른 길을 걸으면 풍경도 달라지는 법, 올 한해는 하나님 자녀의 권세를 누리는 길로 함께 걸어가 보자. 그 길을 걷기 위한 특별한 비법이나 요행은 없다. 습관처럼 기도하신 예수님처럼, 사자굴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았던 다니엘의 기도처럼, 매일매일 기도와 말씀의 기본기부터 단단하게 해야 한다.
새해는 나를 구원하신 놀라운 은혜 안에서 주님을 기쁘시게 할만한 믿음의 실력으로 자녀의 권세를 마음껏 누리는 복된 성도와 가정과 교회와 교단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부산예수중심교회 이구원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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