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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명-진작 할 걸 그랬어(책에서 결국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
저-김소영 에세이
출-위즈덤하우스 미디어그룹(284쪽.2018년 5월 28일.출) 320쪽
독정-2018년 10월 19일 금
· 활자를 읽는 게 지루해지면 우두커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늘이 맑으면 기분이 좋았고 침침한 날이면 마음이 불안해져 눈물이 났다. 눈앞에 놓인 끊어진 길 위해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가. 그 순간의 기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었다.
·이제 책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 예능 프로그램도 봐야 하고 방탄소년단 유튜브 영상도 구독해야 하고, 새로 나온 빵도 사 먹으로 다녀야 하고, SNS도 해야 한다. 갈수록 쉽고 빠르고 직감적인 것들이 나를 유혹한다. 책을 펴는 일은 점점 쉽지 않아진다. 친구를 기다리며 책을 통해 온 세상을 여행하고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나의 세계를 확장했다. 하지만 어느새 스마트폰이라는 엄청난 대안이 생겨 그 몬든 걸 클릭 한번이면 해내는, 책방 병행을 떠난 일본 지하철 안에도 책 읽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지하철역의 와이파이를 없애버리거나 객차 안 데이터 이용을 금할 수도 없는 노릇. 뉴욕 지하철에는 인터넷이 터지지 않는다. 뉴욕시 광역교통국이 시민 독서량 증대를 위해 결단을 내린 건 아니지만, 사람들은 할 일 없으니 땅속에서만큼은 글자를 읽었다.
· 우리나라 책방에 영감을 준 일본 책방이 있다. 적극적 큐레이션, 독자와 소통하고 입체적 독서 체험을 제공하는 다양한 형태의 일본.아쿠죠(가자!)
시시각각 달라지는 바깥 풍경과 채광, 적당한 햇빛 혹은 캄캄한 밤의 별빛을 느끼며 내 몸이 그럭저럭 들어가는 자리에 비스듬히 앉아 언제까지고 책을 읽고 싶었던 순간,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도서관에 가더라도 이보다 책이 잘 잃힐 순 없겠다. 유독 그 자리에 앉아 책 일던 장면이 돌아온 뒤에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고소하고 씁쓰름한 맛은 물론 진한 녹색 빛깔이 마음에 든다. 남편은 잎을 옅게 우려낸 깔끔한 맛을 선호한다.
·나는 녹차가 들어간 모든 케이크와 빵과 과자와 초콜릿에 미쳐서 초록색만 보면 먹으려 든다.
· 퇴직 후 편한 노후 생활을 하는 단카이 세대를 위한 건축 이미지 집-서점이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자신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는 장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건물의 각 부분이 각각 하나의 방을 연상시키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 거대한 공간에서 산골 집을 떠올린 이유가 그 때문일까? 내 곁에 있는 사람이 편안함과 행복함을 누리는 상황이 공기로 전해지니 산뜻한 마음으로 책에 집중할 수 있다.
· ‘모리오카 서점’-주인은 한 번에 한 종의 책만 판다는 독특한 고집으로 직은 방을 세계 명소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는 서점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결국 한 권의 책을 사간다는 점에 착안하여 콘셉트를 떠올렸단다.
지도에 찍힌 빨간 점을 보면 근처에 다 온 것 같긴 한데. 도통 찾기 어려웠다. 간판이 없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래서 어떻게 장사를 한다는 건가. 같은 자리를 몇 번이나 맴돌다 겨우 희미한 불이 켜져 있는 작은 공간을 발견했다. 책방이다. 아니 백방인지 잘 모르겠다. 5평 좁은 방, 온통 흰색 벽 공간에 기다란 테이블 하나, 그 위에 똑같은 책 수십 권이 놓여 있다. 하늘 색 디지를 두른 책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모습이 꼭 레고 블록 같다. 이곳은 ‘하나의 방, 한 권의 책’이라는 극도의 미니멀리즘을 콘셉트로 운영하는 ‘모리오카 서점’이다 이곳이 지구에서 땅갑 비싼 곳인데 한 종의 책만 파는 서정이라니. 문 열고 들어가니 한 칸짜리 서점이 꽉 찬 느낌이다. 작은 서랍이 달린 낡은 궤를 카운터 겸해 쓰고 있었고 직원은 우리가 들어가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으니 “얼마든지.”란다.
·책을 고르는 일은 불량식품 가게에 들어선 꼬마처럼 이것도 읽고 싶고 저것도 읽고 싶어 재미와 셀렘이 크다. 한 주의 작가를 선정하면 작가를 책방에 초청한다든지 책과 관련된 물건을 함께 진열하거나 전시를 여는 바쁜 일주일을 보낸다. 꽃에 대한 책을 팔 때는 서점 전체를 책에서 소개한 꽃들로 꾸미고, 음악 관련 책이면 서점을 음악 감상실로 꾸며 독자가 책 내용을 입체적으로 체험하게 돕는다니 일주일 내내 한 권의 책만 놓여 있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겠다.
‘모리오카 서점’남편과 손깍지를 끼고 간지러운 대화를 나누며 어둠이 내리는 밤길을 걸었다. 별것도 아닌데 괜스레 두근거린다. 밥거리에 살포시 조명 비추는 초록빛 간판을 발견했다. 술 파는 책방 ‘B&B 비앤 비’책과 맥주에 설렌다. 안주도 없고 주변에 사람도 많지 않았지만 의외로 허전하지는 않다. 그럴 수밖에, 책을 읽고 있으니까. 밤 11시까지 운영한다. 술집이기도 하지만 매일 저녁 8시에 두 시간 동안 각종 행사가 열리기 때문이다. 주로 작가나 편집자와 함께한 강연, 북토크, 독서모임 등으로 우리돈 만 오천원정도로 맥주 한 잔 마시며 알찬 두 시간을 즐긴다. 독자 복지다. 유명 작가와 명사 중에는 대부분 동네 책방에서 강연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관련 행사는 유독 행사비가 낮거나 아예 없어 제안에 기쁘게 응한다.
북 코디데이터 우치누마씨는 <책의 역습> 책에서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에 책을 팔려는 사람, 끝없이 어떻게 책을 전해야 재미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 평소 책과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 장소에 책을 두면 어떨까 궁금증에서 카페, 레스토랑, 옷 가게 등 서점이 아닌 장소로 책을 끌어들인다는 발상으로 시작했단다. 음식과 책을 세트 메뉴로 출시하는 창의 방법 “라테 한 잔이랑 2번 문고본 하나 주세요.” 씩으로. 누군가가 친 밑줄에 도 다른 이가 쓴 낙서가 더해져 헌책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는 시스템을 고안하기도 했다. 책과 맥주의 조합, 책방과 가구점의 조합, 곱샘 전략으로 가능하다고 믿었다. 책방을 가구 쇼룸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책방에서 맥주 마시고 강연 즐기도록 함으로써 사람들을 붙잡는 것이 비엔비의 생존 전략이었다. 책방지기 각자 개성을 반영한 작은 공간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책방과 독자의 곱셈마저 일어나고 있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안녕 시모키타자와> 속 주인공은 시모키타지와 골목의 작은 가계들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 이 소설의 가게 대부분이 실제 시모키티자와에서 운영하는 가계를 모티브로 삼았단다.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들 간의 무한 곱셈으로 밝은 에너지를 만들어가는 공간 “오늘 밤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두근거림을 만드는 비앤비를 찾아 기꺼이 바다를 건너는 서점 꿈나무들이 많은 이유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안녕 시모키타자와> 속 주인공은 시모키타지와 골목의 작은 가계들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
무릎이 늘어날 때까지 매일 입어서 옷도 좀 쉬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을 종종 받은다. 멋을 부리는 게 싫은 건 아니다. 다른 데 관심사가 조금 더 많을 뿐이다.
·동경하는 분의 책방을 훔쳐보고 왔는데 나만의 세계를 본 그가 “사실 나도 널 봤어”할 때 엄청 흥분했다.
서점 한 쪽에 한 자리를 꿰고 야무지게 진열되어 있는 300~400그램의 포장된 쌀. 재배 지역마, 또 정미 방식에 따라 맛이 다른 수십 종류의 쌀을 무려 2인 한끼 분량씩 소분 판매한다. 살 종류별로 밥 짓는 방법을 친절하게 일러주고 선물하기 좋은 쌀을 추천해준다. 밥 짓는 데 필요한 주방용품은 물론 각종 식료품도 잘 구비되어 있다. 섬세하다. 이것도 사고 싶고 저것도 사고 싶다.
· 점심 식사 기 좋은 서점이 있다. 2009년 문을 연 서점 겸 카페 겸 레스토랑 겸 술집인 ‘브루클린 팔러 신주쿠’다. 가장 압도적인 풍경은 계산대에서 시작해 한쪽 벽면 전체를 꽉 채운 책장. 길이가 15m. 소장 책이 2500권. 양 테이블에서 모두 열심히 책을 읽고 있다. 책은 유명 북 쿠레이터인 하바 요시타카가 직접 선별했다고 한다. 잡지, 사진집, 소설, 만화를 망라하는 다양한 구성이다. 낮에는 친근한 책방. 직장인이 많이 찾는 밤에는 매주 화요일 국내외 유명 DJ를 초청해 공연도 연다. 소설책 옆에 사진집이. 그 옆에는 철학서와 만화책이 자유로이 꽂혀 있다.
· 당신이 네 방향 중 어느 방향에 서 있던 3층짜리 ‘산요도 서점’꼬마 빌딩을 발견 할 것이다. 1964년에 도쿄올림픽을 맞아 도로를 넓히느라 건물의 3분의 2 가까이를 잘라내었단다. ‘당시 할아버지는 당신 몸이 잘려나가는 기분 아니었을까.‘ 건물이 생기고 양옆으로 고층빌딩이 들어서고 아오야미가 패션과 문화의 중심지로 떠오르까지. 그 길고도 굴곡진 역사를 함께 했다는 애착과 자부심이 느껴지는 낡은 액자. ’쇼와 10년 경의 지도‘ 손님이 남긴 장난스러운 낙서, 손에 힘 꾹꾹 주고 그린 아이의 그림으로 가득 채워진 종이 뭉치를 보니 아마 조만간 천 명은 너끈히 가능할 것 같다. 세련되고 멋진 매장이 즐비한 아오야마에서 기어이 이 오래된 서점을 찾아 작은 그림을 남기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돌돌 말린 종이 위에 점점이 이어진 그림들이 더 반갑게 느껴졌다. 그림 대신 글을 이어 쓴 릴레이 전시였다. -아무 말이나 남겨도 된다고 적혀 있는데 두서없는 문장이 모여 어떤 이야기가 완성될까-
` <사피엔스>를 잃고 서평을 섰을 때 그 책을 번역 출간한 출판사에서 저자 내한 강연에 김소영 어나운서를 초청해 사회를 맡겼다. 그는 사회를 맡아 작가가 쑥스러워 본인 자랑을 못 하면 대신 해드리고, 독자들이 궁그해하는 질문도 대신 던져주었다. 익명으로 고민 받아 함께 해결책을 찾고 마음 아픈 사람을 위로하다가 눈물이 맺히기도 한다. 책의 주인공에게 배우고 느낀 것을 전달하고 그 과정에서 농담 한 마디 섞어 웃음을 주기도 하고, 어려운 정보와 지식은 편하게 떠먹여주는 역할을 맡았다.
쉬는 날 좋은 찻집에 가는 것을 소중한 취미로 아름다운 차향, 차를 내릴 때 흐르는 시간으 미학, 차에 어울리는 티푸드를 곁들이며 편안한 의자에 앉아 책 읽는 것. 혼자 있어도 부족함 느끼지 못하는 ,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다. “차 한 잔 할까요?” 말에서 느껴ㅓ지는 여유와 느린 시간의 향을 다들 조금은 알아주는 듯하다. 매장에서 직접 구운 스콘과 비스킷, 수제 잼과 다기를 천천히 구경했다. 솔직히 콧노래를 부를 뻔했다.
·하쿠넨(백년)서점
서점이 있을 것 같지 않은 번화한 골목 건물 2층에 슬며시 숨어 있는 서점 ‘하쿠넨“. 일본 동네 서점의 특징은 간판이 없거나 있어도 매우 작다. 마치 일부러 지나치기라도 바라는 것처럼. 하쿠넨은 백년이라는 의미다. 헌 책과 신간을 가리지 않고 취급한다. 나티스트들이 매달 전시를 연다. 손그림 아시스트의 그림으로 온 벽과 천장이 채워져 있다. 낙서장을 뜯어 붙여놓은 것처럼 무심한 그림이지만 자세히 보니 완성도가 높다. 예술, 사진, 영화 등 각종 문화 관련 서적을 주로 취급하는 서점답게 왠지 손님도 범상치 않다. 예술 분야 서가에서 책을 고르던 백발의 공지머리 트렌치코트를 걸친 할아버지. 서가마다 꽂힌 수입 그림책은 1950년대의 헝가리와 체코 작가의 동화책부터 최근에 출간된 세계 각곡 그림책까지 다양하다 도록과 전시 리플렛, 독립출판물과 1인 창작자가 만든 개성 있는 문구류도 많았다.
·“당신은 하루키를 좋아하나요?” 내가 먼저 답하자면 나는 하루키를 좋아한다. 그의 군더기 없는 담백한 문장을 좋아한다. 소설 속 등장인물이 어눌한 상황에서 던지는 유머 비슷한 것도 좋아하고 어딘가 비현실적인 인물 묘사도 끝끝내 해결되지 않는 줄거리도 좋아한다. 무엇보다 그가 음식에 관해 묘사하는 장면이 좋다. “일을 만한 책 있어요?” 물을 Eoi “최근에 나온 하루키 신작 읽어보셨어요? 두 권짜린데 편하게 읽기 좋아요.” 대답한다.
· 시장에 가면 진짜 사람이 모여 있다는 느낌이다. 제철 과일 하나하나가 예쁘게 닦여 있고 그 옆에는 꽃송이를 작은 다발로 묶어 파는 간이 꽃집이 열렸다. 여행객이 살 만한 것은 많지 않지만 소담하게 차려진 장터를 둘러보니 기분이 좋다.
· 일본인의 정리력은 볼 때마다 놀랍다. 일본 서점을 구결할 때마다 또 하난 놀라는 점은 유독 잡비가 많고 종류도 다양하다. 패션 잡지만 해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종수가 출판되는 데 느낌도 개성도 각기 달리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이곳에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잡지가 한쪽 벽면을 모조리 채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구하기 힘든 외국 잡지도 많다. 요즘은 셀럽(유명인)이 책방을 여는 경우는 있지만 세계적 디자이너가 직접 자신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킨 책을 모으고, 소개하고, 팔기 위해 책방을 여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 싶다. 출판업계 전문가이거나 책 관련 일 하던 사람이 책방을 낸 것 같은 ‘북마크’
· 긴지 츠타야 서점
서점 안으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마치 미술관을 거니는 듯한 기분이다. 예술 서적 옆에 관련 작품이 놓여 있다. 일본 전통 판화와 일본도 모형, 전통 미술품을 하나하나 둘러보았다. 한 권에 수십 킬로그램이 나간다는 대형 도서(빅북) 수십 권, 커다란 사진집을 넘겨볼 수 있도록 면장갑을 빌려준다. 일본에서는 다양한 서점이 등장하고 문화 산업이 성장하면서 독서와 즐거움을 결합한 ‘리딩 엔터 테이먼트’라는 용어가 생긴 지 오래다. 패션 매장을 구경하던 손님들은 6층으로 올라와 책을 열심히 만져보고 들보고 자리에 가져가서 읽기도 하고, 책 내용을 두고 대화를 나누며 트렌드를 공유한다. 책이 트랜드의 선두에 선다는 건 설레는 일이다. 책을 읽다가 고개 들면 머리 위 조명이 백화점 명품 매장에 온 듯 반짝인다. 초록 식물로 꾸며진 긴자식스 옥상정원에 오르면 잠시 휴식을 취하며 빵을 먹을 수 있다. 화려한 조명에 둘러싸여 있다가 잠시 눈을 쉬어갈 수 있으니 너무 좋다. 백화점에서 쇼핑을, 6층 서점에서 지적 만족감을, 게다가 배까지 채우고 나서는 식물과 함께 휴식을, 간자식스는 다 가진 친구 같은 느낌이다.
·밥 냄새 솔솔 풍기는 사진집 식당-메구타마
밥 냄새가 아니었다면 식당에 온 건지 책방에 온 건지 헷갈렸을 법한 풍경이다. 가정식 백반을 먹으며 책장에 꽂힌 5천여 권의 사진집을 마음껏 꺼내 볼 수 있다. 식당을 가득 채운 서가 주인은 30년간 사진 평론가로 활동한 이자와 코타로 시다. 자신이 모은 사진집을 소장하기보다 여러 사람과 함께 보려고 이 공간을 만들었는데 책 공유 공간으로 밥 짓는 식당을 선택했다. 연도와 종류별로 정리되어 자유롭게 가져가 볼 수 있지만 책을 뺀 자리에 색깔 아크릴 판을 대신 꽂아두고 다 읽은 뒤 원래 자리에 반납해 뒤섞이지 않도록 해달라는 설명도 적혀 있다.
밥을 먹고 신뢰감이 듬뿍 상승해서 디저트를 추가로 주문했다. 팥의 기준은 알이 으깨지지 않고 탱글탱글하며 혀가 오그라들게 달지 않으면서도 달콤하고 팥의 향이 잘 살아 있는 것 딱 그맛이다. 디저트를 먹으며 메뉴판을 마저 읽었다 식당 운영과 사진집 관리, 사진, 예술 관련 전시 및 이벹트 위에 다양한 참여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히말리야에 있는 학교를 후언하고 식당의 합성 물질 첨가와 세세 사용을 반대하고 지적장애인을 고용하는 회사인 나혼 리카가쿠에서 만든 칠판 마커로 화장실 칠판에 아티스트들이 매달 그릠을 그린다. 5천여 권의 사지집이 주제별로 세세하게 분류되어 있다기보다는 사진 평론가인 주인의 취향대로 시대별로 차곡차곡 모아진 느낌이다. 세께 각국의 도시 풍경, 장엄한 대자연, 평범한 사람을 찍은 인물 사진과 프로 모델이 포즈를 취한 패션 사진, 동물과 식물, 건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방대한 사진집을 두루두루 접한 것은 처음이라 눈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신나게 사진을 찍고 있는 여항생 무리와 다정한 연인들, 도란도란한 가족들 틈에 끼어 마음껏 트리를 구경했다.
· 카우북스(소처럼 쉬어가는 서점)
플란다스의 개에서 네로가 옮기던 스테인리스 우유 통을 닮은 은 및 외관 덕분에 얼핏 우유나 유제품 관련 디저트 가게처럼 보이기도 하는 서점이다. 매장 한가운데 기다란 테이블이 놓여 있고 양쪽 서가에 빽빽이 책이 들어찬 작지만 알찬 서점이다. 좁은 방 한 칸과 테이블 하나가 전부지만 헌책으로 가득한 작은 공간에서 책을 읽는 건 또 다른 편안함이다. 카운터 직원도 손님에게 눈을 맞추거나 말을 거는 등 손님이 불편해할 행동은 피한다. 서점 전체가 60, 70대의 문학과 수필, 잡지, 사진첩, 만화책, 아동 서적 등을 가리지 않고 수집한 듯 하디. 분야 중심이 아니라 시대 중심으로 구성된 독특한 서가다. 2천 군 책인데 도서수집가와 서점 덕후에게도 인정받는 컬렉션이다. 작은 서점은 작은 공간이라 아늑하고 편안하다. 모르는 사람들과 테이블에 옹기종기 앉아 책을 읽을 때 의외로 집중이 잘 된다. 책을 주제로 한 영어 메시지가 천장을 타고 흐른다. 헌책방에 전광판이다.
· 서점에 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입구에 놓인 평대와 메인 책장을 훑어보는 일이다. 입구의 책은 서점의 얼굴이다 손님들이 가장 많이 보는 장소에 어떤 책을 두고 참고서. 잡이, 가장 핫한 작가의 신간, 계절과 유행을 타는 주제의 책. 서점에서 여ㅓ는 행사 관련 책, 돈 받고 광호를 위해 꾸민 매대 등을 서점이 가진 색깔로 알 수 있다., 잘 보이는 곳뿐 아니라 그 주변오 봐야 한다. 어떻게 전체 코너를 배열해준다, 어떤 분야에 힘 주고 각 분야마다 어떤 소주제를 붙였는지 살피며 이 서점을 찾는 손님은 어떤 사람일까. 그러다 한 권의 책을 꺼내 드는 ‘발견’이 이이루어진다. 서가를 채운 사람과 나 사이에 통하는 전류를 느낄 대다. 평소 관심있던 분야에서 흥미로운 신간을 발견하는 거, 내 취향과 맞닿은 서가를 만나면 신이 난다. 사랑에 관한 책을 모아둔 코너에서 <여명>을 발견하고 반가웠다. 불ㄴ타 오른 것만이 사랑이 아니기에
· 직접 서점 업계에 들어와 보니 책을 팔아 벌어들일 돈은 턱없이 적었다. 책 한 권 팔았을 때 오프라인 서점의 이익률은 크게 잡아도 20%다. 1만 5천 원짜리 책을 정가에 팔면 수익이 3천 원인데 백 권은 팔아야 30만 원을 번다. 임대료를 내기에도 벅차다. 다른 업종에 비해 마진이 낮은 서점을 운영하면서 책방지기의 취향만으로 책도 체크해야 하고 손님이 원하는 책도 구해놓아야 한다. 동네 서점일수록 어떤 책을 손님에게 권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 장사를 넘어 서점의 정체성을 그려내는 핵심적 요소이기도 하다.
· 식빵 전문 레스토랑 ’센터 더 베이커리‘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의 일본식 식빵과 산 모양으로 부풀어 풍부한 맛이 일품인 영국식 식빵이 나란히 접시에 담겼다. 사이즈도 다르고 가장 좋은 맛을 내는 두께도 다르다. 식빵에 잘 어울리는 버터와 세계 대회에서 상 탔다는 잼과 굴, 초콜릿 스프레드 도 함께 준다. 한 입에 한 조합씩만 맛봐도 식빵 두 조각쯤이야. 아, 이것이 행복이다. 큰 빵을 접시에 담아주면 손님이 직접 식빵을 꿉는 시스템이다. 우리는 빵 먹으며 책 읽기도 하니 책(B)의 B가 빵(B)의 BFMF 닮기도 했으니 책방에서 식빵을 파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1층에서 2층으로 오른 에스컬레이터 옆에 큰 곡선을 뻗어 2층까지 닿아 있는 구름다리 같은 용을 형상화한 서가에 책이 꽂혀 있는 모습이 마치 용의 비늘 같다. 미로처럼 꼬불꼬불 굽이굽이 코너가 나누어져 용이 똬리를 트는 모양새다. 온갖 잡화를 판매하는 무인양품 매장 서가 중간 중간에 책과 관련된 제품이 함께 놓여 있다. 식물에 관한 COR 옆에는 화분과 각종 원예 도구, 요리 책 옆에는 식재료와 조리 도구, 책장 근처에는 편하게 책 읽을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진열되어 있다. 책에 각기 다른 메시지 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서사가 담겨 있다. 그런 책을 무인양품 제품 곁에 두어 물건마다 서사를 부여하려는 시도. 모종삽과 조리개 같은 원예용품 옆에 카렐 차페크가 쓴<원예가의 열두 달> 같은 원예 에세이를 둔다면. 식물을 가꾸는 일의 기쁨과 즐거움이라는 메시지를 함께 전할 수 있다. 이 곳의 책은 <독서의 신> 저자 마쓰오카 세이다. 서가는 일본 요리에 사용되는 조미료인 사, 시, 스, 세, 소(설탕, 소금, 식초. 간장, 된장의 하라가나 표기 일부)에서한 글자씩 다서 각 음으로 시작하는 단어인 책, 음식, 소재, 생활, 옷을 의미하는 다섯 가지 분류법으로 구성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책으로 둘러싸인 생활’이라는 철학을 제시하고자 1만 권의 책을 들여놓았다. 출판 기념회 등 다채로운 독자 이벤트를 열기까지 적극적 노력과 서비스라니 무인양품답지 않다. 쇼핑을 하는 김에 조금씩 책을 읽다가 가랑비에 옷 젖듯 책의 매력에 빠져들 수도 있으니 , 책을 읽은 덕에 무인양품 제품에 관심 가질 사람도 생길 거고. 실제 무지북스가 들어선 뒤 소비자가 매장에 더 오래 머무르고 매출 상승효과도 거두었단다. 서점의 레스토랑에서는 빵 냄새 솔솔 풍기고, 서가 옆에는 마음껏 앉아도 되는 푹신한 소파가 있으니 당연하다.
· 엠프 파는 책방-츠티야 가전
진열되어 있는 제품을 하나씩 들여다보며 이것저것 만져보고 싶다고 느낀다.
·오프라인 매장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검색인 아니 그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세안을 백 %로 전달해야 한다.
· 음향기기 코너에서 발을 떼지 못하는 남편을 내버려두면 저 거대한 앰프를 들고 한국까지 갈 참이다. 건강, 요리, 건축, 예술, 인문 등 코너별로 벽면을 메운 책들 사이에 틈틈이 놓인 의자마다 사람들이 빼곡이 앉아 책을 읽고 있다. 개인 공간을 많이 마련해 놓으면 책을 안 사지 않을까 싶지만 ‘안 사도 되니 마음껏 일고 가시라’는 듯한 판매보다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집중하는 츠타야 특유의 자심감이 느껴진다. 음료를 주문하지 않아도 언제까지고 테이블을 이용할 수 있다. 앉아서 뭐라도 하고 싶은 욕구가 절로 솟는 아름다운 가구와 조명은 덤이다. 집 근처에 이런 서점이 있으면 카페에 오래 눌러앉고 싶다.
책 읽는 남자랑 살면 말을 꺼내면 맥락을 이해하고 대화할 때 지금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중단해야 할지 등을 판단하는 감각도 좋다. 나란히 누워 그날 기분에 따라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가금 궁금하면 서로 책에 고개를 내밀기도 하고 먼저 잠든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기도 한다.
· 진보초역에 도착했다. 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내렸다. 초록색 간판에는 ‘120년 역사의 도쿄도 서점이 2012년 페이퍼백 카페로 재개장했다.’는 소식이 적혀 있다. 가는 길에 보이는 골목골목이 모두 서점이다. 진보초는 세계에서 책을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책의 거리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를 만나면 청결함과 독립적 성격을 찬양하고 도도한 걸음걸이로 걷다가도 다가와 볼을 부비며 애교부리면 뼈가 녹는 행복은 느낀다는 간증이 이어진다. 무뚝뚝한 사람도 “으으 귀엽군” 앓는 소리를 한다. 고양이 엽서와 편지지, 생일 카드를 몇 장 골라 크리스마스에 고양이 집사들에게 선물하면 입을 해 벌리고 귀엽게 웃으며 좋아하겠다.
· 내가 하는 일은 책을 읽고 또 읽고 두꺼운 책의 귀퉁이를 접어가며 밑줄을 좍좍 긋는 동안 어느새 그날이 다가왔다.
읽고 싶은 책 이름을 가득 적은 수첩을 지니고 다니는 친구가 있다. 사고 싶은 책을 적으면 책명 위에 줄을 긋는 식으로 항상 지니고 다닌다.
서점 안으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마치 미술관을 거니는 듯한 기분이다. 예술 서적 옆에 관련 작품이 놓여 있다. 일본 전통 판화와 일본도 모형, 전통 미술품을 하나하나 둘러보았다. 한 권에 수십 킬로그램이 나간다는 대형 도서(빅북) 수십 권, 커다란 사진집을 넘겨볼 수 있도록 면장갑을 빌려준다.
·밥 냄새 솔솔 풍기는 사진집 식당-
밥 냄새가 아니었다면 식당에 온 건지 책방에 온 건지 헷갈렸을 법한 풍경이다. 가정식 백반을 먹으며 책장에 꽂힌 5천여 권의 사진집을 마음껏 꺼내 볼 수 있다. 식당을 가득 채운 서가 주인은 30년간 사진 평론가로 활동한 이자와 코타로 시다. 자신이 모은 사진집을 소장하기보다 여러 사람과 함께 보려고 이 공간을 만들었는데 책 공유 공간으로 밥 짓는 식당을 선택했다. 연도와 종류별로 정리되어 자유롭게 가져가 볼 수 있지만 책을 뺀 자리에 색깔 아크릴 판을 대신 꽂아두고 다 읽은 뒤 원래 자리에 반납해 뒤섞이지 않도록 해달라는 설명도 적혀 있다.
산요도 서점’은 ’쇼와 10년 경의 지도‘ 액자와 손님이 남긴 장난스러운 낙서, 손에 힘 꾹꾹 주고 그린 아이의 그림으로 가득 채워진 종이 뭉치가 있다. 천명은 너끈히 쓸 것 같은 돌돌 말린 종이에 아무 말이나 남겨도 된다고 하니 릴레이 전시장 같다. 마치 남이섬 호텔에 숙박했을 대 몇 십 년 묵은 방명록을 쌓아놓았던 것처럼 소통하려는 사람 정이, 생각이 흐르는 공간으로 정겹다.
’쇼와 10년 경의 지도‘ 손님이 남긴 장난스러운 낙서, 손에 힘 꾹꾹 주고 그린 아이의 그림으로 가득 채워진 종이 뭉치를 보니 아마 조만간 천 명은 너끈히 가능할 것 같다. 세련되고 멋진 매장이 즐비한 아오야마에서 기어이 이 오래된 서점을 찾아 작은 그림을 남기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돌돌 말린 종이 위에 점점이 이어진 그림들이 더 반갑게 느껴졌다. 그림 대신 글을 이어 쓴 릴레이 전시였다. -아무 말이나 남겨도 된다고 적혀 있는데 두서없는 문장이 모여 어떤 이야기가 완성될까-
<신분카>의 편집장을 지낸 이시바시 다케후미가 쓴 <서점은 죽지 않는다>에는 일본 각지에서 작은 책방을 연 사람들 이야기다. “누구나 소액의 퇴직금으로 시작할 수 있는 서점을 만들고 싶다. 그렇게 조그맣게 시작한 서점이 전국에 1천 곳 정도만 생긴다면 세상이 달라지지 않을까.” 우리나라에도 작은 독립 서점과 동네 책방이 늘어나고 있다. 동네 책방 중에는 특정 분야에 파고들어 마니아의 사랑을 받는 책방도 있고,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독립출판물을 전문으로 다루는 책방도 있다. 책방을 하는 사람이 더 많은 사람에게 책을 읽히고 싶다는 목표가 있으면 좋겠다. 책방 주인에게 이끌려 독서라는 취미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는, 초심자를 위한 책방이어도 좋을 것 같다. 평범한 사람 누구나 드나들지만 나의 개성과 안목이 묻어나는 책방이 될 수 있다면 바로 이곳 ‘시부야 피블리싱 앤 북 샐러즈’는 출판사 사무실이 통유리로 환히 공개되어 있다. 이 서점에서 책을 만드는 직원들이 실제로 어떤 사람들인지를 손님에게 직접 보여주려는 의도다. 서점과 출판사를 함께 운영하는 점이 이곳의 정체성을 설명해준다. 손님 응대와 책 판매 직원 외에도 작가와 편집자, 일러스트레이터와 디자이너가 서점 안에서 함께 일한다는 사실이 서점에 놓인 책들을 더욱 특별하게 대하도록 만든다. 책을 소개하는 일을 넘어 기획력과 편집 능력을 바탕으로 사람과 문화를 연결하겠다는 포부를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선언하는 느낌이다.
미래의 서점은 어떤 모습일까. 머지않아 전에 없던 방법으로 책을 고르고 도 구매하게 되겠지. 어쩌다 고른다는 개념마저 없어질 수도 있다. 내가 읽고 싶을 만한 책이 매주 알아서 배달 온다든지 하는 식으로 아마존과 츠타아의 시대에 아날로그 동네 책방을 열다니. 시대를 거꾸로 가는 것 같기도 하다. 우연히 집어든 낯선 책에서 아주 미묘한 연결고리를 발견할 때 기분이 더 좋다.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책을 구할 수 있어도 일부러 책방을 찾는 이유도 비슷하다. 의외의 책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 단골손님에게 “이 책 분명 좋아할 거예요.” 동네 책방 주인이 동네 주치의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겠다.
북 큐레이션으로 책을 집어 들게 만드는 책방, 재미난 일을 꾸미는 창작가가 모요 드는 책방, 인테리어가 멋진 책방, 맛있는 커피가 향긋한 차가 함께하는 책방, 어떤 형태든 좋겠다. 책을 좋아한다고 하면 왠지 편견 섞인 호감이 생긴다. 책방을 열고 얼마나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지 모른다. 편견은 날마다 더 강해진다. 한 권의 책에 내 취향을 담고 재미있는 행사를 기획하며 설레는 하루하루를 만들고 있다. 자고 일어나 책방 문을 열고 갓 내린 커피 향기가 퍼지는 작은 공간 안에 있으면 모든 게 당분간은 괜찮을 거란 예감이 든다.
<틀려도 괜찮아> 남의 의견을 존중하며 살아가기를 원하면 볼 책이다.
책방에 와서 책 속장에 “엄마 말 잘 들으라고 써주세요.” “동생이랑 싸우지 말라고 써주세요.” “무조건 공부 열심히 하라고 써주세요.” 부탁을 한다.
책을 사러 온 엄마가 “우리 얘기가 ‘신혼일기’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요. 사진 좀 찍어주세요.”하는데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엄마가 뵀지 내가 봤나.” 툭 튀어나온 순수한 대답이 얼마나 귀엽고 웃기던지. 그래도 어머니를 위해 사진 찍으려고 아이 옆에 섰다.
“00야, 언니 사진 찍어 주세요. 해봐 애교 해봐. 애교.”
“아~ 그만 좀 찍어!” 그 순간 우려 퍼진 아이의 우렁찬 진심에 책방에 있는 사람이 다 웃었다. 엄마는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으니 마음이 급하고, 아이는 누군지도 모르는 아뭄마랑 자꾸 사진 찍으라고 하니까 얼마나 귀찮을까. 내가 뽀로로였으면 또 모르지만, 아이가 다 부모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다.
‘크레용 하우스’ 서점은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 책을 친구 삼아 자란 그녀는 1967년 문화방송 아나운서로 일했고 1971년 <한 스푼의 행복> 시리즈 에세이를 냈다. 크레용 하우스는 이름도 아이들이 각자 색깔로 인생을 그리기 바란다는 듯으로 지은 것이다.
1층에는 외국 서적 포함 5만권이 넘는 서적이 있다. 한번 입고한 책은 반품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 달에 한 번 신간 회의를 열어 까다롭게 책을 선정하고, 한번 들여온 책은 끝까지 책임지고 판다는 멋진 태도다. 잘 팔리는 책이라도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입고하지 않고, 좋은 책이라면 오래 두어도 팔린다는 서점 주인의 확고한 신념이 있기에 가능한 일, 어린 시절 서점 구석에 앉아 눈치를 받을 때까지 책을 읽었다는 주인답게, 서점 곳곳에 아이들이 편히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의자가 있고 둘러앉아 만화를 볼 수 있고 비디오도 전시되어 있다. 2층에는 어린이 장난감과 문류를 판다. 밀랍으로 만든 크레용, 목제 교구와 목마 등 대체로 아이에게 무해한 재료를 사용해서 입에 넣고 빨아도 괜찮은 물건들이다. 3층 ‘미스 크레용 하우스’는 엄마의 공간이다 여성과 가족, 여성의 몸과 마음, 아동 의학, 육아 지식, 환경문제나 정치를 다룬 도서, 예술과 심리학 등 다채로운 성인 도서다. 서가 곳곳에 신문과 잡지에서 스크랩한 관련 기사와 인터뷰 내용이 붙어 있어 책방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진다. 아이를 키우면서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 엄마에게 권하는 책들을 책방 주인의 섬세한 분류로 당양하게 제시했다.
출판 관계자와 전문 일러스트레이터뿐 아니라 도쿄의 세련된 부모들이 많이 찾는다. 어린이 서점이라면 으례 주거 지역이나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은 거리에 있을 것 같은데, 멋쟁이 싱글 남녀와 젊은 연인이 드나드는 장소에 있다. 쇼핑 나온 사람들이 예쁜 간판과 음악 소리에 이끌려 서점에 들어와 어린이 책을 펼치는 모습이 매력이다. 이 서점에서 데이트하던 연인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서점을 다시 찾고 할머니와 엄마와 자녀까지 3대가 함께 서점을 찾는 경우도 있다.
당인리 책 발전소 책방지기 추천도서 100
만들어진 신- 리처드 도킨스
챆책 따위 안 일어도 좋지만-하바 요시타가
서점은 죽지 않는다- 이시바시 다케후미
대성당-레이민드 커버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기리
찰리와 초코릿 공장-로얄드 달
자기 앞의 생-에밀 아지르
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니티
누가 쓸모없게 만드는가-이반 일리치
몸의 일기- 다니엘페나크
사람아 아, 사람아-다이하우잉
이것이 인간인가-프리모 레비
여명-시;도니가브리엘 콜레트
역사란 무엇인가- E H. 카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러네이 엥겔론
지금 다시 헌법-차병직, 윤재왕, 윤지영
소년이 온다- 한강
댓글부대-장강영
송곳- 최규석
나쁜 페미니스트-록신 케이
현대 중동의 탄생-에이비드 프롤킨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후쿠이치 노리토시
파란색은 따듯하다.-쥘리 미로
개인주의자 선언
오늘의 인생
우리가 녹는 온도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
신경끄기의 기술
취향을 설계하듯
언어의 온도
무엇이 되지 않더라고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말
바깥은 여름
사람아, 아 사람아
셀럽(celebrity-유명인)이 아니라도 자기에게 영감을 불러 일으킨 책을 모으고 소개하고 책을 파는 책방이 있다.
론칭(출시)
머릿(마음)속으로 꿈꾸던 책방-현실로 옮겨놓은 책방, 한권 책방.
고양이(일본말로 네코 +이코노믹스-경제학) -네코노믹스
일본 ‘진보초 냔코도’는 고양이 관련 책만 다룬다. ‘콩푸하는 고양이’책 옆에 사진 전시를한 다. 직원들의 책 추천 손글씨. <책 읽다 가는 찻집> <쉬어가는 책방><사람 향기나는 책방>꽃가게, 병원. 스포츠용품점. 재활환자들을 위해서는 한 손에 들어가는 작은 카드 크기의 플립북(flip book)을 만들고 치매 환자의 추억을 되살려줄 사진집, 등을 소개한 뒤 “당신은 그때 몇 살이었는가?”등의 질문 책을 개발했다.
어디에 책이 진열되는 그곳을 찾는 이들에게 다차원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메시지를 고려하는 것이 북 큐레이션(미술관 박물관에서 기획, 설명을 맡는 일)의 역할이다.
일본 ‘스루가 은행‘에 있는 ’디라보 도서관‘은 은행= 돈이 아니라 은행= 꿈이라는 콘셉트로 금융서비스가 단순히 돈을 빌리거나 불리는 일이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는 걸 강조하고 있다. “은행에 가는 건 꿈을 찾으러 가는 게 아닐까?”말과 상통한다,
판매 제품 옆에 비슷한 주제의 책을 비치
북 큐레이터 하바는 가상 인물을 선정해 그의 성격, 생할습관, 직업, 하루 일과 등을 상상하고정리한다. 그가 좋아하고 관심 가질만 한 섯, 책방 주인의 아름다운 취향을 내 취향이 아닌 둑자 당신에게 필요한 것과 도움이 될 만한 책이면 좋겠다. 단순히 사회적으로 평판 높은 베스트 셀러보다 한 책방에 들린 까닭에 책방 주인이나 책방에 들린 다른 책 좋아하는 사람들의 향기를 얻어갈 수 있고 평소 생각해보지 못한 생각과 필요한 것들을 챙겨갈 수 있는 그런 책방!
주인은 한 번에 한 종의 책만 판다는 독특한 고집으로 직은 방을 세계 명소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꽃에 대한 책을 팔 때는 서점 전체를 책에서 소개한 꽃들로 꾸미고, 음악 관련 책이면 서점을 음악 감상실로 꾸며 독자가 책 내용을 입체적으로 체험하게 돕는다. ‘B&B’ 책방은 책과 맥주를 판다. 하루 두 시간씩 작가나 편집자와 함께하는 강연, 북토크, 독서모임 등의 행사를 한다. 유명 작가와 명사는 동네 책방에서 강연하는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관련 행사비가 낮거나 아예 없다. 책방을 가구 쇼룸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맥주 마시고 강연을 즐기도록 하며 사람들을 붙잡는 것이 비엔비의 생존 전략이다.
미국 아마존닷컴 경우 미국에서 팔리는 책 가운데 절반은 아마존에서 팔린다. 아마존은 2015년에 온라인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가를 구성한 오프라인 서점 ‘아마존 북스’를 발간했다. 온라인 책방에 남긴 고객 평점, 사전 주문량, 판매량의 빅 데이터를 토대로 완성된 고객 맞춤형 서점이다. 우리나라 인터넷 책방에서 책을 구할 때도 ‘이 책을 구한 분 들 중에 다른 분은 이런 책도 구했어요.’하는 알림도 보내고 신간 도서에 대한 이메일 알림도 온다. 또한, 독립출판 붐이 일고 1인 출판사와 개인 제작자가 만든 책도 늘어나고 있다. 책방 운영자는 책방지기로서 책을 많이 팔려는 마음에 앞서 책을 사지 않아도 마음을 채워가는 공간으로 열어두면 좋겠다. 책방 주인 각자 개성을 반영한 작은 공간에서도 서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기회를 얻어가지게 되면 좋겠다. 책장을 편집하는 하비씨는 치매환자들의 추억을 되살려줄 사진집, 유명 화가의 발상을 담은 그림 그리기 책, 천천히 읽을 수 있는 시집을 개발, 추억과 기억을 도우는 책들로 독자와 소통하고 있다. 일본에서 ‘책거리’ 책방을 경영하며 한국을 알리는 책방주인도 있다. 김승복 대표의 ‘책거리’ 책방은 옛날 서당에서 책 한권 다 베우면 떡 해놓고 책잔치 하던 의미의 이름이다. 일본 문학계의 영향력 있는 인사에게 한국 문학과 작가를 소개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매년 <일본어로 읽고 싶은 한국의 책>이라는 한국 문학 가이드북을 만들어 일본 출판사에 배포하고 있단다. 이렇게 책방지기들은 공무원은 아니지만 개인의 이윤에 앞서 이웃과 공익을 위해 일하고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감히 닿을 수 없는 책방 주인 자리를 넘보기 앞서 그들을 존경하며 많이 배운다.
민음사는 한 손에 잡히는 판형에 200족 내외의 <쏜살 문고>를 펴냈다. ‘족프레스’ 출판사는 네쪽짜리 소설을 펴낸다. 기존의 출판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창의적 시도도 제작자의 개성을 강하게 담아내는 독립출판물도 많다. 읽을 책 ‘시바다 신의 마지막 수업’-인간 지식의 향상에 공헌하는 역할 책방에서 책을 만지며 일하는 그 자체가 행복 하루 하루다.
산순히 사회적으로 높이 평가되는 책을 진열하거나 신간 위주로 구성된 서가 형태에서 벗어나 추리 책방만이 소개할 수 있는 책, 우리 책방만의 베스터 셀러를 만들고 싶다. 신간과 히트 상품에 가려진 오래된 책, 좋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홍보가 부족해 조용히 잊힌 책, 최근 한국에서도 독립출판 붐이 일면서 1인 출판사가 만든 책과 굿즈 등이 늘어났다.-취향 저격
독후감:
내가 책방을 하고 싶은 이유 그 첫째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아서이다. 값없이 차 마시며 책 읽다가는 책방 하나 알고 있다. 소나무로 둘러쳐진 숲 속 정원의 돌탁자, 파라솔 밑 탁자, 정자, 평상에서 읽고 싶은 책을 펴들고 앉아 차를 마시면 초록 바람과 새소리가 마음으로 흘러들어 힐링이 되는 곳,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거기 머물다 가는 것만으로도 안온함과 행복감을 담아가는 ‘베나의 집 책방’이다.
책명-진작 할 걸 그랬어(책에서 결국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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