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핀 집
정미영
버스에서 내리면 세븐마트가 보일 거야
거기서 꼭 여름과 1시 방향으로 가야 해
길이 여러 갈래라 헷갈릴 수 있거든
허리의 각도는 살짝 언덕으로 하고
10분의 시간만 건너면 당도할 거야
낮은 집들만 있으니 하늘이 넓어 좋아
그래, 햇빛을 따라가면 되겠지
파란 대문 집을 지날 때는 아마 개 짖는 소리가 들릴거야
만약 조용하다면 낮잠에 빠졌거나
주인을 따라 산책이라도 갔겠지
건넛집 옥상에는 오늘도 빨래가 널려 있을 거야
빨랫줄에 새하얀 옷들이 구름이 지나다
걸린 줄 알았다니까
그곳을 지나면 두 개의 골목이 나타날 거야
거기 서서 가슴을 펴고 크게 호흡을 해봐
꽃향기가 마중 나와 있을 테니까
향기를 따라가다 보면
햇빛 한 조각 머금은
연 선홍 능소화 기다리고 있을 거야
지금도 가면
능소화 담장 너머로
고개 내밀고 기다리겠지
----정미영 시집 {능소화 핀 집}(근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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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영의 [능소화 핀 집]
애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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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7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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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갈한 작품
즐겁게 감상합니다..
낮은 집들만 있으니 하늘이 넓어 좋아..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