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가는 시계
이국형
정확히 필요한 세상에서 그러지 못하게 살다 보니 시계 보는 일이 줄었다 하루에 이십 분쯤 늦게 가는 내 시계가 더디게 사는 주인을 닮았는데, 그래도 시계는 맞아야지 하는 생각에서 어느 날 정오를 기해 맞춰 놨다 손목시간이 정확해지면서 몸 여기저기에서 시차가 생겨났고 고친 시간보다 빠르게 움직여야 다 그 정확에 채 길들여지기 전 어느 날, 시계가 다시 늦게 돌기 시작했다 또 한 번 시차가 생기겠지만 세상의 기준과는 다르게 돌아가는 시계에 맞추기로 했다 그렇게 사는 게 좋다
이국형시집 『늦게 가는 시계』에서
이국형시인 충남 보령 출생. 2019년 계간 《애지》로 등단. 현재 한국투자부동산신탁(주) 대표이사.
첫댓글
시차....
생각이 많아지는 밤입니다
시간 : 인간이 스스로 고안해 낸 것 중에서 가장 인간을 속박하는 것
시차.. 시차.. 시차..시차..시차..
즐겁게 감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