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 김규현 선생이 찾아낸 시대정신
|
▲ 출판기념회장에서의 다정 김규현 선생
|
ⓒ 이상기 |
|
|
실크로드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제대로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리고 그것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사람은 더 더욱 없다. 더 나가 그 실크로드 현장을 누비며 연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역사연구를 책상머리에서 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사실 역사연구에서 현장을 소홀히 한다면, 그 연구는 신뢰성과 가치 면에서 한참 떨어질 수 밖에 없다.
|
▲ 1993년 탕구라 고개를 넘는 김규현
|
ⓒ 김규현 |
|
|
여기 책상머리와 현장을 모두 섭렵한 재야 학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다정 김규현이다. 그의 이력은 아주 독특하다. 불교에 귀의하기도 했던 그는 나중에 그림의 길을 걷는다. 사실 그의 전공은 티벳 불교와 예술이다. 티벳의 라싸대학교에서 불교와 목판화, 탕카를 연구했기 때문이다. 공부를 마친 그는 1993년부터 실크로드의 현장을 답사하며 역사문화 전문가의 길을 걷는다. 그러므로 그의 실크로드 여행 경력은 만 20년이 되었다. 그는 이 고전여행기 역주본을 내면서 시대정신을 담아내기 노력했다고 말한다. 시대정신이란 과거의 고전을 현대의 고전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매개체다. 시대정신이 들어가야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과거의 고전을 이해하고 그것에 감동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여행 코스를 지도로 제작하고 시각화해 책을 읽는 독자가 여행자를 따라갈 수 있도록 했다. 그는 또한 고대 지명을 현재의 지명과 대비시키고, 책마다 다른 이름을 비교분석해, 지명의 역사와 다른 표기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다정 김규현 선생은 이들 여행기에 나오는 모든 지명을 데이터베이스화했다. 그리고 그 지명을 과거에서 현재까지 역사적으로 정리하고, 한자와 영어 표기를 부가하였다. 그는 이것을 지명의 코드화라고 말한다. 그럼 지도화와 지명의 코드화를 추구한 그의 의도는 무엇일까? 바로 이 총서가 실크로드 여행의 가이드북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는 번역과 역주라는 기존의 참고서에서 한 발 더 나가고 있다. 이 총서가 가지는 또 다른 의미는, 5-8세기 고전여행기를 묶어 전집화 했다는 점이다. 중국 불교 전성기에 천축국을 다녀온 여행기 중 백미를 모아 번역하고 주석을 달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불국기>에는 64세의 나이에 실크로드를 따라 서역만리 길을 떠난 법현(法顯)스님 이야기도 나오고, <대당서역기>에는 국경통과를 불허한 황제의 명을 어기고 옥문관을 돌파한 현장(玄奘)스님 이야기도 나온다. 이들 스님은 삶이 한 편의 여행이라는 생각에서 망설임 없이 새로운 길로 떠났던 것이다. 여행기 속에 들어있는 에피소드
|
▲ 역주자 김규현이 만든 혜초 목판화
|
ⓒ 김규현 |
|
|
김규현 선생의 20년 실크로드 연구 결실이 이번에 나오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다정 김규현이 역주한 [실크로드 고전여행기 총서]다. 모두 5권으로 전체 분량이 1,704쪽에 이른다. 이중 가장 분량이 많은 것이 현장법사가 쓴 802쪽 분량의 <대당서역기>다. 이 책은 중국 당나라 때 스님인 현장법사의 17년간 인도여행 기록을 담고 있다. 가장 분량이 작은 것은 양현지((楊衒芝) 편찬의 <송운행기>다. 이 책은 송운(宋雲)과 혜생(惠生)의 서역과 인도여행기로 분량은 156쪽이다. 이들 총서 중 가장 우리의 관심을 끄는 책은 혜초(慧超: 704-787)의 <왕오천축국전>이다. 오만 리 머나먼 천축 길을 걸어서 순례한 신라승 혜초의 '발로 쓴 여행기'이기 때문이다. 혜초가 쓴 <왕오천축국전>이 있다는 사실은 팔만대장경 등을 통해 익히 알려져 있었다. 경전에 나오는 어려운 용어의 뜻을 풀이한 책인 <일체경음의(一切經音義)>에 慧超往五天竺國傳이 분명히 나오기 때문이다. 그럼 인도에 간 첫 스님이 혜초일까? 그렇지는 않다. 혜업, 현태, 현락 법사 등이 인도에 다녀왔다는 기록이 있다. 다만 그들이 기록을 남기지 않았거나 남긴 기록이 전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 수십 수백명의 해동승들이 천축 땅을 밟았을 것이다. 그들은 선진국의 불교를 배우기 다투어 떠났지만 천축에는 이미 불교가 쇠퇴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무상(無常)이다. 그러한 무상은 <왕오천축국전>의 발견에서도 나타난다. 1908년이 되어서야 프랑스의 동양학자 폴 펠리오에 의해 둔황 천불동에서 그 실물이 발굴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상중하 3권으로 되어있으나, 현존본은 앞뒤 부분이 떨어져 나간 두루마리형태의 필사본으로 현재 파리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왕오천축국전>은 육로기행과 해로기행이 함께 언급되고 있다. 이 책은 불교에 관한 사실 뿐 아니라, 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의 정치와 사회상을 아주 자세히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사료적 가치도 대단히 높다. 현장법사는 당 나라의 법을 어기면서까지 장안을 출발하여 구법(求法) 여행을 떠난다. 서역의 여러 나라를 지나 인도에 도착한 스님은 불교 교학의 연구와 불적을 순례에 옴 힘을 다 쏟는다. 그리고 많은 경전들을 가지고 17년만에 귀국해 거국적인 환영을 받는다. 총 12권으로 이루어진 <대당서역기>는 여행기 중의 백미일 뿐 아니라 인류 최고의 여행기다. 왜냐하면 인도와 중앙아시아 138개국의 역사・지리・산천・성읍・교통・풍습・산물・정치・문화・생활 등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크로드 갈래길 이야기 지금까지 실크로드는 3대 간선과 5대 지선으로 분류되어 왔다. 그러나 다정 선생의 <인도 고전여행기 총서>에서는 실크로드가 11개 루트와 22개 갈래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지도를 통해 상세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었다. '실크로드 갈래길 총도'가 만들어졌고, '파미르고원 횡단도'가 만들어졌다. 특히 파미르고원을 넘나드는 루트는 예부터 실크로드의 여러 갈래길 중 백미에 해당하는 곳이다. 우리의 혜초사문과 현장법사를 비롯한 수많은 순례승들의 체취가 진하게 배어 있는 곳이다. 파미르고원이 그렇게 중요하고 비중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횡단도 하나 만들어지지 않았다. 다정 김규현 선생은 그 누구도 아직 속 시원하게 밝혀내지 못한 파미르고원 횡단도를 만들어냈다. 그는 파미르고원 횡단로를 다시 6개의 갈래길로 분류해 설명하고 있다. 그 여섯 개 갈래길은 다음과 같다. 사리쿨 고갯길, 와칸주랑 북쪽길, 와칸주랑 남쪽길, 다르코트 고갯길, 쿤제랍 고갯길, 카라코람 고갯길. 이 중 와칸주랑과 카라코람은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하다. 그것은 와칸주랑이 파미르를 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일반 대상들이 이 길을 즐겨 이용했고, 5세기 법현스님을 시작으로 수많은 순례승들이 이 길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 길은 아프간과 중국의 관계악화로 인해 통행이 금지되어 있다. 그리고 카라코람 고갯길로는 현재 카라코람 하이웨이가 지나간다. 그러나 이 길도 역시 지금 넘기가 쉽지 않다. 길은 열려 있고, 달리고 싶은데 말이다. [실크로드 여행기 총서] 외관 대당서역기(실크로드 고전여행기 1)
김규현 저 |글로벌콘텐츠 |2013.02.15 페이지 802|ISBN 9788993908602 판형 A5, 148×210mm 정가 45,000원 왕오천축국전(실크로드 고전여행기 2) 김규현 저 |글로벌콘텐츠 |2013.02.15 페이지 300|ISBN 9788993908619 판형 A5, 148×210mm 정가 20,000원 불국기(실크로드 고전여행기 3) 김규현 저 |글로벌콘텐츠 |2013.02.15 페이지 258|ISBN 9788993908626 판형 A5, 148×210mm 정가 19,000원 대당서역구법고승전(실크로드 고전여행기 4) 김규현 저 |글로벌콘텐츠 |2013.02.15 페이지 188|ISBN 9788993908633 판형 A5, 148×210mm 정가 14,000원 송운행기(실크로드 고전여행기 5) 김규현 저 |글로벌콘텐츠 |2013.02.15 페이지 156|ISBN 9788993908640 판형 A5, 148×210mm 정가 12,000원
|
첫댓글 세기에 다시 없을 역작이자 대작을 쓰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희도 꼭 구입해서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축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