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이야기 31] ㅡ 가짜 설명들
어쩌다 '면죄부 매매'와 같은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 풍경이 세상 밖으로 드러나고, 사람들을 몰각의 상태로 만드는 지,
어쩌다 무속이 세상 정치에 관여와 개입을 해서 세상을 망가뜨리는 지,
세상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들이 무수히 많이 산재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며 설명을 요구하는데,
실로 설명을 하자니, 모르는 것을 어찌 설명해서 사람들을 이해시킬 수가 잇겠는가.
그래서 델포이 신전을 찾아가 신탁을 듣게 되고, '송과선'이라는 의학 용어를 빌어다가 철학적 퍼즐 맞추기를 하려 하고, 무속의 힘을 맹신해서 무당에게서 설명을 들으려 하고, '기게스의 반지'나 '절대 반지'와 같은 판타지로 설명을 대신하게 되고, '전능한 악마의 가설'을 내뱉게끔 되어지고,
마치 콩나물 줄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는 동화 속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튀어나오는 듯,
일찌기 비트겐슈타인의 입(글)을 통해, "말할 수 없는 것은 침묵해야 한다"는 말에 이르게 되니, 굳이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설명하려 들지 말라는 뜻인 게고,
덕지덕지 갖다 붙이려는 조잡하고 억지스러운 설명들은 면도날로 베어내야 한다는 오컴 또한 있으니, 이제와서 뜬금포로서 '짜라투스트라'가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은 그냥 코미디일 뿐이겠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설명을 요구했던 거지, 신비주의로 이끄는 사이비 종교, 사이비 과학, 무당이 부르는 귀신에 맹신과 맹종을 찾았던 것은 아니었으니,
가령, 돈 많은 귀부인이 명품 옷가게를 찾아와, 마침 옆을 지나가는 어여쁜 아가씨가 입은 자켓을 보고서는, "저것과 똑같은 것을 주고", 또 다른 쇼핑을 하는 여인의 원피스를 보며, "저것도 주고", 또 또 다른 쇼핑객 여인이 든 가방을 보며, "저것도 있으면 줘."라며, 좋고 이쁘고 값비싼 것들을 싹쓸이 해서 가져가서는, 과연 원하는 아름답고 우아한 모습으로 치장한 자기를 연출할 수는 있을까? 오히려 베스트(best)가 아니라 최악의 조잡한 월스트(worst)로 사람들에게 비춰지지 않을까?
가령, 셋방살이 하면서 매일 한우 소고기를 먹는다던가, 90평 아파트에 살면서 매일 라면만 먹는다던가 하는 풍경을 상상해보라. 너무 어울리지 않는 조합 아닌가?
모든 것엔 조화와 균형이 있고, 이로부터 아름다움과 '미적인 것'(숭고함 등)이 밖으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가장 좋은 것, 가장 비싼 것, 가장 이쁜 것, 이런 것들만을 수집해서 얼기설기 엮어 얻을 수 있는 것은, 조악함과 조잡함, 부조화와 불균형, 추악함과 어거지 뿐이겠으니,
세상을 속이고, 세상 사람들을 속이고, 자기 자신마저 속여서, 스스로 행복하다 여긴다면, 그것은 '별유천지비인간'이되, 결코 아름답지 못한 '비인간'으로 될 수밖에 없겠거늘.
설명을 못하겠거든 차라리 침묵하는 것이 낫지, 억지로 마구잡이로 구멍 숭숭 뚫렸다 싶은 빈 자리에 이것저것 가져다 붙여 빈 곳을 채우려는 가짜 설명들을 내놓는 것은 이제 그만.
kjm / 2024.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