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심 시인의 열네 번째 동시집. <비 주머니>는 화려하다기보다는 길가에 핀 들꽃처럼 수수하게 읽히는 작품들이 주로 실려 있다. 해설을 쓴 김완기 아동문학가는 최정심 시인의 동시에 대해 “세상 작은 것들과 주고받는 이야기를 촘촘하게 보고 듣다 보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모든 것이 친구이고, 그들의 존재 의미가 소중하고 사랑스럽다는 걸” 느끼게 된다고 하였다.
함께 뒹굴며 뛰어놀아야 할 어린이들이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지내야 하고, 한 교실 안에서도 거리두기로 멀찍이 떨어져 공부해야 하는 요즘, 어린이들의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씻어 주는 청량제 같은 동시집이 될 것이다.
제1부 휴대폰에게 맞았어
휴대폰에게 맞았어 / 보물찾기 / 해님도 샘내는 장난감 / 장군 / 비 주머니 / 고자질 버릇 고치기 / 고구마 캐기 / 어떻게 알까? / 비둘기와 살게 된 이야기 / 숲속의 은하수 / 똥은 거짓말을 안 해 / 바람이고 싶어 / 크고 있어 / 학교 가는 길 / 조약돌은 동심이야 / 까치 같은 내 짝꿍
제2부 외로운 숲속
새해를 쪼는 참새 / 길냥이 / 외로운 숲속 / 알밤을 까면서 / 레이와 루이 / 나비랑 떠나는 여름 / 다행이야 / 거북아 미안해 / 김치 같은 우리 집 / 색깔대로 / 가을 잔치 / 단비 / 늦추위 / 같이 놀자 / 꽃 중에 꽃 / 메리골드
제3부 아프지 않게 다치기
할머니의 훈장 / 사진 속엔 없어도 / 숨바꼭질 / 엄마 볼우물 / 검버섯 / 아프지 않게 다치기 / 어린이는 다 예뻐 / 재래시장을 좋아하는 엄마 / 할머니의 유모차 / 할머니의 거짓말 / 내가 엄마 해야지 / 아욱 떡잎을 보며 / 택배 오해 / 할머니 어깨 주무르며 / 콩벌레 키우기 / 할머니 무덤 앞에서
제4부 풀꽃으로 살고 싶어
제비꽃을 뽑아내며 / 흙 속에 숨은 풀씨 / 풀꽃으로 살고 싶어 / 다듬잇돌 / 장 담근 날 / 소나무 뿌리 1 / 소나무 뿌리 2 / 호박꽃 헛소문 / 산속 마을 / 봄비와 수선화의 만남 / 풀잎에 부는 바람 / 풀도 식물이잖아요 / 떠돌이 구름아 / 봄이 오나 보다 / 풀꽃 / 메밀꽃 가을 / 창가의 사마귀
재미있는 동시 이야기
작은 것들과 살아가는 기쁨을 나누는 상큼하고 정갈한 동시_김완기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한
따뜻한 추억들을 일깨워 주는 동시들!
동심이 가득한 세계로 어린이들을 초대해 온 청개구리 출판사의 동시집 시리즈 <시 읽는 어린이> 124번째 도서 『비 주머니』가 출간되었다. 1984년 『새싹문학』지에 동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온 이래 부지런히 창작활동을 해온 최정심 시인의 열네 번째 동시집이다.
『비 주머니』는 화려하다기보다는 길가에 핀 들꽃처럼 수수하게 읽히는 작품들이 주로 실려 있다. 해설을 쓴 김완기 아동문학가는 최정심 시인의 동시에 대해 “세상 작은 것들과 주고받는 이야기를 촘촘하게 보고 듣다 보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모든 것이 친구이고, 그들의 존재 의미가 소중하고 사랑스럽다는 걸” 느끼게 된다고 하였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장난감이
마당 가득
선물처럼 쌓였지 뭐야
하루 종일 놀아도 놀아도
싫증나지 않는
새하얀 선물
맘대로 갖고 놀아도
아무도 탓하지 않는데
해님이 샘을 내나 봐
집이랑 탑이랑
아기자기한 눈사람 마을에 들러
조금씩 빼앗아 가고 있어
―「해님도 샘내는 장난감」전문
어린 화자에게 ‘눈’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장난감”이다. 겨울이라 놀거리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하루 종일 놀아도/싫증나지 않”고, “맘대로 갖고 놀아도/아무도 탓하지 않”는 장난감이니 말이다. 무엇보다 굳이 부모님을 힘겹게 조르지 않아도 손쉽게 얻어지니 하늘이 보내준 “새하얀 선물”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이 장난감의 유일한 단점은 녹아 없어져 버린다는 것이다. 화자가 만든 눈사람도, 예쁜 집들도 영원하지 못할 것이다. 이것을 시인은 “해님이 샘을 내나 봐”라며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표현으로 그려내고 있다. 마치 한 편의 짧은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생생하게 표현되는 이미지로 인해 시 읽는 맛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이처럼 아이의 동심이 곱고 유쾌하게 형상화되어 있는 작품으로는 “소풍 가는 날/보물찾기에” 보물찾기 명수인 다람쥐, 참새, 까치를 모두 데려가고 싶다는 「보물찾기」, 매번 오빠를 고자질하던 여동생 앞에서 오빠를 엄하게 혼내자 “갑자기 오빠에게/친절해진” 여동생의 귀여움이 담긴 「고자질 버릇 고치기」, 고구마가 “무슨 모양일지 궁금해/열심히 캤는데” “일 잘한다고 칭찬 받았”다는 「고구마 캐기」, 어느 날 집의 창문에 부딪힌 어린 비둘기를 발견하고 “어린이날 선물/안 받아도 좋으니까/이 비둘기 치료해” 달라는 착한 마음이 담긴 「비둘기와 살게 된 이야기」 등이 그러하다. 이 외에도 특히 「조약돌은 동심이야」「풀꽃으로 살고 싶어」는 시인이 생각하는 동심이 어떤 것인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읽을 수록 마음이 따스해지는 작품으로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자신의 동시에 할머니가 자주 등장한다고 고백한다. 「크고 있어」「메리골드」「할머니의 훈장」「사진 속엔 없어도」「검버섯」「어린이는 다 예뻐」「할머니의 유모차」「할머니의 거짓말」「할머니 어깨 주무르며」「할머니 무덤 앞에서」 등의 작품들에서 할머니의 삶과 손주를 향한 정겨운 사랑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엄마 아빠 다음으로 모든 어린이들에게 다정다감하고 포근한 존재”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린이들과 가장 가까이 있고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는 뿌리”이기 때문이다. 가족의 형태가 점차 핵가족화가 되면서 아이들은 조부모와 멀어질 수밖에 없다. 거기에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로 한창인 요즘, 꼭 필요한 동시들이 아닐까 한다.
보고도 못 본 척
찾는 할머니와
못 찾는 줄 알고
좋아하는 손자는
함께 어울리는
환상의 짝꿍
―「숨바꼭질」전문
“보고도 못 본 척/찾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굳이 할머니에게 묻지 않아도 우리는 알 수 있다. “못 찾는 줄 알고/좋아하는” 손자만 모를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간이 쌓이고 또 쌓인 그 언젠가에 손자는 알아채게 된다. 할머니가 얼마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했는지, 손자의 순수함 가득한 그 순간을 함께 보내며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는 것을 말이다. 이러한 할머니의 노력으로 긴 나이 차이를 이겨내고 “함께 어울리는/환상의 짝꿍”으로 이 순간들을 보낼 수 있는 게 아닐까.
동시집 『비 주머니』가 그려낸 세상은 소소한 일상 속 따스한 애정이 가득하다. 함께 뒹굴며 뛰어놀아야 할 어린이들이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지내야 하고, 한 교실 안에서도 거리두기로 멀찍이 떨어져 공부해야 하는 요즘, 어린이들의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씻어 주는 청량제 같은 동시집이 되기를 바란다.
첫댓글 '레이와 루이'
감동이 있는 시입니다.
몇번를 읽어도 뭉클합니다.
최정심 시인님은 세상 작은 것들과 모두 친구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