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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던 기억 하나가 효주의 마음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언제이던가 .
그녀가 근무하는 마트의 양념과 여러 소스를 판매하는 곳에서 보았던 한 남자를 기억 속에서 꺼내고 있었다.
" 파스타 소스 중에서 괜찮은 것 하나 추천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
" 네 . 여기 있는게 파스타 소스인데요 . G사 A 사의 소스가 많이 나가고 있어요. 그리고 이건 가격이 비싼데 재료가 천연 유기농 재료라고 해요 ."
성심껏 알려 주는 그녀의 얼굴을 남자는 경이로운 눈빛으로 바라 보고 있었다.
그러다 눈빛이 마주 쳤을 때 그녀는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 아 그렇군요. 파스타 국수는 어떤게 괜찮은가요 ?"
남자는 효주가 권하는 유기농 소스를 카트에 담으며 다른것도 물어 보았다.
소스 병을 담는 남자의 손에 눈길이 갔다.
잡티하나 없이 깨끗하고 갸름한 손.
병을 안전하게 감싸는 조심스러운 손동작 .카트에는 제법 고급스러운 야채들이 담겨 있었다.
뽀얀 빛깔의 양송이 .금방 밭에서 뽑은듯 새벽의 싱싱함이 그대로 묻어있는 푸른 채소.
샐러리의 푸른 이파리. 탐스럽게 알몸을 드러낸 마늘이며 찌르면 아플것 같은 대파의 뾰쪽한 끝 부분이 하나 같이 싱싱해 보였다.
" 어머 . 물건들을 아주 잘 고르셨어요 "
효주는 카트에 담긴 식재료를 보고 감탄했다
" 그래요 ? 사실 잘 몰라서 비싸고 시들지 않은 것으로만 집었어요 "
남자는 어린아이가 칭찬을 받을 때처럼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 잘 하셨어요 "
그녀가 남자를 올려다 보았다.
남자는 자기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효주에게 주었다.
" 땀 닦으세요 . 많이 힘드신가봐요 "
무언가를 빨아드릴 것 처럼 그윽하고 평화로운 눈. 곧게 내려온 콧날과 꼬리가 살짝 올라간 깨끗한 입술. 뺨을 지르는 주름살과 희끗한 머리카락이 남자가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말해줄 뿐 .효주는 남자가 건네는 손수건을 받을 생각도 잊어 버렸다.
" 네 고맙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수건을 받지 못했다
유니폼의 소매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났다.
효주는 가슴이 쿵쿵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무엇이 그녀에게 그런 감정의 변화를 가져오게 했는지 알 수 없었다.
" 왜 이러지 ? 왜 이러지 "
남자의 잔상이 떠올랐다.
사랑이란 것은 그렇다.
한 순간 소리없이 다가와 우주 전체를 송두리째 빨아 들이는 블랙홀 . 영혼과 정신과 그 모든 것이 일순간에 헤아릴 수없는 곳으로 빨아 들여 자신의 존재까지 잊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다.
효주는 스치고 지나간 순간의 충격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
< 저런 사람이면 한번쯤 사랑에 푹 빠져보고 싶어 >
" 어때 이 남자 ?"
다이아나는 효주에게 귓속말로 속삭이듯 물었다.
" 몰라 ."
" 데이지 님이시지요 ? 반갑습니다 . 저는
시몬입니다 . 옆자리에 앉아도 되겠습니까 ?"
" ......."
" 고맙습니다."
효주의 대답도 기다리기 전에 남자는 그녀의 옆자리를 비집고 들어 왔다.
" 두분이 잘 아시는 사이 같습니다 ?"
남자의 말투는 정중하고 예의가 발라보였다.
" 자주 못 뵈던 분 같은데요 "
다이아나가 남자에게 물었다 .
" 싱글 카페는 이곳이 두번째입니다. 그리고 모임은 처음 나왔습니다. 데이지님이 너무 눈에 띠어서 무작정 옆자리에 오게 되었어요. 용기있는 자가 미인을 차지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내 사별 후 아직 한번도 여자와 사겨보지 않았습니다 . 그래서 용기를 내 보았습니다 "
건너편에서 백작과 미옥이 눈짓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
남자는 효주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로 물어 오기도 하고 자신의 신상에 대해서도 풀어 놓았다 .
" 시몬이라고 하면 보통 구르몽의 <낙엽> 이라는 시에 나오는 시몬으로 생각하시지만 저의 세례명입니다 "
음악 소리가 시끄러워고 남자의 음성은 무게가 있게 효주에게 전달 되었고 효주도 조금씩 관심이 들기 시작했다 .
" 댁은 어디세요 ?"
언제 왔는지 미옥이 형사가 조서를 꾸미듯 심문 ( ? ) 하기 시작하였다.
" ## 동. D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 어머 . 00 동 옆에 말이지요 "
" 네 .그곳을 지나가지요 "
* 혹자들은 마음만 있으면 거리가 먼것이 무슨 상관이냐고 하지만 사귀든 연애를 하든 싱글들은 가까이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다못해 지나가는 길에 잠깐이라도 들러 커피 한 잔을 하던 맥주 한 조끼를 기울이든 아니면 뜨거운 숨소리를 교환하든 가까운 거리가 좋다
가까우면 보이지 않는 마음의 안정도 . 지척의 거리는 사람의 마음을 든든하게 해 준다 ㅡ
하지만 사랑에 눈이 멀어 버리면 그 깟 거리가 문제이겠나 ?
밤을 새워 달려가는 연인의 집.
생각만 해도 짜릿하기만 하다 .
필자의 생각ㅡ*
시몬이라는 남자의 옆 모습과 언제인가 마트에서 본 남자의 얼굴이 겹쳐져 보였다.
' 왜 이러지 ? 그 때 그 사람은 아니지만 ....'
남자는 이름을 대면 알만한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가 재작년 정년퇴직을 하고 지금은 관련 업체의 촉탁사원으로 근무를 한다고 했다.
십 여년 전 아내와 합의 이혼을 하고 지금은 조그만 전세 아파트에서 혼자 산다고 하였다.
이혼의 이유는 서로 큰 잘못은 없었지만 서로의 생각과 지향하는 길이 달라서 편안하게 각자의 길을 가자고 했다 .
그러다 아내는 삼 년전 병으로 세상을 떴다고 했다.
비록 이혼을 했지만 그녀가 죽기 직전까지 남자는 아내가 아닌 친구로서 돌보아 주었다고 했다.
아내의 임종을 지키고 상을 치루고 나서 세상이 꺼지는 허무함에 많이 괴로워했다고 한다.
알수 없는 사소한 이유로 서로 마음 아프게 살아야했나 ? 깊은 후회와 용서를 빌었다고 했다 . 이미 떠나갔지만 아내는 진정한 친구로서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삶의 허전함을 메꾸려 성당을 다니기 시작했고 자신의 생일에 맞게 우연히 낙엽과
어울리는 < 시몬> 이라는 세례명을 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
미옥이 중간에서 노련한 중매쟁이처럼 대화를 이어가게 하였다.
가끔씩 다른 남자들이 그 틈을 비집으려 하거나 힐긋거리며 효주를 눈으로 더듬고 가곤 하였다
사실 번개에서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싱글카페의 번개는 10여명에서 많게는 5 ~60여명 까지의 돗대기 시장같은 분위기 속에서 벌어진다.
남자는 여자의 얼굴과 영혼을 재어가며 기웃거리거나 술 한 잔에 자신의 자랑거리를 연신 광고하기도 한다. 의미없는 일이나,
마치 숫컷의 포장된 화려함을 드러내서 어떻게든 관심을 받고 싶어 한다.
애처럽게만 보인다
여자들은 여자들대로 남자를 자신의 저울대 위에 올려놓고 하나하나 칼질을 하고 . 간혹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을때는 저울의 눈금을 좁혀 나간다 .
번개에서 남녀가 만나서 인연이 이어지는 확률은 1 % 미만일 만큼 번개에 어떤 기대를 하고 오는 남녀는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몇번씩 기대를 걸고 나오는 사람들도 이후에는 소풍나온 초등학교 학생의 기분으로 먹고 마시고 즐기러 온다는 것이 더 옳은 현상으로 볼 수 있다 .
그런데 오늘 처음 모임에 참석한 남녀가 쉽게 관심을 갖고 가까워지는, 이 들과 같은 경우는 아주 드믄 일이다.
" 시몬님 . 거의 끝나가는데 우리 동네에서 한잔 더 하실수 있죠 ?"
번주인 다이아나의 권한으로 참석하게된 백작은 운전 때문에 좋아하는 와인을 한 모금도 마시지 못했다. 시몬에게 2 차를 제의 하였다.
시몬도 당연히 동의하였다.
번개 모임은 슬슬 파장 분위기가 되어간다.
끝이 될 때쯤엔 옆자리 사람끼리 둘셋이 서로 작은 덩어리가 되는 형상이 발생한다 .
그들은 따로따로 노래방을 가거나 커피숖이나 맥주집에서 이 차의 자리를 마련한다.
다이아나는 폐회를 선언하고 총무를 보던 핑크로즈 에게 뒷일을 맡겼다
" 로즈야 . 미안해 . 오늘 저 언니 소개팅 제대로 한번 해 보려고 하니까 .나머지 부탁해 "
" 어머 . 그래요. 누군데 ?"
총무는 깜짝 놀라면서 반색을 하였다
" 응 . 미안해 .번주가 먼저가서 "
" 잘 되길 바래요 . 언니"
밖에는 백작이 벌써 차를 대기시켜 놓고 있었다
싱글 아파트가 올려다 보이는 대로변.
아직 문을 닫지 않은 고깃집에 자리를 잡았다
" 언니 . 와인은 분위기는 좋은데 배가 고파 "
" 언니 나도 굶어 죽는줄 알았다니까 "
효주와 시몬이 나란히 앉았다.
" 처형. 저도 배고프고 술고프고 너무 힘들었어요 . 처형이 저녁은 사슈 "
백작은 자기의 노고를 알아달라는 듯이 효주를 보고 너스레를 떨었다 .
" 이 자리는 제가 쏘겠습니다 . 마음껏 드세요."
시몬이 호기롭게 외쳤다
다섯 사람은 술잔을 들고 건배를 외쳤다 .
에필로그 ㅡ
효주는 시몬과 몇번의 데이트를 했다.
만나면 만날수록 썩 괜찮은 남자였다.
효주가 데이트를 하고 오는 날은 다른 두 여자가 꼭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들은 효주의 보호자라고 자칭하였다
그날의 일들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어디서 무얼 먹고 무얼하고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느냐고 ......
" 효주씨 . 오늘 저녁 한강 유람선 타러 갈까요"
말로만 듣고 티비에서나 보던 한강유람선.
" 네 . 저두 무척 타보고 싶었어요 "
시몬의 그랜저는 ( 자동차를 새로 바꾸었다 . 그녀를 위해서 ) 늘씬한 몸매을 날렵하게 달려 강변을 향했다 .
계절은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무성한 아카시아나무에서 꽃향기가 진동시키고 있었다.
화려한 불빛의 유람선은 바람을 가르고 달려 나갔다
두 사람은 뱃전으로 나갔다.
갑판 위에서 쏘아 올린 폭죽이 밤하늘을 수 놓았다
남자는 효주의 뒤에서 그녀를 감싸 안았다
" 효주씨. 나 시몬 . 당신을 사랑합니다."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 보았다.
사랑의 확인은 눈빛으로 알수 있었다
" 시몬님 .사랑해요 "
남자의 따듯한 입술이 그녀의 입술위로 포개어졌다
길고 긴 입맞춤이었다.
그랜저의 은밀한 공간에서 그들은 깊고 깊은 키스를 이어갔다.
사랑한다는 끝없는 고백과 함께 .
꿈을 꾸는듯 . 하늘의 별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두 사람은 바람에 실린 꽃잎처럼 떠갔다.
https://youtu.be/DEO8tdVCmKI
감사합니다 ~^^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희망을 보았다는 것이다
오래 전에 쓴 글이라 일차 구독하셨던 분들께는
미안한 마음입니다
비워버린 마음으로 또 새로이 작품 속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행운을 빕니다 🍀
첫댓글 연애소설은
언제나 흥미진진
잼나지요 ㅎ
재미있어야 독자들도
열어보곤 하지요 ....
부산 날씨는 ?
노블 누이 기상은 청청 하십니까 ?^^
@오분전 (경기.남양주) 당근 이지예 ㅎ
오분전님 날씨도 청정 하시지예 ?
소설속 연인들은 모두가 예쁘고 잘생기고 설레이게 하는 사람들이라 우리들 기죽이기 딱 좋아요.
꼭 그렇지는 않지만....
간혹 착각에 빠지지요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 해서
가령 못생긴 전원주가 소설 속의
미옥이라면 흥미가 반감되고 되려 웃음을 유발하게 될지 ...ㅋㅋㅋ 저도 웃지만
향기님 마음이 아름다우셔서 그리 상상을 하는 것 아닐까요 ?
물론 미모의 향기님이시니 ...^^
사람은 가도
노래는 남고
젊은 그날들을 잠시 소환해봄
조동진님의 모습이 쓸쓸해보여서 슬퍼용 ㅎ
으메 ~ 도비 누이를 울리게 했나요 ?
이 행님 듁어 마땅하다고 ....하면 마음이 밝아지려나 모르겠습니다
이쁜 창원 누이
자면서도 웃으소서
@오분전 (경기.남양주) ㅋ 울었다기 보담
그 쓸쓸함에 잠시 동화되었다는거지용 ㅎ
@도비 (경남 창원) 그래요 ....
그럴 줄 알았어요 ㅎ
이쁘면서 강한 누이 ㅎㅎ
여운이 남는 좋은 작품 잘 읽었습니다 ㆍ
전 해피엔딩이 좋아요~ㅎ
작중 인물들 다들 좋은분 같네요ㆍ
인간미가 훈훈하게 느껴집니다ㆍ
입에 커피향과 좋은 결말의 여운이 함께하여 가슴이 훈훈해집니다ㆍ
기분좋게 마치셨다니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우리네 싱글들의 로망이 아닌가 해요 ㅎㅎ
해풍님도 2024년엔 필히 평소의 꿈을 이루시는 한 해가 되시길 바래요.
^^* 아싸 !!
꿈속을 헤메듯 감미로운작품 잘 보았읍니다 읽을 거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경님 건강이 회복되는 데 일조하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2024 년 또 다른 태양이 ....
정말 희망이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되시길 빌 뿐입니다 ^^
해피 앤딩~이네요.잼 있게
잘 읽었어요 수고하셨어요^^
감사합니다 ^^
야간 일을 하다 잠시 쉬러 나가면 (담배 한 대 피우러)
훤하게 둥실 떠오르는 달을 봅니다
그렇게 밝은 달만 기억하고 싶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