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협 후원금 유용 혐의 윤미향 기소 11개월만에야 11일 첫 재판
송철호 윤미향
정대협 후원금을 유용한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전 더불어민주당) 무소속 의원에 대한 첫 본 재판이 오는 11일 서울서부지법 법정에서 형사 11부(재판장 문병찬) 심리로 열린다. 윤 의원이 작년 9월 기소된 지 11개월 만이다.
앞서 이 재판은 ‘공판준비기일’만 6차례 열렸다. 피고인 출석 없이 판사와 검사, 변호인이 쟁점을 정리하는 준비절차인 ‘공판준비기일’이 이처럼 많이 열린 사례는 과거엔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선 잇따라 나오고 있다.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청와대의 울산 선거개입 사건’도 공판준비기일이 6차례 열려 본 재판으로 가기까지 1년 4개월이 걸렸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직권남용 사건은 재판 준비에 7개월이 소요됐다. 공통점은 모두 여권 인사들이 피고인이란 점이다.
법원
반면, 뇌물·횡령 등 16개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직권남용·뇌물 등 15개 혐의로 기소돼 기록만 20만쪽에 달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은 준비기일에 1개월 정도 걸렸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기소된 여권의 선출직들이 재판 지연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판결 결과에 상관없이 임기를 다 채울 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미향 의원은 1심 본 재판이 열리기 전에 임기(4년)의 29%인 14개월이 지났다. ‘울산 사건’으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황운하·한병도 민주당 의원도 마찬가지다. 같은 사건의 피고인인 송철호 울산시장은 임기(4년)의 4분의 3이 지났다.
‘울산 사건’의 경우, 김미리 부장판사를 대체해 새로 꾸려진 재판부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증인신문에도 들어가지 못한 상태다. 한 법조인은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의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임기의 4분의 3을 채운 상태에서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이 나온 것을 두고 말이 많았는데 ‘울산 사건’ ' 윤미향 사건’ 재판은 너무 심한 것 같다”고 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지난 5월 12일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 무마’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고검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이 이달 23일에야 열리는 것을 두고 “고검장 임기(1년) 이내에 1심 선고는 안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재판 지연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재판 준비를 위한 기록 복사를 두고 변호인은 ‘전체 복사’를, 검찰은 수사 보안을 이유로 ‘일부 복사’를 주장하면서 공판준비기일이 늘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 안팎에서는 “그런 상황을 ‘교통정리’ 하는 게 법원의 역할인데, 유독 여권이나 친정부 인사들의 재판에서 손을 놓는 것 같다”고 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 결과에 따라 직위 상실 여부가 결정되는 공무원들이 임기를 다 채운 상태에서 최종 판결이 나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법원이 불공정 시비를 자초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