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녀석이 무릎 수술 때문에 2주간 입원을 하고 퇴원하였습니다. 아마도 9월 중순까지는 목발 신세를 져야 할 것 같습니다. 활동이 부자연스러우니 여름방학 동안의 해외여행이나 인턴활동 등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저는 주로 집에 있는 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까 고민하였습니다.
2개월여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까요.
저는 2년 전 스탠포드 대학교 한국인 신입생 환영회 자리에서 학부형 자격으로 스피치한 것이 기억이 났습니다.
"여러분들은 머리도 좋고 노력도 많이 하여 여러분들이 원하는 대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그러니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여러분에게 꼭 해줄 말이 있습니다.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인간관계입니다. 많은 연구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고 저도 살아보니 가장 중요한 것이 인간관계였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공부 잘하는 친구들은 인간관계에 서툽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 다니는 대신 공부하였기 때문에 당연히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법을 터득하지 못하였습니다. 더군다나 공부를 잘하니 부모, 형제, 친구들 사이에서 귀한 존재였을 것입니다.
모두가 여러분에게 다가왔지 여러분이 누군가에게 다가간 적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부터 여러분은 인간관계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하십시오.
여러분의 친구 중 공부는 잘하지 못하고 그다지 잘생기지도 않았는데 주위에 친구가 넘쳐 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인간관계의 비밀을 터득한 것입니다. 그는 분명 사회에 나가 성공할 것입니다. 대학교에 입학하면 가장 중요한 것을 공부보다 친구를 많이 사귀는데 두십시오. 그리고 그 기술과 방법을 공부하십시오. 여러분이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하였듯이 좋은 친구를 사귀기 위한 공부 하십시오.
워렌 버핏은 19살 때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읽고 감명받아 늘 자신의 곁에 두고 읽었다고 했습니다.
인간관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아들에게 2개월 동안 인간관계에 대해 공부하고 실천해 보라고 권하였습니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은 이미 추천해 준 적이 있어 이번에는 다른 책을 추천하였습니다. 필립 체스터필드 경이 쓴 <내 아들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를 읽어보라고 권하였습니다.
특히 제7장 인간관계의 비결만은 반듯이 읽으라고 하였습니다.
그 책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나는 인생의 대부분을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도록 노력을 하는 데 소비할 것이다.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얻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아한 몸가짐, 진지한 눈초리, 사소한 배려,
상대가 기뻐하는 말, 분위기, 복장 등 아주 조그마한 행위가 모이고 모이면 상대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다. 내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에는 겉으로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조금도 내 마음을 붙잡지 못하는 여성, 사려 분별은 있는데 아무리 해도 좋아지지 않는 인물들이 많이 있었다. 왜 그런지 이미 너는 알 것이다. 그렇다. 그 사람들은 자기의 아름다움과 능력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을 붙잡는 기술을 몸에 익히는 것에 게을리했던 것이다. 정말로 얼마나 큰 잘못이냐?"
체스터필드 경도 사람의 마음을 붙잡는 기술을 배우라고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들에게 인간관계론에서 어떤 기술을 가르쳐 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가 인간관계론에서 정립한 <채집과 수렵 이론>을 아들에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던바의 수라는 것 들어보았니.
영국의 문화 인류학자이자 옥스퍼드대 교수인 로빈 던바(Robin
Dunbar)가 주장한 것인데, 아무리 친화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진정으로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최대한의 인원은 150명이라는 가설이다. 던바 교수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SNS 친구가
1,000명이 넘어도 정기적으로 연락하는 사람은 150명 정도이며, 이 중에서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고작 20명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이론을 듣고 아빠도 생각해 보았지 아빠에게 던바의 수는 얼마일까? 또 그 던바의 수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너도 던바의 수 이론에 입각하여 너의 인간관계를 새롭게 구성해 보거라.
그런데 아빠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였지. 아빠의 Gmail 주소록에 수록된 연락처가 모두 6,420개이다. 물론 그 숫자에는 식당도 있고 사소한 업무로 만난 일회성 연락처도 있으니 실제 의미 있는 연락처는 그것보다 훨씬 적을 거다. 그래도
3000~4000개는 될 것 같다.
이 연락처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과연 그 중 던바의 수에 해당하는 연락처는 무엇일까? 이 연락처를 하나하나 검토하여 연락처를 재정리하고 그중 던바의 수에 해당하는 사람을 따로 분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지.
여러 번 그런 생각을 하였는데 워낙 연락처 숫자가 많아 재정리하다가 지쳐 중도에 포기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단다.
그래서 채집과 수렵이라는 개념을 생각해 내었지. 자 들판에 아름다운 꽃이 수천 그루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냥 아름다운 꽃이지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지.
그런데 그중 한 그루를 모종 삽으로 떠서 우리 집 정원에 옮겨 심는다면 그 꽃은 내 꽃이 되어 매일 물을 주고 보살피겠지. 인간관계도 이런 것 아닐까? 주고받은 명함은 들판의 꽃과 다를 바 없어 아직까지 나와 개인적인 인간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지.
그 명함을 내 인간관계 속에 넣는 노력을 할 때 비로소 그는 나의 네트워크 속 한 사람이 되고 더 가까워지면 던바의 수의 일원이 되겠지. 바로 그 수많은 연락처에서 누군가 한 사람을 골라 네가 카톡도 하고 전화도 해서 능동적인 인간관계를 맺는 순간, 그를 채집하게 되는 것이지. 사람에게 채집이라는 표현을 써서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네가 능동적인 행동을 하여야 한다는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채집만큼 적절한 표현은 없는 듯하다. 그러면 수렵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겠니.
네 연락처에 없지만 네가 꼭 인간관계를 맺고 싶은 사람은 네가 그를 사냥하는 기분으로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부터 채집과 수렵의 노력을 해 보거라. 너의 인간관계가 달리 보일 것이다.
그렇게 네 네트워크에 들어온 사람에 대해서는 데일 카네기나 필립 체스터필드가 가르쳐 주는 기술을 적용하여 그들이 너를 사랑하도록 만들 거라. 이 노력을
2개월 동안 해 보거라.
그러면 이 2개월이 너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기간이 될 것이다."
이 말을 해준 지
2주가 지난, 지난 주말 아들은 그간의 경과를 보고하였습니다.
"아빠,
그간 채집과 수렵한 친구가
70명이 넘어요. 그리고 체스터필드의 책을 읽고 인간관계 기술을 공부하였더니 인간관계에 자신이 생겼어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들 녀석은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학습 과정을 거치고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인간관계는 어떠신가요.
여러분의 연락처는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6.7.11. 조근호 드림
첫댓글 매주 월욜마다 소식전해주셔 감사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