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관 시인의 본 53 선지식 19차. 48. 검은 옷 입은 토끼
검은 옷 입은 토끼
검은 옷을 입은 토끼의 노래를 듣는 날 아침
시베리아에서 찬바람이 무섭게 몰려오고 있는데
땅 속에서 사는 검은 토끼는 남쪽에 있는 용궁
용궁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가 꿈을 꾸고 있나
용궁에는 누가 살고 있는가
가난에 울면서 가슴을 치던 검을 옷을 입은 토끼
검은 옷을 입고 산다는 빈정거리고 있는 제트 빛 옷을 입은 토끼
같은 무리에서 살자는 언어를 생각하게 한다.
저기 들판을 거닐면서 울어도
잠에서 잠을 청하는 날이 오면
바람은 불어도 멈추지 못하지만
잃어 버린 해인 삼매를 누가 찾으리
검은 옷을 입은 토끼만이 용궁을 알아
나에게 주어진 용궁을 찾으려 나서는데
법화경 사경을 하는 수행을 택한 나는
밤이 깊어도 밤을 부르지 않지만
밤이 오는 것이 너무도 슬프다
용궁 밖으로 나서는 해인 삼매 찾는 꿈
이름 없는 새
이름 없는 새 한 마리
절름거리며 날아왔네
먹을 것을 찾으려고
그렇게 허들 거리나
미안하네 미안해
너무도 미안하네
슬프게 슬프게 울어
그렇게 울고 있어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네!
아무런 연약도 없이
그저 날아가 가버린 새
그대의 이름을 모르는 새는
아무런 말도 없이 지켜보고만 있네!
이름 모른다고 섭섭하지 말게
언젠가는 새의 이름을 알고’
들판에 집을 짓는 새를
새의 이름을 부르게 되리니
아직도 아득히 먼 날에 있을 그곳
그곳에 나를 안고 가게나
가는 그곳에 어딘지는 모르지만
새의 이름을 부르는 날이 있을 것이네
그날에는 밤이 나를 안고
잠을 청하는 날이 올 것이네
깊은 밤 홀로 앉아
깊은 밤 홀로 앉아 큰바람 소리 듣고
산 멀리 닭 우는 소리 들린 서러움
바윗돌 글러지듯이 세월이 지나간다.
지나가면 다시 올 수 없는 몸 붙들어
금강석 보다도 더 단단한 심장 속을
거문고 소리 들으며 귀 굴려 보는 밤
아무도 소리치며 저항한 소리 없는
돌 바위 굴러가듯 내 몸도 굴러가니
눈물에 눈물 흐리는 시간을 붙들어라.
저문 날을 기억하는 푸른 밤 배를 저어
바다를 향해가는 반야용에선 몰고 가니
바다는 꿈을 꾸게 하는 사연을 안고 산다.
솔 바람 불어오는 밤
솔바람 불어오는 밤길을 걸으면서
하늘 문 밖 초승달이 고개를 내밀고는
발걸음 멈추게 하니 노래를 부르려나
내 심장 고동 소리 아픔을 안고 살아
비가 온 날 무지개가 다리를 만들고는
새 벽들 대나무 끝에 매달리고 있는 별
황금빛 적시는 물 청산을 물들여도
청개구리 우는 소리 잠을 청해 보려나
실로 길 매달린 정을 하를 밖에 걸어두네
밤이 깊어 너무도 조용한데
반달은 저리도 빛을 밝히고
원효의 금강 삼매경을 읽고 있나
요석 공주님 베를 짜는 소리 들리네!
설총이 걸음 걸음 황금산을 휘돌아
황룡사 북소리에 잠이 깨이나
선덕 여왕 옷자락을 붙들어
목련 꽃이 저리도 붉어 타는 노을
머루 익어가는 길을 바람 소리는
밤 나무 옷을 벗은 요리만이 들리어
대학생 불던 소녀 장수는
연꽃 봉우리 굴러가는 소리
무엇을 노래 부르랴 목을 길게 내밀고
날개를 퍼덕이는 검은 까마귀는
나룻배 저어가는 구름 꽃이 피는 언덕
길 잃은 어린 노루 잠을 청해 보려네
혜심스님 넘던 장성고개
혜심 스님 과거 보려가던 장성 고개
장성 고개를 넘어가던 고래는
봄날이 오던 고개는 포근했네
어디에서 달려왔나 도둑 때
그날에 혜심 스님 모습 보고
도둑 떼는 미소를 보이면서
혜심 스님을 영접했다네
혜심 스님에게 은덕을 생각하니
도둑도 혜심 스님을 안내하는데
그이유는 바로 혜심 스님의 아버지
아버지의 공덕이라고 말할 수 있네
그날에 장성 고대를 넘어 과거 시험장에
시험을 보았는데 급제했다는 방이 붙어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장송 고개를 넘어
그날에도 도득 떼들이 만세를 불렀다네
그날에 장성 고개는 승려가 되어 넘으니
장성 고개에 있던 도둑들도 눈물 흘리고‘
혜심 스님을 맞이했다는 정설 같이
장성 고개는 혜심 스님의 은덕을
도둑들도 믿고 또 믿었는데
출가 수행자가 되었다는 전설을
오늘에 와서 그날을 기억하려고 한다
혜심 스님을 생각하는 날에 나는
그날을 기억하는 날을 시로서보이려네
황혼의 언덕에 올라
서산으로 기우는 태양을 바라보니
강물 위에 떠 있는 태양이 너무도 붉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도 또한
저기 태양과 같은 모습인가
내 심장에 남아있는 그리움은
언제나 하늘 위에 떠 있는 태양이지만
한줄기 빛처럼 쏟아지고 있는 노을
긋듯이 모두다 인연을 의지한다.
의지의 철학이 있다면
오직 한편의 시를 쓰고
시의 몸으로 살아야 한다.
시를 사랑한다는 것은 시를 창작하는 몸
시를 창작한다는 것은 의지의 표상이다
내 너의 몸부림치는 모습을 바라본다는 것은
그것은 바로 행복의 수레를 굴리는 운동이다,
2023년 2월 18일
출처: 불교평화연대 원문보기 글쓴이: 진관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