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축사(22.12.27)
오늘 안법고 졸업식에 함께 해주신 공경하올 문희종 주교님과 학부모님과 내외빈 여러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운 날씨, 미끄러운 길을 마다하고 단숨에 달려오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랑하는 하이 하이 친구들 졸업을 축하해요.
3년 전 코로나로 인해 학교도 못 온 상태에서 줌으로 입학식을 하고, 드라이브 스루로 교과서를 받고, 온라인 앞에서 얼굴만 빼꼼히 보여주며 수업을 하며 1년 이상을 그렇게 보내고 나서야 동생들과 함께 등교하기 시작했으니,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었니? 얼마나 친구들과 마스크 벗고 웃고 떠들고 뛰고 공부하고 싶었겠니? 학교 공베르 언덕길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벚꽃도 한번 밖에 제대로 보지 못하고, 축제다운 축제와 체육대회다운 체육대회를 3학년 되어서야 제대로 했지. 더욱이 코로나에 걸리면 집으로 쫒겨 가고, 기숙형 학교라 평일 외출도 못하고, 학교 오라 하면 오고, 가라 하면 갔지. 너희들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다.
그런데 말이다. 너희들은 참 잘해주었다. 마스크 쓰고 코로나 방역수칙도 지켜가며 조용하고도 멋지게 multi culture festival, 미니 체육대회, 작은 축제에 열성적으로 함께 하며 우리에게 우리가 되어주었지. 수학여행은 못 갔지만, 마음의 여행은 인터넷상으로 마음껏 다녔지? 선생님들은 불쌍한 너희들을 생각하며 해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다 해주려고 했다. 너희들 성에 다 차지는 않았겠지만.
그리고 말이다. 너희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너희들은 학교에 오지 않은 상태에서도 마음이 답답해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모든 것을 인내하며, 주어지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었지? 너희들의 온몸과 마음에는 '참을 인(忍)' 자가 수없이 새겨져 있으리라 본다.
우리 총학생회 최예린 회장, 부회장 홍내경, 오세윤과 간부들 정말 좋은 리더쉽 보여주어 고맙다. 앞으로 살아가며 큰 자산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너희들의 모든 것을 지켜보는 부모님의 마음도 정말 힘들다 못해 아팠을 것이다.
하이 하이 졸업생 부모님들! 정말 힘들고 아팠지요? 눈물도 많이 흘리고요? 지금도 풀리지 않은 그 무언가가 가슴에 남아 있으리라 봅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하이 하이 친구들... 우리 선생님들도 힘들었다. 너희들의 안스러운 모습을 보며, 너희들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고 정말 조심조심 너희들과 함께 했던 것 같다. 선생님들도 부모님들도 코로나19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하지만, 너희들을 돌보고 사랑해야 한다는 사명, 좋은 대학에 진학시켜야 한다는 미션 앞에서는 코로나19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너희들의 진로와 진학을 위해서 어떻게든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 하는 선생님들의 모습, 최고의 멋진 교육환경을 만들어주려는 행정실 식구들의 헌신적인 사랑, 총동문회와 광암장학회와 영적은인회 은인들의 열성과 지지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그러한 고마움을 고맙게 받아들이는 너희들의 모습에 혼자 눈물 흘렸다.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는 너희들을 위해 식생활 교육관 수녀님과 영양사님과 조리 여사님들은 최고의 영양가 있는 음식으로 너희들의 건강을 챙기려고 했지. 그리고 기숙형 학교인지라, 기숙사에서 장학관에서 너희들의 공부와 생활을 책임지어야 하는 사감 선생님들은 코로나 상황에서 너희들을 보호하려고 애썼지. 때때로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리고 말이다. 너희들의 엄마 아빠들은 학교에서 하는 모든 것에 무한한 신뢰를 보내주며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었다. 이점에 대해 학부모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안법인을 위한 교육을 할 수 있는 큰 힘이었습니다. 부모님과 붙어있던 탯줄을 잘라 안법학교 탯줄에 연결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중학생의 탯줄, 부모님과 탯줄을 자르고 안법학교에 들어와 선생님과 친구들과 동고동락했던 우리 하이 하이 친구들, 고마운 것이 있다. 공베르 신부님으로 시작한 113년의 안법인 정신, 진리를 탐구하고 사랑을 실천하여 인격을 완성하자는 교훈의 탯줄과 연결하여 안법인이 되려고 노력했던 점에 고마운 마음 전한다.
신부님이 또 다른 큰 고마움이 있다. 그것은 3학년 건물로 삶의 자리를 옮기고는 수능 마지막 날까지 정말 열심히 공부한 것이다. 지금까지 그처럼 조용히 차분히 인내심을 가지고 공부한 학년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잘해주었다. 3학년 건물 아퀴나스 관 기도실에서 신부님의 아침 기도하는 동안에, 너희들은 신부님의 기도보다 더 깊은 공부를 했지. 그리고 학년 교장인 권석환 선생님이 파리채를 가지고 다니며 교실 안으로 몰아넣을 때, 너희들은 그 사랑의 파리채에 기꺼이 순명했지... 담임 선생님들을 믿고 잘 따라 주었지... 신부님은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너희들은 정말 열심히 해주었다. 현재까지 대학에 합격한 친구, 정시를 준비하는 친구, 여러 가지로 진학을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말이다. 신부님은 너희들의 대학 진학 결과보다 너희들이 안법에서 안법인으로 살았던 삶의 결실이 훨씬 아름답고 건실하다는 것을 안다. 너희들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어떻게 살며 다른 사람에게 기쁨과 행복을 만들어주는 존경받는 사람 교육을 참 잘 받았다고 자부한다. 너희들 가슴 속에 ‘존경받는 사람이 되기 위한 안법인 십계명’이 각인 되어 있다고 믿는다. 그것을 생각하면 뿌듯하다.
너희들을 누구보다 많이 사랑했던 교장으로서, 다시금 너희들 가슴에 그 십계명을 인각시키고 싶다. 운을 띄어주기를 바란다.
1. 안법인은 어떤 일을 하든지 하늘의 뜻을 먼저 생각한다.
2. ‘사람답게 살겠습니다.’를 실천한다.
3. 편한 길, 빠른 길보다 옳은 길을 선택한다.
4. 생명을 살리는 진로, 진학과 직업을 선택한다.
5. 생명과 환경 살리기에 최선을 다한다.
6. 자신의 행복만큼 다른 사람의 행복을 존중한다.
7. 다른 사람이 기뻐할 때 함께 기뻐하고 아파할 때 함께 아파한다.
8.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나 자신을 돌아본다(내탓이오).
9. 끝까지 친절하도록 노력한다.
10. 안법인이 지나간 자리에는 미소가 머물게 한다.
이제부터는 이 십계명이 세상에서 너희들이 살아갈 지표가 되기를 바란다. 이 지표가 여러분을 정말 훌륭하고 존경받는 사람이 되게 하는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
그 선물을 많이 많이 받고 언젠가는 학교에 와서 후배 동생들을 만났으면 좋겠다. 나는 너희들이 그러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그 어디에서든 기도하며 축복할 것이다.
우리 하이 하이 친구들, 정말 많이 사랑한다. 신부님의 하트를 받아라.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뉴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