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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 남자 대표 김제덕, 김우진, 오진혁(왼쪽부터)이 26일 오후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단체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서로 손을 맞대고 응원을 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김우진은 2020 도쿄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종목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우승 경쟁자로 평가받았던 브래디 엘리슨(미국)이 김우진과의 개인전 맞대결 가능성을 묻는 외신의 질문에 "생각한 것보다 조금은 더 긴장된다"고 답했을 정도로 존재감이 컸다.
한국 양궁은 혼성 단체전과 남녀 단체전을 석권했고 여자 개인전에서도 우승했다. 30일까지 진행된 4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세계 최강임을 증명했다.
하지만 5개 종목 싹쓸이는 현실로 이뤄지지 않았다. 김우진은 31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 개인전 8강에서 당즈준(대만)에게 4대6으로 졌다.
비록 졌지만 김우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9발 연속 10점을 꽂았던 16강전 못지 않게 멋진 모습을 선보였다.
김우진의 패배가 충격적인 결과라는 외신의 질문에 "스포츠는 결과가 정해져 있지 않다. 충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답한 것이다.
패배를 깨끗하게 인정하면서 자신을 누른 상대를 예우하는 말이었다.
김우진의 '스웩'은 3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양궁 남자 리커브 개인전 결승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결승전 상대는 대표팀 동료 이우석이었다. 이우석은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6개월 전에 군에 입대했다. 만약 금메달을 따면 조기 전역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대표팀 내에서 자칫 분위기가 예민해질 수 있지 않겠냐는 외부 시선이 존재했다.
김우진은 메달 색깔이 걸린 마지막 한 발을 10점 과녁에 꽂아 승부를 결정했다. 마치 한국 양궁은 그런 고민을 하지 않는다고, 오로지 정정당당한 승부만이 존재한다고 외치는 듯한 강렬한 한 방이었다.
당시 김우진은 "병역과 관련된 생각은 하나도 없었다. 이우석 선수와 나의 대결이었기 때문에 외적인 일은 생각하지 않고 쐈다. 많이 아쉽겠지만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이우석도 "양궁은 선발전부터 투명했고 개인 실력으로 올라온 것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 양궁은 올림픽보다 국내 선발전을 통과하기가 더 어렵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또 경쟁이 공정하기로 유명하다.
안산(왼쪽부터), 강채영, 장민희가 25일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 준결승전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끝없이 펼쳐지는 선발전 대회에서 3천 발 이상의 화살을 꾸준히 잘 쏴야만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 과거 국제대회 입상 성적도, 국제 무대에서의 명성도 아무 의미가 없다. 오로지 화살을 잘 쏴야만 한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온 선수들은 국재대회에서 엄청난 '스웩'을 자랑한다.
남자 대표팀의 맏형 오진혁은 남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마지막 활사위를 당기자마자 "끝"이라는 말을 내뱉었다. 화살이 과녁에 꽂히기도 전이었다.
혹독한 훈련으로 쌓은 실력은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화살은 오진혁의 예상 그대로 10점 과녁에 꽂혔고 한국의 남자 단체전 우승은 그렇게 확정됐다.
안산은 올림픽 양궁 사상 첫 3관왕에 등극했다. 신설된 혼성 단체전과 9연패에 성공한 여자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도 석권했다. 4강과 결승에서 마지막 한 발로 승부를 가리는 슛오프를 치렀지만 모두 승리는 안산의 몫이었다.
안산은 금메달을 확정한 10점짜리 마지막 화살에 대해 "날아가는 순간 10점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 화살이 날아가는 순간 10점이라는 확신이 들어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또 "올림픽보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끝나갈 때 쯤이 더 긴장이 많이 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정한 '드림팀' 소속의 선수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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