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5편. 봄은 맛있다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 판소리 사철가 중 나무가 새순을 틔워 하나둘 꽃이 피면 촉촉해진 땅은 초록 이파리가 무성해진다. 다디단 봄볕 받아 싱그러운 나물을 맛볼 수 있는 계절, 누구보다 이 계절을 기다린 사람들의 이야기. 누군가에게는 생계이고, 누군가는 그저 맛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얻으며, 또 누군가는 음식을 만들며 정진하는
맛의 계절, 아! 분명코 봄이로구나.
1부. 봄날의 장터 4월 10일 (월) 밤 9시 35분
구례 오일장에 봄이 찾아왔다 작은 꽃망울 터뜨려 눈길 닿는 곳마다 노란 물결 넘실대는 구례의 봄. 산수유 축제를 즐기러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덕분에 오일장도 명절 못지않은 대목을 누린다. 쑥, 냉이, 달래, 쑥부쟁이... 봄맛 가득한 정자 앞 나물 할매들의 장터는 오일장의 인기 장소! 할머니들이 직접 캐고 밤새 다듬어 보따리 한가득 담아 온 봄나물로 장터는 여느 때보다 풍성하다. 30년 넘게 나물을 파시는 고창엽 할머니는 자식들의 만류에도 거짓말까지 하며 오일장에 나오신다는데... 가업을 잇겠다는 아들과 함께라 더없이 좋은 어물전 부부와 아버지를 추억하며 2대째 대장간을 지키고 있는 박경종 씨, 직접 캔 지리산 나물 반찬으로 발 디딜 틈 없는 식당까지.
사람 냄새 가득한 봄날의 장터로 간다. 2부. 법송 스님의 봄 밥상 4월 11일 (화) 밤 9시 35분
봄나물은 수행이다 전 세계에 사찰음식을 알리고 있는 법송 스님이 수십 년 함께한 보살들과 충남 공주 태화산 자락의 적묵당을 찾는다. 봄이 오면 먹을 것이 지천으로 널린다는 태화산에서 갓 올라온 봄나물을 즐기기 위해서다. 적묵당은 스님이 출가 후 10여 년간 함께 지낸 스승님과의 추억이 깃든 곳. 이곳에서 보낸 스승님과의 시간이 법송 스님이 만드는 사찰음식의 뿌리가 되었다는데... 세계 3대 요리학교인 ‘르 코르동 블루 런던’에서 3년째 강의를 하는 법송 스님. 스님이 만드는 요리는 소박하지만 특별하다. 여린 잎 따 버무린 머위나물 무침에 쑥과 냉이, 콩가루를 넣어 만든 국수, 봄나물 가득 담아 부친 바삭바삭 전을 보고 있자면 군침이 절로 돈다. 절절하게 기다렸다 만난 이 계절, 법송 스님의 봄 밥상으로 마음 가득 평안하길! 3부. 아빠의 정원에 봄이 오면 4월 12일 (수) 밤 9시 35분
아빠가 가꾼 보물창고 10여 년 전, 서울의 유명 한식당 셰프 자리를 내려놓고 고향 진도로 내려온 박민영 씨. ‘귀촌 선배’인 아버지가 30년 동안 가꾼 동백 숲은 요리연구가인 그녀에게 보물창고다. 봄이면 숲 여기저기서 쑥과 달래, 머위, 두릅 등 온갖 나물을 만날 수 있는 아빠의 정원. 민영 씨네 이웃, 김성주‧방수현 씨 부부는 이 동네를 보고 한눈에 반해 진도에서 살아보기 체험 중이라는데... 민영 씨 부부가 ‘귀촌 후배’에게 나물 군락지를 전수해주러 길을 나선다. 누구보다 이 봄을 기다렸던 민영 씨. 갓 딴 봄나물에 집 앞 바다에서 잡은 고동과 민영 씨가 손수 만든 어란이 더해져 향긋하고 바다 내음 묵직한 봄 요리 한 상이 차려진다. 4부. 둔병도의 봄 4월 13일 (목) 밤 9시 35분
정(情)도, 방풍도 넘치는 섬 봄이 오면 여수의 작은 오지 마을 둔병도는 초록 물결로 넘실댄다. 봄 방풍 덕분이다. 둔병도 주민들은 1년에 딱 두 달 동안 방풍나물을 수확해 한 해 생계를 잇는다. 고구마 농사가 주 수입원이었던 마을에 처음 방풍나물을 들여온 이는 김경수 할아버지. 15년 전, 조합을 설득해 마을에 무료로 씨앗을 나눠 섬 주민 모두가 방풍 재배로 풍요로워졌다는데! 고된 일이지만, 이 계절 푸른 바다와 초록빛 방풍이 섬을 가득 채우면 마을 사람들은 마음 부자가 된다. 젊은 시절 ‘한량’이라 불렸던 베짱이 김경수 할아버지와 부지런한 개미 부인 배남진 할머니, 가족 같은 이웃 할머니들이 나눠주는 정(情) 덕분에
보는 이의 마음에도 봄바람 살랑이는 둔병도의 봄을 만난다. 5부. 봄바람 따라 지리산 4월 14일 (금) 밤 9시 35분
한입 가득 펼쳐지는 지리산의 봄 봄나물의 정수를 즐기려면 이곳에 가야 한다! 봄이 되면 어김없이 바이크를 타고 이곳으로 내달린다는 안해성 씨. 암반 위의 정자가 아름다운 선비문화길 봉전마을을 지나 달려간 곳은 다름 아닌 산청이다. 지리산 아래에서 직접 재배하고 채취한 40여 가지 산나물을 맛볼 수 있는 곳. 제철에 먹는 나물은 약이라고 했던가! 자연에서 따온 나물을 팔팔 끓는 가마솥에 삶고 직접 담근 장으로 무쳐내면 그야말로 식탁 가득 봄이 펼쳐진다. 참기름 쪼르륵 나물 쓱쓱 비벼 봄 한 그릇 맛본 후에 즐기는 지리산 숨은 절경, 사성암까지! 봄바람 따라 눈과 입, 마음마저 즐거워지는 지리산 바이크 여정을 따라가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