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앙당히 애주가인 본 기자에게 계절별로 적절한 술을 고르라 하신다면,
여름에는 따블 따블 치킨에 카쑤 생맥주고(요즘엔 하이뚜맥수 드래프트도 좋더라)
가을에는 오징어와 홍합 듬뿍한 파전에 더덕 막걸리고
겨울엔 따땃한 정종과 어묵입죠.
결정적으로 봄에는 시원한 바람 살랑살랑 맞으며 야외에서 먹는
돼지고기와 소주 아니겠습니까?
누구曰"야 그게 뭐냐! 봄에는 국화주지!"
누구曰"모주 모르냐 모주? 임마!"
결정적으로 누구曰"니가 언제부터 술 가렸냐?"
아무리 나를 중상모략 하시어도 봄에는 소주여요.
안주는 황사로 인한 중금속을 넌지시 씻겨줄 돼지여요.
이견은 있을 수 없어요.
서울에는 3대 명문 족발이 있겠습니다.
1번 선수 장충동(잘~ 골라가야해)
2번 선수 남대문 시장(여기도 잘~ 골라가야해)
3번 선수 천호동 423번지(에이~ 당신 자주가는데 말고)
(이의가 있으시다면 saroundy@nomad21.com 으로 다이다이 신청해주세요.)
본 기자가 소개할 4번 선수 마포 족발 골목의 경우 맛에서 위 3개 선수보다 솔직히 뒤쳐지는 감이 없지 않지만 저렴한 가격과 화끈한 서비스로 우리 서민들의 온몸을 휘어 감는 곳이지요. 때문에 오후 6시 퇴근 시간이 되면 평일은 물론 주말 할 것 없이 우리 서민들과 화이트 셔츠의 물결로 인해를 이루는 곳입니다.
취재 당일은 평일이었습니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엄청난 인파입니다. 마치 세일기간의 백화점을 보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진 않습니다만 어디 한번 안으로 들어가나 볼까요?
퇴근 길 직장인들을 볼 수 있습니다.
왼쪽을 봐도
넌 원샷
오른쪽을 봐도
미어 터집니다.
그리고 몹시 시끄러워 옆 사람의 말 조차 곧이 알아 듣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런데 싫지 않았습니다. 분명 홍대 클럽의 굉음과 데시벨 차이는 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만드는 사람 사는 소음은 딱히 불쾌하지 않습니다. 그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없어도, 함께 나눌 수 없어도 좋습니다. 오바롭지만 살아 있는 느낌이 듭니다. 그 오롯한 생동감 말이죠. 생각컨데 이 또한 마포 족발 골목의 매력 중 큰 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옆 사람이 시끄러워도 그렇게 깔깔 웃어도 울어도, 정겹습니다.
이제 이 많은 족발 골목 중 종착지를 어디로 정할지 두리번두리번 살펴봅니다.
아줌마 난 꼬옥 뒷 다리로 줘야해.
"오마나"
다 맛있어 보입니다.
판단력을 잃고 두눈은 족발 삶는 연기로 뿌륵뿌륵 차오르고 있습니다.
정신을 차리려 하면 할 수록
몽롱해지고
우매해지고
혼란스러워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본 기자의 철칙이 있습니다.
무조건 사람 많은데 가는 것이 '안전빵'
이것은 몹시도 인류 보편적 근거가 뒷받침 되는 행동이지요.
궁중족발의 내부 전경, 사진으로 느끼시기에는 부족할 따름. 실제는 더욱 붐빕니다.
그렇게 ‘족발’과 ‘회전율’과 ‘신선도’ 이렇게 버뮤다 트라이앵글 미스테리 이론에 근간하여 가장 호황스런 '궁중족발'을 찾았습니다. 몹시도 분주해 보이는 것이 '서비스 친절도와 식당의 호황도 반비례' 법칙에 부합되진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괜찮습니다. 전 천박하니까요.
순대는 조금 늦게 나왔어요.
사족이 길어서 죄송함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착석하여 족발을 맞이할 채비를 갖춰볼... 오마나. 전광석화가 따로 없습니다 그려. 기본 찬과 서비스인 순댓국은 이 혼잡한 상황에서도 거의 바로 가져다주시네요. 그럼 어디 맛을 한 번 볼까요?
새우젓과 쌈장을 젓가락 끝으로 살짝 찍어 먹어 봅니다. 음~ 특출날 것은 없으나 적절합니다.
고추는 시들시들 한 것이 잘라 놓은 지 오래 되었고 청량감도 없습니다. 불합격
마늘은 때깔로 보아 듕귁산이 아닐까 의심되고 감칠맛도 없습니다. 불합격.
김치와 깍두기는 미원 맛이 강하긴 하지만 맛있으므로. 합격
다 좋은데 '간' 좀 얇게 슬라이스 해주었으면 해요.
서비스로 딸려오는 순대는 궁중 족발 회전율이 증명하듯 신선하므로 합격.(맛은 그냥 순대)
노하우가 있는 순댓국이다. 많은 정성 없이도 맛내는 양념법을 알고 있다. 이집!
순댓국은 진한 국물은 아니지만 소주와의 환상적인 궁합을 예견하므로 몹시 합격.
서비스다. 그래서 더 맛있다. 고기도 있다. 만세~
오마나. 건더기도 실합니다. 합합격.
아무튼 이 서비스 안주 두 녀석은 마포 족발 골목 어디서나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것이지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분명 커머스 전략입니다. 족발 나오기 전에 소주 한 병 마셔 두어라. 그리고 나중에 족발이 배불러 부담스럽더라도 이것들과 소주 더 마시어 보거라. 그래서 무한 리필입니다.
아~ 몹시 똑똑하신 분들. 우러러 우러러 보이네요.
때깔은 좋아 보인다. 그런데 너 말이지...
본 기자 역시 가볍게 족발이 나오기도 전에 뚝딱 소주 한 병을 가벼이 비웠습니다. 빈 속에 먹으니 더욱 꿀맛입니다. 아무튼 그렇게 소주 한 병이 주는 취기에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족발은 그렇게 살포시 우리 앞에 내려 앉습니다. 때깔이 진득하니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만 뭔가 수상합니다.
"왜 그러냐 너?"
본 기자로 말할 것 같으면 천호동 423번지 족발 골목에서의 긴 시간을 뿌리 삼아 서울 3대 족발 골목을 두루 섭렵한 인물로서 누구보다도 족발에 관한 한 일가견 있다고 자부하는 존재입니다.
하온데 이 집 족발!
뭐냐! 족발 주제에 그 희끄므리한 속살은!! 그래서 찍었다. 새우젓을. 그것도 절퍽 절퍽 많이도.
회전율이 좋아서 인지 오랜 시간 삶지 못해 껍데기에만 간장 육수 맛이 살짝 베어 있고 살코기는 완전 허당인 것입니다.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최큼 심했다.
더군다나 다리 털 면도까지 꼼꼼하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혀를 지나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순간에는 마치 턱수염 난 여자와 뽀뽀하는 기분입니다. 쪽쪽 쪼옥~ 으악!
(편집자 주 : 좀 더 다리털 제거 능숙한 파이뱃을 고용하세요.)
싱겁지만 적절한 김치가 있어 참숨다.
그런데 이 동네 족발, 大자가 15,000\입니다. 어지간한 족발집에서는 30,000\ 정도 하는 양이 말입죠. 그래서 밋밋함은 새우젓으로 채우고 다리 털은 김치로 감싸 그냥 먹습니다. 물론 이리 먹어도 나쁘진 않습니다.
"마셔라. 안 마시면 얼굴에 뿌려 버린다." 라고 협박했던 노매드'함모씨'
아무래도 저의 섬세한 족발 미각을 따라가지 못하는 노매드 '함모씨'는 그래도 맛있다고, 좋다고, 소주가 꿀 소주라고, 따봉이라고, 한 잔 받으라고, 언넝 마시라고, 때를 씁니다. 그렇습니다. 저의 절대 족발 미각에는 최큼 부적절한 족발이지만 가격대비를 생각한다면 불평할 만한 여지는 급격하게 줄어 듭니다.
궁중 족발 大 풀셋트 15,000\
맞습니다. 맛은 둘째 치고라도 서울 하늘 아래서 15,000\에 이 정도 상이 차려지는 곳은 진정 드문 일입니다. 때문에 섬세한 미각을 가진 본 기자 또한 불평 뚝 끊고 행복할 계산서를 머릿 속에 떠올리며 다시금 몹시도 열심히 취식에 당합니다.
그렇슴다. 궁시렁 대면서 소주 좀 많이 비웠슴다. 잘 넘어가데요.
이쯤에서 맛에 대한 장황한 설명은 마치도록 하고 마포 족발 골목에 대한 몇가지 이야기를 좀더 얹어 보겠습니다. 일단 이 골목에는 위에 언급했다시피 많은 족발집이 있지요. 이 말인 즉슨 많은 만큼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란 것입니다. 이것은 음식점말고도 어느 곳에서나 적용되는 정글의 법칙이겠지요. 어흥~! 따라서 다소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서비스(직원의 친절도, 음식 서비스)나 음식의 맛은 어느 가게나 비슷 비슷할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따라가지 못한다면 문 닫아겠죠.
사이다 서비스 받았다면 당신은 이미 꽃미남
못 받았다면 꼭미남
되시길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마포 족발 골목 어딜가나 적절한(친절한, 풍족한) 서비스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 비슷한 수준의 맛을 얻을 수 있다'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마포 족발 골목에 빠삭한 한 족발의 달인에게서 얻은 조언이니 믿으셔도 좋습니다. 그러니 처음 찾으셨을 때 당황치 마시고 느낌 닿는데로 발길 놓으시면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물가가 오뉴월 서리 맞은 밎힌 녀자 혹은 남자 치맛바람 또는 바짓바람처럼 전투적으로 인플레이숀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듕귁에서 날아오는 황사가 선사하는 중금속을 오롯하게 체내에 쌓이게 두 손 놓고 볼 일은 아니지요. 모쪼록 시간 되시면 왕림하시어 저렴한 족발로 중금속을 씻어내 주시고 서비스로 주는 얼큰한 순댓국과 서비스로 주는 쫀쫀한 순대와 서비스로 주는 사이다(물론 꽃미남만 줌)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져 보시어요. 만세~
취재 전 사전 연락을 취하는 것은 취재에 있어 기본 중의 기본입죠.
의당 '궁중족발'에서 전화 연락을 했습니다.
따르릉~zzzz
"안녕하세요. 노매드 미디어 GUNO라고 합ㄴ ㅣㅇ ㅣ~ㅇ ㅣ"
'딸깍! 띠~띠~띠~띠~'
궁중족발 아줌마 아무리 장사 잘돼도 그러지 마세요.
아줌마 똥꼬 햇똥고 미나리 밭에 햇똥고...
그러게 왜 날 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