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한국남편과 결혼하신 외국인여성들인,
결혼이민자 여성들과 서울역사박물관에 다녀온 이후,
한국문화와 옷 등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수업을 하였더니
한 일본 여성이 인사동에 가 보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한복에 어울리는 노리개도 사고,
일본어로 된 동화책도 사서 아이 교육에 활용하고 싶다는 말씀에
몸살감기가 만땅인 상태로 일단 출발하였습니다.
2주 전 수요일 어떤 모임 주최의 무료결혼식에 참여하여,
새 한복을 선물받으셨기에 한복입는 법과 절하는 법 등을 공부하였습니다.
공부라기 보담, 인형놀이처럼 함께 웃고 이야기 나누는거죠.
마침, 서울역사박물관에 비치되 청계천문화원에서 만든 홍보지
'우리아이 꼬까옷'이란 유의물도 가져왔기에
한복에 얽힌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한복구조와 치수
한복용어
한복문양의 의미
태어나서 처음 입는 배냇저고리 등 자세히 그림과 함께 구체적으로 만들어졌기에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이런 수업과정 속에서 노리개를 사고 싶다고 하셨고,
어디서 파냐고 제게 물어보셨던 거지요.
일본어로 된 동화책 구입은,
3세 자녀에게 한국어와 엄마의 모국어 사이에서 어떤 언어를 사용할 지
고민하실 때, 이중언어 사용에 대한 대화를 하면서
일본여성이 삶에서 구체적으로 적용방법을 생각하신 겁니다.
다문화가정의 자녀양육시
외국인어머니의 모국어사용에 대한 여러 입장차이를 보면서
조언을 구하는 사람에겐 다문화가정의 강점관점에서 대답합니다.
한국은 좁은 나라이고,
세계는 변화하고 있으니,
이중언어구사능력은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구요.
또한 엄마가 아이의 한국어활용능력 속도를 따라갈 수 없으면,
나이가 들어 늙으면 외로워질 수 있으니
어머니의 모국어를 어릴적부터 생활속에서 가르치시면 어떻겠냐구요.
자녀가 성장한 뒤 어떤 직업을 갖던지 좋은 강점이 될거라고 말씀드리면
안심하시는 분이 많으십니다.
대부분 한국어만 사용해야 된다고 주변에서 강조하시니,
혼란스러워 하시거든요.
미얀마가 고향인 다른 여성과 소그룹으로
공군회관앞에서 11시 부터 기다려서 대방역으로 갔습니다.
생전처음 지하철을 타는 미얀마 여성에겐 출발하는 순간부터 학습의 시작입니다.
신길동이 집이지만, 대방역이 어디있는지 조차 모르시니,
일단 집으로 되돌아가는 길을 기억하는 것 부터 입력하였습니다.
또 목적지인 종각역에 내려서는
종각역안에서 전철의 가는방향, 오는방향의 차이점부터,
출구찾기, 출구앞 지도보기 등.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오시기전까지
집안에서만 지내셨다 하니,
제가 방문서비스를 시작하고 얼굴을 익힌 다음에 한 일이,
혼자 센터로 찾아오시도록 길안내를 하고,
한국어수업이 끝난 오후2시에 배가 고팠을 때,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서 포장비닐 벗기고,
우유곽을 여는 방법을 알려드린 일입니다.
생활속에서 당연하고 익숙한 일이,
어떤 이에겐 너무나 신기한 일이 될 수도 있지요^^
3번출구 반디엔루디스서점에서 본국의 사전찾기, 동화책보기, 유아학습자료 등
눈이 휘둥그레져서 이리저리 책장속으로 들어간 그녀들을 기다리며
저는 부드러운 음악속에서 우아한 시간을 보내고 보니,
어느듯 제 손에 두꺼운 책이 세 권 쥐어져 있더군요.
장회익 선생님의 '공부도둑'을 포함하여.
평소에 보고 싶었던 책을 샀던거지요...
우스운 것은,
계산대에서 계산하는 아가씨가 제게 하는 말,
"외국인이세요?"...
(쩝...일본인도 제게 일본사람이냐 물을 정도니 충격은 좀 덜하지만...)
종각역에 내려 인사동표지판을 살피며
길치인 저를 믿지 말라고 하니,
세 여인이 모두 외국인처럼 이러저리 둘레둘레 길을 찾다가
드.디.어. !!
김밥천국을 찾았습니다.
서점에서 거의 2시간을 보냈더니 배가 많이 고프셨는지,
미얀마여성이 역출구의 샌드위치 가판대앞으로 후다닥 달려가는 것을
우리가 말렸거든요.
메뉴판을 놓고 또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으니
서빙하시는 아주머니께서 슬그머니 곁눈질을 자꾸 주십니다.
생전 처음 보는 메뉴판이니,
식당안의 그림과
옆의 사람이 먹는 음식과
글자로만 나열된 주문서까지 총동원하여
무엇을 드실것인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니 쉽고 빨리 정하지 못하는 거지요.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고, 맛을 상상하는 그 시간이 오히려 참 즐겁더군요.
돌솥비빔밥, 제육덮밥, 칼국수 등
골고루 나눠먹고 맛을 익히자고 결론짓고 주문하였습니다.
부침개 먹으며, 이게 뭐예요?
비빔밥을 비비며, 와아~ 맛있겠다
각자 나온 음식을 서로 먹어보라 권하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미얀마가 고향이라는 말에 일본여성이 묻습니다.
"여기 친구 없어요?"
-"네, 하나도 없어요."
"음..."
일본여성이 칼국수를 입에 문채 고개를 갸웃합니다.
그 표정이 너무 안타까워보여, 저는 일본여성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언니는 친구 있어요?"
-"네~ 저는 많아요. 일본사람은 많이 있어요."
서로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정겨워 보입니다.
국제결혼 중에 통일교인의 비중이 크니,
통일교인인 일본여성이 다른 목적으로 가까이 지내는 것이때론 경계되는,
기독교인인 저로서는 좀 조심스런 면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회복지사로서의 윤리관에 대해 자주 환기하고,
제 정체성을 찾기 위해 밑바닥을 자주 살피려 합니다.
올해 가을학기 한덕연 선생님의 고전강좌를 통한 근본담론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인사동으로 진입하여, 노리개를 목표로 각종 가게를 휩쓸었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보았던 문양을 찾아보고,
그릇도 찾아보고,
한지, 한복, 닥종이,
모든 것이 신기하고 감탄스러운 듯 감동하는 그녀들을 보니,
우리 것을 무시하고 살은 듯한 부끄러움 마저, 슬그머니 들 정도입니다.
종각으로 되돌아오는 길에,
번데기. 뻥튀기, 고동, 뽑기,
고무신,
옛날 간식가판대를 살피며 이야기하니,
주인할아버지께서 "샬롸샬롸~" 하십니다.
"할아버지~ 우리는 영어 잘 몰라요."하니
또 다른 말로 버젼을 바꾸어가며 말씀하십니다.
대방동 가는 전철을 타니, 오후 4시.
일본여성은 집 가까운 역까지 더 타고 가시고,
미얀마 여성은 저와 함께 내렸습니다.
또 다시 시작된 길치인 저의 길강의.
지하철표도 참고하고,
거리의 입간판,
상점이름,
건물,
모든 것이 참고서가 되어 학습을 도왔습니다.
"선생님~ 오늘 고맙습니다."
맛있는 밥도 고맙습니다."
-"네~ 저도 고맙습니다.
함께 해서 즐거웠습니다."
길에 서서 공손히 맞절하고 손흔들고 인사나누니, 참 정겹습니다.
처음 음식 주문할 때는 갹출할 생각이었으나,
이전에 미얀마 여성은 시누이가 주신 돼지고기를 나눠주셨고,
일본여성은 남편이 식당에 납품하는 만두를 주셨으니,
이에 대한 답례로 점심한끼는 가볍운거다 여겨져 제가 계산했어요.
이런 행동이 그녀들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얼마나 조심스러운지요.
굽높은 구두를 신고다니느라
서점에선 해변의 여인처럼 구두를 들고 맨발로 다닐 정도로 다리가 아팠지만,
예쁘고 저렴한 노리개를 사기 위해 인사동가게를 샅샅이 돌아다니며
한국의 문화를 각 물건들 속에서 찾아볼 수 있었고,
자녀양육에 필요한 책도 살 수 있었고,
저는 보고싶은 책을 인터넷으로 주문까지 하였으나 받지 못하였던,
서점에 단 한 권 남겨진 책 (공부도둑 / 장회익 저 / 생각의나무)을
살 수 있었으니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서점과 인사동, 잘~ 다녀왔습니다.
(덧붙여서),
장회익 선생님의 저서 중,
'공부도둑'
-한 공부꾼의 자기 이야기-
책 표지글을 부분적으로 짧게 들려드릴께요.
책 재질에 화려한 치장이 없어서 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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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문명에 드리운 한 어두운 그늘을 예감하고 있다.
현대문명이라는 것이 하나의 커다란 실험실이 되어가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서로서로 조심하며 살아가지만 언제 누가 어떤 실수를 범해
얼마나 큰 사고가 발생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되도록 자연 그대로 살아가도록 노력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최소한의 인위를 가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인데,
사람들은 자꾸 그러한 것을 잊고 점점 더 위험한 실험실 상황을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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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장회익 선생님을 아시는군요.. 반갑습니다^^ / 사회사업도 그러합니다. 복지기계, 그 폐단과 역기능은 충분히 알아버렸고 또 어떤 독소가 있을지 몰라 두렵기까지 합니다. 그러므로 가급적 자연력으로써 복지를 이루되 소박하고 단순한 삶을 지향해야 합니다. 인위는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그것도 최소한으로 적용해야 합니다.
인사동~ 한미경 선생님 글을 통해 저도 잘 다녀왔습니다.^^ 예전에 신기해서 이곳저곳 기웃거렸던게 생각나네요^^ㅋ 다문화가정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까지 모두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