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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우시강(甘雨時降)
단비가 때에 맞게 내린다는 말이다.
甘 : 달 감(甘/0)
雨 : 비 우(雨/0)
時 : 때 시(日/6)
降 : 내릴 강(阝/6)
夫五日不雨, 則無麥; 十日不雨, 則無禾. 厥今浹旬不雨.
무릇 닷새 동안 비가 내리지 않으면 보리가 없어지고, 열흘간 비가 안 오면 벼가 사라집니다. 그런데 십여 일이 되어도 비가 오지 않습니다.
雖禱雨於天, 亦未可必, 況今未嘗禱焉, 而望雨澤之降, 難矣哉.
비록 하늘에 비를 주시길 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비가 내린다고 할 수 없는데, 하물며 빌지도 아니하고 비가 내리기를 바라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조선 태종 16년(1415년), 가뭄이 심했다. 그해 6월 세자우부빈객 변계량이, 하늘에 제사 드리는 게 유학의 예는 아니나, 상황이 절박하니 원단(圓壇)에 빌기를 주청하는 내용이다.
태종이 그에게 제문을 짓게 하고 영의정 유정현을 보내 제사 드리게 했다. 어느 왕보다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이 투철했던 세종은 기우제를 많이 지냈다. 재위 32년 동안 무려 199건이다.
기우제엔 등급이 있다. 먼저 기우제를 위해 왕이 친히 향과 축문을 전하되, 그 실행은 대신이 집전해 종묘나 사직과 도성 주변의 명산들에서 지낸다.
그래도 비가 내리지 않으면 동궁으로 하여금 기우제를 지내게 한다. 동궁이 나섰는데도 하늘이 응답을 주지 않으면 최후 카드로 임금이 나섰다. 극심한 가뭄이든 홍수든 나라님의 부덕으로 여긴 것이다.
날씨는 인간의 일상생활에 원초적 영향을 미친다. 농억, 어업을 비롯한 생업에서 부터 군사 등 국가안보와도 직결된다.
권력의 핵심에 있었던 제갈공명 같은 재사(才士)들의 가장 중요한 재능 중 하나가 바로 일기예보였고, 그 비결이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았음은 그만큼 날씨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인류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극단적인 폭염, 해수면 상승, 홍수와 가뭄 등 이상 기후를 맞고 있다. 비가 순하게 오고 바람이 고르게 불어야 한다는 우순풍조(雨順風調)의 기본이 흐트러져 버린 것이다.
그렇다. 인간 삶에 적절한 바람과 비가 있어야 한다는 호풍호우(好風好雨), 바람은 닷새에 한 번 불고 비는 열흘에 한 번씩 내려야 한다는 오풍십우(五風十雨)라는 말은 풍년을 위한 전제이다.
단군신화의 환웅이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를 거느리고 내려왔다는 기록에서 보듯 고른 풍우(風雨)는 인간 삶을 윤기 있게 한다.
회남자(淮南子)에는 “옛날 신농씨가 천하를 다스릴 때에는 단비가 때에 맞게 내려 오곡이 풍성하게 성장했다. 봄에는 싹을 틔우고 여름에는 성장해 가을에는 거둬들이고 겨울에는 저장했다(昔者神農之治天下也, 甘雨時降, 五穀蕃植. 春生夏長, 秋收冬藏)”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바람, 비, 눈은 너무 많아도 걱정이고 적어도 걱정이다. 한데 근래 우리나라는 가뭄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의 식수원인 소양강댐과 충주댐이 역대 최저수위에 근접하면서 식수원 고갈까지 우려되고 있다. 농작물이 바짝바짝 말라 농심(農心)은 타들어가고 있다.
이에 경향 각지에서는 최근 기우제(祈雨祭)를 지냈고, 신통하게도 엊그제는 비가 오긴 왔다. 흡족하지는 않다.
왕조시대에 기우제에는 국왕 이하 사람들이 근신하고, 천지, 산천, 종묘, 부처, 용신 등에게 제를 지냈다.
비가 내리도록 발원하는 법회(法會)를 열고, 무당을 모아 비가 오도록 비는 취무도우(聚巫禱雨)도 했다. 국태민안을 위한 우순풍조를 기원한다.
[참조] 학어집(學語集)
학어집은 조선 후기의 초학 교재로, 1868년(高宗 5년) 박재철(朴載哲)이 학문에 관한 글을 여러 책에서 뽑아 해설하여, 어린이들과 쉽게 읽고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책이다.
학어집은 일명 만물집(萬物集)이라고도 하며 우주에 존재하는 천, 지, 일, 월, 성신, 풍, 운, 설,우는 물론 춘하추동과 초목, 가축, 금수, 어류, 곤충에 이르기까지 92항목에 대한 설명과 특성이 재미있게 수록된 기초 한문 교재로 론술 시험을 준비하는데 유익할 뿐만 아니라 환경 친화적인 면에서도 학동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서 함양에 필요한 초학자용 한문 학습서이다.
🔘 天이라
天者는 蒼蒼在上하야 輕淸而至高하니 日月星辰이 繫焉이로다
하늘이라는 것은 푸르고 푸르게 위에 있어서 가볍고 맑으면서 지극히 높으니 해와 달과 별들이 매달려 있다.
🔘 地라
地者는 茫茫在下하야 博厚而至大하니 山川草木이 載焉이로다
땅이라는 것은 넓고 넓게 아래에 있어서 넓고 두터우면서 지극히 크니 산천초목이 실려 있다.
🔘 日이라
日者는 太陽之精也라 東昇而西墜하니 冬則短하고 夏則長이로다
해라는 것은 태양의 정기다. 동쪽에서 떠올라서 서쪽으로 떨어지니 겨울에는 낮이 짧고 여름에는 길다.
🔘 月이라
月者는 太陰之精也라 遇夜以明하니 望前은 漸圓하고 望後는 漸缺이로다
달이라는 것은 태음의 정기이라. 밤을 만나서 밝아지니 보름 앞은 점점 둥글어지고 보름 뒤에는 점점 이지러진다.
🔘 星辰이라
萬物之精이 上爲星辰하야 布列于天하니 晝隱夜現이로다
만물의 정기가 위에서 별들이 되어 하늘에 퍼져 벌리어 있으니 낮에는 숨고 밤이면 나타난다.
🔘 風이라
風者는 天地之大噓氣也라 動息이 有時하고 去來無跡호대 入於草木則有聲이로다
바람이라는 것은 하늘과 땅이 크게 내뿜은 기운이라. 때로는 움직이며 쉴 때도 있고 가고 올 때 자취가 없으나 초목에 들어가면 소리가 있다.
🔘 雲이라
雲者는 山川之靈氣也라 紛紛如綿하야 從風而行하고 從龍而施雨로다
구름이라는 것은 산천의 신령스런 기운이라. 많고 성한 것이 솜과 같아서 바람을 따라서 다니기도 하고 용을 따라 다니면서 비를 내린다.
🔘 雨라
風氣雲集이면 甘雨時降하야 百穀茂盛하고 草木長養이로다
바람기운에 구름이 모이면 때에 알맞게 비가 내려서 모든 곡식이 무성해지고 풀과 나무가 자라난다.
🔘 露라
春夏之際에 地氣는 上昇하고 天氣는 下降하니 時則露斯下하야 草木이 潤澤이로다
봄과 여름의 즈음에 땅의 기운은 위로 오르고 하늘의 기운은 아래로 내려오니 때가 되면 이슬이 이에 내려서 풀과 나무가 윤택해진다.
🔘 霜이라
秋冬之間에 天氣는 上昇하고 地氣는 下降하니 時則霜乃降하야 肅殺萬物이로다
가을과 겨울의 사이에 하늘의 기운은 위로 오르고 땅의 기운은 아래로 내려오니 때가 되면 서리가 이에 내려서 만물을 말라죽게 한다.
🔘 霧라
地氣發而天氣不應則爲霧하니 片時噓起하야 尺地難別이로다
땅의 기운이 피어날 때 하늘의 기운이 응해주지 아니하면 안개가 되니 잠시만에 내뿜어 일으켜서 얼마 안 되는 땅도 분별하기 어렵다.
🔘 雪이라
天地氣閉而爲窮陰하고 氣凝而爲雪하야 其色白하고 其氣寒하니 遇太陽則消로다
하늘과 땅의 기운이 닫아져서 섣달이 되고 기운이 엉키어서 눈이 되어 그 색은 희고 그 기운은 차가우니 태양을 만나면 곧 사라진다.
🔘 雷라
陰陽이 相搏而成雷하니 聲動以爲天皇之威로다
음과 양이 서로 부딪쳐서 우레를 이루니 소리가 움직여서 천황의 위엄이 된다.
(下略)
▶️ 甘(달 감)은 ❶지사문자로 입 속에 물건을 물고 있음을 나타내며 입속에 머금고 맛봄을 뜻한다. 甘(감)의 음은 머금다의 뜻을 나타냄으로 나아가서 맛있다, 달다의 뜻이 있다. ❷지사문자로 甘자는 '달다'나 '맛좋다', '만족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甘자는 口(입 구)자에 획을 하나 그어 입안에 음식이 들어가 있음을 표현한 지사문자(指事文字)이다. 甘자는 이렇게 입안에 음식이 들어와 있다는 의미에서 '만족하다'나 '달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甘자의 사전적 의미는 '달다'나 '맛좋다'이다. 그러나 실제 쓰임에서는 甛(달 첨)자가 '달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甘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주로 '먹다'와 관련된 뜻을 전달하고 있으니 甘자를 반드시 '달다'라는 뜻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甘(감)은 (姓)의 하나로 ①달다(꿀이나 설탕의 맛과 같다) ②달게 여기다 ③맛좋다 ④익다 ⑤만족하다 ⑥들어서 기분 좋다 ⑦느리다 ⑧느슨하다 ⑨간사하다(거짓으로 남의 비위를 맞추는 태도가 있다) ⑩감귤(柑橘) ⑪맛있는 음식(飮食)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기쁠 희(僖), 기쁠 희(喜), 즐길 오(娛), 기쁠 이(怡), 기쁠 열(悅), 즐거울 유(愉), 기쁠 희(憘), 즐길 낙/락(樂), 기쁠 흔(欣), 기쁠 환(歡), 즐길 탐(耽)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슬플 애(哀), 슬퍼할 도(悼), 성낼 노(怒), 슬플 비(悲), 쓸 고(苦)이다. 용례로는 군말 없이 달게 받음을 감수(甘受), 콩과에 속하는 다년생 약용 식물을 감초(甘草), 달콤하여 맛이 좋음을 감미(甘美), 단 것과 쓴 것이나 즐거움과 괴로움 또는 고생을 달게 여김을 감고(甘苦), 달콤한 말로 남의 비위에 맞도록 듣기 좋게 하는 말을 감언(甘言), 단술이나 막걸리를 감주(甘酒), 괴로움이나 책망을 달게 여김 또는 그런 마음을 감심(甘心), 달고 쏘는 맛이 있음을 감렬(甘烈), 단맛으로 설탕이나 꿀 따위의 당분이 있는 것에서 느끼는 맛을 감미(甘味), 음식을 맛있게 먹음을 감식(甘食), 달갑게 여기어 승낙함을 감낙(甘諾), 좋은 맛 또는 맛있는 음식을 감지(甘旨), 상급 관청에서 하급 관청에 보내던 공문을 감결(甘結), 알맞은 때에 내리는 비로 가뭄 끝에 오는 반가운 비를 감우(甘雨), 죽기를 달게 여김을 감사(甘死), 물맛이 좋은 우물을 감정(甘井), 달콤한 말을 감사(甘辭), 스스로 달게 여김을 자감(自甘), 향기롭고 달콤함을 방감(芳甘), 살지고 맛이 좋음 또는 그런 고기를 비감(肥甘), 단맛을 나눈다는 뜻으로 널리 사랑을 베풀거나 즐거움을 함께 함이라는 말을 분감(分甘), 선정을 베푼 인재를 사모하는 마음이 간절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감당지애(甘棠之愛), 달콤하고 아름다운 말을 이르는 말을 감언미어(甘言美語), 달콤한 말과 이로운 이야기라는 뜻으로 남의 비위에 맞도록 꾸민 달콤한 말과 이로운 조건을 내세워 남을 꾀하는 말을 감언이설(甘言利說), 물맛이 좋은 우물은 먼저 마른다는 뜻으로 재능 있는 사람이 일찍 쇠폐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감정선갈(甘井先竭), 물맛이 좋은 샘은 먼저 마른다는 뜻으로 재능 있는 사람이 일찍 쇠폐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감천선갈(甘泉先竭),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뜻으로 사리에 옳고 그름을 돌보지 않고 자기 비위에 맞으면 취하고 싫으면 버린다는 말을 감탄고토(甘呑苦吐) 등에 쓰인다.
▶️ 雨(비 우)는 ❶상형문자로 하늘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는 모양을 본떴다. (우)란 음은 宇(우), 羽(우) 따위와 관계가 있고 위로부터 덮는다는 뜻이 닮았다. 부수(部首)로서는 비 또는 구름, 기타 기상(氣象)에 관한 뜻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고대 중국은 농경사회였기 때문에 농업을 매우 중시했었다. 농업의 성공 여부는 날씨와도 직결된다. 그래서인지 한자에는 날씨와 관련된 글자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雨자는 하늘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한자가 생성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날씨와 관련된 글자를 만드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 갑골문에 나온 雨자를 보면 하늘에 획이 하나 그려져 있고 그 아래로 점이 찍혀있었다. 이것은 구름 아래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雨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대부분이 날씨나 기상 현상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雨(우)는 ①비 ②많은 모양의 비유 ③흩어짐의 비유 ④가르침의 비유 ⑤벗의 비유 ⑥비가 오다 ⑦하늘에서 떨어지다 ⑧물을 대다 ⑨윤택하게 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흐릴 담(曇),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빛 광(光), 볕 양(陽), 갤 청(晴)이다. 용례로는 비가 온 분량을 우량(雨量), 비를 몸에 맞지 않도록 손에 들고 머리 위에 받쳐 쓰는 물건을 우산(雨傘), 1년 중에 비가 가장 많이 오는 시기를 우기(雨期), 눈과 비를 우설(雨雪), 비와 이슬을 우로(雨露), 비가 올 듯한 기미를 우기(雨氣), 비가 오는 날을 우천(雨天), 비 맞지 않도록 차림 또는 그 복장을 우장(雨裝), 비가 내림 또는 내린 비를 강우(降雨), 밤에 내리는 비를 야우(夜雨), 줄기차게 많이 오는 비를 호우(豪雨), 오랫동안 계속해 내리는 음산한 비를 음우(陰雨), 오래 오는 궂은 비를 음우(霪雨), 갑자기 많이 쏟아지는 비를 폭우(暴雨), 식물이 자라나기에 알맞도록 내리는 비를 자우(滋雨), 장마 때에 오는 비를 장우(長雨), 몹시 퍼붓는 비를 능우(凌雨), 세차게 내리는 비를 강우(强雨), 알맞은 때에 내리는 비를 감우(甘雨), 보리가 익을 무렵에 오는 비를 맥우(麥雨), 바람과 함께 내리는 비를 풍우(風雨), 천둥소리가 나며 내리는 비를 뇌우(雷雨), 산골짜기에 내리는 비를 계우(溪雨), 비가 온 뒤에 솟는 죽순이라는 뜻으로 어떤 일이 일시에 많이 일어남을 이르는 말을 우후죽순(雨後竹筍), 바람 불고 비오는 것이 때와 분량이 알맞음을 일컫는 말을 우순풍조(雨順風調), 비올 때의 경치도 매우 기이하고 갠 후의 경치도 좋다는 뜻으로 날씨에 따라 풍경이 변하는 모양을 일컫는 말을 우기청호(雨奇晴好), 비와 이슬이 만물을 기르는 것처럼 은혜가 골고루 미침을 이르는 말을 우로지은(雨露之恩), 회합 등을 미리 정한 날에 비가 오면 그 다음 날로 순차로 연기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우천순연(雨天順延), 비 온 뒤에 우산을 보낸다는 뜻으로 이미 지나간 일에 쓸데없는 말과 행동을 보태는 경우를 일컫는 말을 우후송산(雨後送傘), 떨어지는 빗방울이 돌을 뚫다라는 뜻으로 아무리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적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하면 해결되지 않는 일은 없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우수천석(雨垂穿石) 등에 쓰인다.
▶️ 時(때 시)는 ❶형성문자로 峕(시), 时(시)는 통자(通字), 时(시)는 간자(簡字), 旹(시)는 고자(古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날 일(日; 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寺(시)로 이루어졌다. 태양(日)이 일정한 규칙에 의해 돌아간다는 뜻이 합(合)하여 '때'를 뜻한다. 나중에 날 일(日; 해)部와 寺(시)는 之(지)로부터 생긴 글자이고 음(音)도 뜻도 거의 같으며 일이 진행됨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時자는 ‘때’나 ‘기한’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時자는 日(해 일)자와 寺(절 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갑골문에서는 日자와 止(그칠 지)자만이 결합해 있었다. 이것은 “시간이 흘러간다.”라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후에 소전에서는 寺자가 발음역할을 하게 되면서 지금의 時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時자는 ‘때’나 ‘시간’과 관련된 글자이기 때문에 때로는 ‘기회’라는 뜻으로도 쓰이고 있다. 그래서 時(시)는 (1)시간의 단위로 곧 하루의 1/24. (2)시각을 나타내는 단위로 하루를 24시로 나눔. (3)1주야(晝夜)의 구분으로 지금은 자정(子正)으로부터 오정(午正)까지를 오전(午前), 그 다음부터 자정까지를 오후(午後)라 하며, 그것을 각각 12등분함. 옛날에는 현재의 24시간을 12지(支)에 따라 12등분 하였으며 자시(子時)에서 시작되어 축시(丑時), 인시(寅時), 묘시(卯時) 등으로 불렀음. (4)사람이 난 시각으로 자시(子時), 인시(寅時) 등으로 일컬음. (5)일정한 일이나 현상이 일어나는 시간. 등등의 뜻으로 ①때 ②철, 계절(季節) ③기한(期限) ④세대(世代), 시대(時代) ⑤기회(機會) ⑥시세(時勢) ⑦당시(當時), 그때 ⑧때마다, 늘 ⑨때를 맞추다 ⑩엿보다, 기회(機會)를 노리다 ⑪좋다 ⑫훌륭하다 ⑬관장(管掌)하다, 주관(主管)하다 ⑭쉬다, 휴식(休息)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기약할 기(期)이다. 용례로는 어떤 시각에서 어떤 시각까지의 사이를 시간(時間), 역사적으로 구분한 어떤 기간을 시대(時代), 어떤 일이나 현상이 진행되는 때를 시기(時期), 때가 절박하여 바쁨을 시급(時急), 시간의 흐름 위의 어떤 한 점을 시점(時點), 사람의 한평생을 나눈 한 동안을 시절(時節), 기한이 정해진 시각을 시한(時限), 시간의 어느 한 시점을 시각(時刻), 시간을 재거나 가리키는 기계를 시계(時計), 어느 일정한 때의 어떤 물건의 시장 가격을 시세(時勢), 그 당시에 일어난 일을 시사(時事), 당면한 국내 및 국제적 정세를 시국(時局), 일이 생긴 그때를 당시(當時), 때때로나 그때그때를 수시(隨時), 같은 때나 같은 시간이나 같은 시기나 시대를 동시(同時), 잠시간의 준말로 오래지 않은 동안을 잠시(暫時), 본래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 어떤 일에 당하여 정한 때를 임시(臨時), 그 자리에서나 금방이나 바로 그때나 당장에를 즉시(卽時), 날짜와 시간을 일시(日時), 전쟁이 벌어진 때를 전시(戰時), 임시가 아닌 관례대로의 보통 때를 상시(常時), 나라가 태평하고 곡식이 잘 됨을 시화연풍(時和年豐), 오히려 때가 이르다는 뜻으로 아직 때가 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시기상조(時機尙早), 자꾸 자꾸 시간 가는 대로를 시시각각(時時刻刻), 한 번 지난 때는 두 번 다시 오지 아니하므로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말을 시불가실(時不可失), 한 번 지난 때는 두 번 다시 오지 아니한다는 말을 시부재래(時不再來), 세월이 흐르면 그 사물도 변한다는 시이사변(時移事變), 좋을 때를 만난 기뻐 감탄하는 소리를 시재시재(時哉時哉), 어떤 일에 알맞은 때가 닥쳐옴을 시각도래(時刻到來), 세상을 화평하게 다스리는 정치를 시옹지정(時雍之政), 갑자기 생긴 일을 우선 임시로 둘러 맞춰서 처리함을 임시변통(臨時變通), 해가 돋는 때부터 지는 때까지의 시간을 가조시간(可照時間) 등에 쓰인다.
▶️ 降(내릴 강, 항복할 항)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좌부변(阝=阜; 언덕)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夅(강; 걸음, 步를 거꾸로 쓴 모양, 내려가는 일)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높은 곳에서 내림의 뜻이다. 옛날에는 신이나 영혼(靈魂)이 신성한 사다리를 오르내려 천지간(天地間)을 왕래(往來)한다고 생각하여 그것을 陟(척), 降(강)이라 하였다. ❷회의문자로 降자는 ‘항복하다’나 ‘내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降자는 阜(阝:언덕 부)자와 夅(내릴 강)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夅자는 발이 아래로 향해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내리다’라는 뜻이 있다. 降자는 이렇게 아래로 내려오는 모습을 그린 夅자에 阜자를 결합해 ‘(언덕을)내려오다’라는 뜻을 표현했다. 언덕에서 내려오는 모습은 적에게 투항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그래서 降자는 ‘내려오다’라는 뜻 외에도 ‘항복하다’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이때는 ‘항’으로 발음한다. 그래서 降(강, 항)은 ①내리다 ②깎아 내리다 ③떨어지다 ④내려 주다 ⑤하사(下賜)하다 ⑥하가(下嫁)하다(지체가 낮은 곳으로 시집가다) ⑦거둥(擧動)하다(임금이 나들이하다) ⑧중(重)히 여기다 ⑨태어나다, 탄생하다 ⑩내쫓다 ⑪(물이)넘쳐 흐르다 ⑫(새가)죽다 ⑬이후(以後) ⑭이하(以下) ⓐ항복하다, 투항하다(항) ⓑ항복받다, 항복시키다(항) ⓒ화합하다, 함께 하다(항) ⓓ기쁘다(항)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래 하(下),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탈 승(乘), 더할 가(加), 더할 증(增), 더할 첨(添), 오를 척(陟), 오를 승(昇), 오를 등(登)이다. 용례로는 눈이나 비 등으로 지상에 내린 물을 강수(降水), 비가 내림 또는 내린 비를 강우(降雨), 눈이 내림 또는 내린 눈을 강설(降雪), 서리가 내림 또는 내린 서리를 강상(降霜), 신이 하늘에서 속세로 내려옴을 강림(降臨), 등급이나 계급이 내림 또는 그것을 내림을 강등(降等), 공무원을 현재 직위보다 낮은 직위에 임용함을 강임(降任), 하늘에서 내리는 복을 강복(降福), 사회 도덕이나 문화 또는 국력 등이 차차 쇠약하여 짐을 강쇠(降衰), 아래로 내림을 강하(降下), 지체 높고 가문이 있는 집에서 낮은 집으로 혼인함을 강혼(降婚), 직위가 낮아지거나 직위를 낮춤을 강직(降職), 속에 있는 화기를 약으로 풀어 내림을 강화(降火), 압력을 낮춤을 강압(降壓), 공중에서 아래쪽으로 내림을 하강(下降), 오르고 내리는 것을 승강(昇降), 오르락 내리락함 또는 그 오르내림을 척강(陟降), 항복하기를 권함을 권강(勸降), 기세나 형세 등이 약해지고 떨어짐을 쇠강(衰降), 비탈진 곳을 미끄러져 내림을 활강(滑降), 전쟁이나 싸움이나 경기 등에서 힘에 눌려서 적에게 굴복함을 항복(降伏), 항복하여 붙음을 항부(降付), 항복하여 매이거나 딸림을 항속(降屬), 적에게 항복함을 투항(投降), 적을 타일러서 항복하도록 함을 초항(招降), 항복을 받아들임을 납항(納降), 거짓으로 항복함을 사항(詐降), 항복하는 사람은 죽이지 아니한다는 말을 항자불살(降者不殺), 길에는 오르고 내림이 있다는 뜻으로 천도에는 크게 융성함과 쇠망함의 두 가지가 있다는 말을 도유승강(道有升降), 때 맞춰 내리는 비에 백성이 크게 기뻐한다는 말을 약시우강(若時雨降)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