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아파트.
제가 2년 6개월 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파트라는데를 살아 봤습니다. 전세로 들어가서 2년을 그 아파트에서 살고, 전세 기간이 끝나면서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를 했습니다.
사실 아파트 보러 다닐때도, 뭘 봐야 할지도 정확하게 몰랐고 이 동네 아파트들이 거의 같은 시기에, 거의 같은 평수로 한꺼번에 주욱 지은 곳이라서 무슨 차이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대충 휘휘 둘러보고 층, 위치, 가격 정도를 중점적으로 보고 이사 결정을 했습니다.
별 생각없이 이사 결정하고, 힘들고 짜증스러운 이사를 마무리하고 실제 생활을 시작하니. 눈에 걸리는게 한두개가 아닙니다.
* 샤워 수전.
전에 살던 아파트 샤워 수전이 이거였습니다. 물살이 조금 약한 편이라는 점 (사실 이 부분도 아파트 문제인지, 수전의 문제인지 알수 없음)을 제외하고는 매우 만족스럽게 잘 사용했었습니다.
새 집에 달려 있는 수전은 이건 아니고, 아뭏든 이런겁니다. 그냥 일반적인 해바라기 샤워 수전. 물은 위에 물건 보다 더 잘 나오는 것 같습니다.
두 물건의 차이점이 뭔지는 바로 보이시죠? 별거 아닙니다. 수전의 기능이라고도 볼수 없는 수납함 유무 입니다. 별거 아닌 거 같은 플라스틱으로 수납 공간을 확보해준 것 뿐인데, 은근히 차이가 좀 납니다. 그냥 샴푸, 바디클렌저, 면도기, 샤워타올 같은거 널어 놓을수 있는 공간이 있고 없고가 이렇게나 거슬릴지는 몰랐습니다.
* 도어 스토퍼
원래 아파트에 있는게 이게 아닌데, 도대체 뭘로 검색해야 그런 물건을 찾을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바닥에 매립형이고, 문을 활짝 열면 (아마도) 자석으로 딸깍 고정이 되어서 문이 바람에 닫히지 않게 해줍니다. 그나마 이게 제가 찾은 제일 비슷하게 생긴 물건입니다.
현재 저희 집에 달려 있는거. 뭐 코멘트 할게 없네요. 문을 잡아주는 기능은 없고, 급격하게 열릴땐 쿠션 역할을 해줄겁니다.
시중에 자석형 도어클로저가 많긴 합니다만, 원래 집에 있던것 같은 매립형은 아무리 찾아도 찾을수가 없네요. 그냥 기능만 따진다면 인터넷 상에서도 많이 파는 그냥 자석형 도어클로저 하나 달아도 될것 같긴 합니다만... 매립의 깔끔함이라던가 이런 부분이 있다보니 여전히 아쉬움이 남네요.
* 월패드.
정확하게 얘가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확실한건, 코맥스 물건이였고 화면은 이렇게 생겼었습니다. 아래쪽에 물리버튼 같은게 없었던거 같기도 한데.. 정확하겐 모르겠네요. 뭐 이게 완벽한 물건이라는건 아닙니다. 다만, 월패드는 아직 조금 성능이 약하구나, 정도로생각하며 큰 불편없이 쓸 수 있는 정도.
두번째 아파트 월패드는 얘가 맞습니다. 딴건 잘 쓰지도 않고 크게 중요한지도 모르겠는데, 엘리베이터 콜 기능은 세상 제일 거지 같습니다. 반응은 심각하게 느리고, 엘리베이터를 콜 하면 "엘리베이터를 호출 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뭐 이런 메세지가 화면을 다차지하곤 수초간 안 없어져서 엘리베이터가 몇층에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 싱크대 절수페달
얘도 원래 집에 달려있던 애는 아닙니다. 원래 있던 애는 메이커 표시도 없고 해서 도대체 어디 물건인지 모르겠어요. 사진은 자바에서 나오는 싱크대 절수페달입니다.
이사 온 집? 없습니다.
절수페달이, 원래 목적 자체는 절수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사용해보고 느낀 바로는 그냥 편합니다. 있을때는 그냥 별 생각 없이 사용 했었는데, 없으니깐 불편하네요. 이것도 달고 싶어요.
* 디지털도어락
원래 집에 달려있던 물건. 뭐 특별히 좋은건 모르겠고 그냥 사용 했었습니다.
지금 집에 달려 있는 물건. 이게 불편한게 숫자 부분을 터치해서 깨워줘야지 카드 인식이 된다는겁니다. 전 아파트에 달려있던 도어락은 그냥 가서 카드 가져다 되면 알아서 지가 인식해서 문 열어줬는데, 얘는 따로 깨워 주질 않으면 카드를 가져다가 부비부비를 해도 몰라요. 또 하나 불편한건, 위에 물건은 푸시앤풀인가 해서, 당기거나 미는 행위 만으로 문을 잠구고 열고가 다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저건 보시다시피 손잡이를 잡고 돌려줘야 해요.
이것도 마찬가지, 큰 차이 아닙니다. 그냥 돌려서 열면 되고, 주무시는 디지털 도어락님 깨워서 열면 그만이예요. 그런데 어느쪽이 편하냐고 물으면 당연히 전자거든요.
* 왜 그런 아파트를 샀니.
몰랐거든요. 저런 사소한 것들에서 오는 차이가 있고, 그 차이가 생활속에서 꽤나 크게 다가온다는걸 몰랐어요.
그래서 집 고를때 그런 부분을 유심히 보지도 않았고, 봤어도 잘 몰랐을겁니다. 실제로 살아보니 느껴지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게다가 제가 직접 살아보며 겪은 아파트는 딸랑 두채. 아파트를 무슨 편의점 도시락 사듯 대충 산 값을 치루고 있는거죠.
사실 적다가 귀찮아져서 다 안 적어서 그렇지, 비데, 조명, 화장대, 센서등 위치 등등 전 아파트랑 비교해서 불편한 점이 한두개가 아닙니다. 유일하게 더 나은점이라고는 조명 스위치가 대부분 물리 스위치라는 점 하나 정도...
* 작은 차이, 하지만.
죽 보시면 아시겠지만, 큰 차이가 아닙니다. 어느쪽이 편하냐, 어느쪽을 선택할거냐, 라고 묻는다면 전부 이전 아파트 물건을 고르겠지만, 현재 아파트에 있는 물건을 쓴다고 너무너무 불편해서 못견딘다거나, 도저히 참을수 없는 수준은 또 아니예요.
게다가 별것 아닌것 같지만 이런것들 하나하나 손대기 시작하면 금액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예를들어 샤워수전 같은 경우에 원래 아파트에 있던 저 물건을 그대로 구매하면 30만원 대예요. 그나마 싼걸로 비슷한 수납형 샤워수전으로 찾아봐도 20만원대는 줘야지 살수 있습니다. 게다가 저거 설치할 인건비는 알아보니 20만원 달라 하더라고요. 안방 수전, 거실 수전 합해서 50만원, 인건비 20만원 하면 총 70만원입니다. 그러니깐 전 70만원을 지불하면 샴푸통을 더 편하게 놓을수 있습니다.
.. 이건 미친거죠. 제가 70만원을 지불했으면 자동 샤워 정도는 되야지 지출을 고민할 수준인거지, 저건 아니죠. 다 마찬가지예요. 조금 더 편한건 맞지만, 멀쩡한 물건을 다 뜯어내고 새로 설치해야 하는 수고와 금전을 지급할 만한 가치가 있는건 없어요.
문제는, 그런데도 불구하고 계속 생각 난다는거예요. 머리로는 계산 애저녁에 끝났습니다. 근데 가만 있으면 저 가슴깊이 어딘가에서 스물스물 불편함이 기어올라와요. 그럼 또 하루에도 몇번씩 "그냥 확 질러? 아냐.. 이건 미친짓이야.." 이걸 반복하고 있습니다.
* 이거 왜 이러는 걸까요.
곰곰히 생각을 해봤습니다. 머리로, 이성적으로는 이미 결론이 난 문젠데 왜 심적으로는 거부 반응이 일어나고 계속 고민을 하게 되는걸까...
이게 객관적인 사실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전 결국 이런게 나이 든 사람들이 겪는 보수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무언가가 바뀌는게 싫고, 합리적 판단 보다는 감정적으로 변화를 거부 하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 그게 아니면 돈도 없는게 샴푸통 편하게 놓자고 70만원 쓰겠다는 판단이 이해가 안가거든요.
이제 나이 40에 이성적, 합리적 판단이 감정적, 본능적 거부감에 밀리거라면 50이 되고 60이 되면 어떻게 변할지.. 한편으로는, 제가 끔찍하게 생각했던 어른들의 이해할수 없는 언행들이, 판단들이, 이제는 어렴풋이 이해가 갈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당신들을 닮아가는 지금에 와서야 말이죠.
* 김다미 vs 임화영.
마녀의 히로인, 김다미 양
김과장의 꽝숙이, 임화영 씨.
닮았지 않습니까? 마녀 보는 내내 "아 임화영 아닌가. 너무 어린데 아니겠지. 자세히 보니 맞구만. 어 아닌거 같기도 하고??" 이러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한 70%쯤은 임화영씨가 맞다는 쪽으로 기울었었는데....
이것도 늙어서 그런가...
첫댓글 인테리어도 알아야 보이고 이사도 알아야보이는게 맞는듯 합니다
수전은 코너선반 알아보세요
마트나 인터넷에 파는 플라스틱 제품말고 욕실부속의 유리,스테인레스 제품으로 하면 기존 수전과 괴리감이 없을 겁니다
도어락은편리함만 따지면 지문형이 제일 편합니다
지문형 쓰면 번호가 기억안날정도죠ㅎㅎ
말씀하신 부분 대부분이 인테리어할 때 조금만 더 신경써서 주문하고 비용지불하면 가능한데 몰라서 지나갔다가 나중에 알게되더라구요ㅜㅜ
수전이 비슷한데 저희집엔 옆에 코너선반이 있어요. 하나 설치하시면 싸게 해결 되지 않을까요?
아... 저도 나이 마흔인데 완전 낡아빠진 사택에 사는데 아무 불편함을 못느끼고 살고 있네요.
제가 지나치게 둔감한걸까요.....
사실 저도 아파트 생활 시작하기전에 시골 농가 같은 집에서 7년을 살았어요. 신기한건 그런집에선 별 불편 못 느끼고 잘 살았다는거ㅋ
샴푸 편하게 쓰자고 수전을 자체를 바꾸는게 합리적 판단이 아닌것 같아요. 다른것도 잘 찾아보시면 저렴하게 셀프로 바꾸시는게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전혀 합리적이지 않죠ㅋ
아파트 옵션이라고 할수 있는 것들이 차랑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있을때는 별거 아닌거 같은데 막상 없으면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지죠. 근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몇개월 버티면 나름 또 거기에 적응됩니다. 아파트마다 이런 소소한 차이가 있어 브랜드를 따지고 년식을 따지는 거죠^^;;
하시고 싶은걸 하시면 됩니다. 수납형 수전이 그리우시면 지르십시오. 나이먹는다는건 지를수 있는것이 는다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꺼 같네요..
저 또한 제가 익숙했던것에 길들어져 있는거 같기도 하구요ㅎ
참.. 언제 읽어도 편한 느낌의 theo님 글.. 잘 읽었습니다
자주 좀 남겨주세요ㅎ
읽고 나면 뭔가 남는게 있는 theo님의 글 :)
임화영씨 좋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