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에 뒷돈 줘야 취업·승진 하는 세상
기자명 자유일보
채용과 승진을 대가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현금을 체크카드 형태로 상납받은 부산항운노조 간부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검찰은 수십억 원의 채용·승진 대가가 오간 정황을 파악한 상태다. 노조 간부들은 직원의 대출까지 알선해가며 현금을 챙겼다고 한다. 사실상 항운노조가 정직원을 선발하는 구조가 비리 복마전으로 연결된 것이다.
부산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부는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항운노조 수십 명을 구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5부두지부에서는 간부 5명이 구속됐고 20여 명이 수사를 받았다. 이 지부는 승진·채용 대가로 오간 돈이 12억원 가량이고, 지부장 개인이 착복한 금액도 7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8000여 명이 소속된 부산항운노조는 정부가 부여한 권한에 따라 항만·육상·수산물 하역 등에 근로자를 공급한다. 노동조합이면서 사용자성을 지닌 탓에 수십 년간 채용과 승진 관련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일반 노조원·조장·반장·지부장 가운데, 반장·지부장만 돼도 출근 도장을 찍은 뒤 일은 하지 않고 바깥 활동을 하는 게 관행이다. 반장급 이상의 평균 연봉은 세후 1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비리는 부산항운노조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화 바람을 타고 노조의 목소리가 높아진 이후 전국의 산업 현장마다 이런 비리 없는 곳이 오히려 드물 것이다. 노조 간부들이 회사의 관리체계를 뛰어넘어 사실상 지휘권을 행사하는 사례도 많다. 외부 인사들이 업무차 회사를 찾아가면 노조위원장에게 먼저 얘기해야 일이 풀린다는 증언은 너무 많다.
노동조합은 회사 내부의 사조직이자 이중계약이다. 노동자가 입사할 때 회사와 맺은 근로계약이 엄연히 법적 효력을 갖고 있는데, 노동조합은 별도로 단체계약을 회사에 강요한다. 과거 신군부의 하나회와 마찬가지다. 하나회는 엄청난 비난을 받고 역사적으로 정리됐으나, 민노총 등 노조는 여전히 좌파 진영의 무력으로서 기세가 등등하다.
부산항운노조는 그나마 사법처리 대상이라도 됐지만, 아예 노조의 조직력으로 비슷한 일을 합법화하려는 경우도 있다. 고용세습을 단체협약에 명문화하려다 중단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노조가 대표적이다. 이들의 시도는 중단이지 포기가 아니다. 노조의 횡포를 끊지 못하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은 일찌감치 포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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