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의군 이영과 초요갱
정권을 잡은 수양대군 일파는 눈엣가시같은 존재들을 제거하기 위해 이영이 초요갱과 간통한 것과 사연회에 참석한 것을 들어 역모로 몰아가려고 했다. 사연회에 참석하여 사병을 키웠다면 역모의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초요갱의 간통사건이 덤으로 보태진 것이다...
초요갱은 미색이 뛰어나 어릴 때부터 뭇 남성들의 시선을 끌었고, 장악원 악적에 올라 궁중음악과 궁중무용을 익히니 선녀가 무색할 정도였다. 게다가 세종 때 박연이 창안한 궁중악을 모두 전승하여 조선제일의 예인으로 불렸다. 그러나 궁중악의 유일한 전승자라고 해도 춤추고 노래하는 기생이었다...
초요갱은 평원대군 이임의 첩이었으나 화의군 이영과도 정을 통했다...
계양군 이증이 초요갱의 집을 드나들면서 사통하기 시작했다. 이증 역시 세종의 아들이오, 수양대군의 이복동생이었다...
훗날 판사 변대해가 초요갱과 정을 통하자 이증이 이를 알고 노발대발하였다. 이증은 종복들을 보내 변대해를 몽둥이로 마구 때렸고, 변대해는 이로 인해 시름시름 앓다가 그만 죽고 말았다.
초요갱이 진정으로 사랑한 이는 평원대군 이임이었다. 이임은 초요갱을 어릴 때부터 돌봐준 사람이었고, 첫남자였다.
'나를 사랑한 사람은 평원대군이고, 나를 알아준 사람은 박연이다'.
초요갱은 때때로 기녀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박연은 부모가 없는 초요갱을 전악서에 소속시키고 궁중음악과 궁중무용을 가르쳤다. 혹독한 훈련이 너무 힘들어 전악서 담밑에서 울고 있으면 아버지처럼 따뜻하게 안아주고는 했었다. 박연에게 무엇보다 고마웠던 것은 그녀를 인간으로 대접해준 유일한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박연은 그녀에게 스스이자 아버지였다...
초요갱은 박연의 유일한 전승자였다...
조선을 떠들썩하게 뒤흔들었던 궁중음악의 유일한 전승자 초요갱, 만년은 쓸쓸했을지 몰라도 수많은 남자를 울고 웃게 한 최고의 미녀이자 예술가임에는 분명하다. 14 - 25쪽
조선을 뒤흔든 16인의 기생들, 이수광, 2009년, 다산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