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바람을 쐬러 인천 앞바다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삼일을 쉬었더니
컨디션이 웬만큼 회복되었고 포천 누나가 빌라로 픽업하러 올 때까지
그 닥 내키지 않았는데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기분이 쓰윽 풀어
지더이다. 30분 쯤 추가된 운행 끝에 숙소를 잡으러 호텔에 들어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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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방이 없답니다. 객실이 30개 쯤 짐작 가는데 숙박은 안 한다 네요.
연병, 비싼 땅에 대실 손님만 받겠다는 거지요. 카운터 싸가지가 바가지라
한마디 하려다가 그냥 나왔어요. 놈이 덤비면 골치 아프잖아요. 슬쩍 밥
먹고 오려고 5분쯤 걸어갈 때쯤 차 빼라고 전화가 걸려왔고 그새 누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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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졌어요, 혼자 집에 가버려렸을까요?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을
한다고 길거리 파킹을 하느라고 뺑뺑이를 돌았나 봐요. 이 바닥에 개구리
주차 할 곳이 어디 있다고...쯔쯧. 답은 발렛 파킹이라며 콜을 했더니 바로
당신입니다. 25가지 정도의 스키다시가 나왔어요. 누나가 젓가락도 뜯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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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았고 만 걸신들린 사람처럼 폭풍 흡입을 했어요, 복어 껍질 겉절이가
새 콤 달 콤 봄 맛입니다. 낙지 탕탕 이를 남겨보긴 처음이고요. 메인 횟감이
나올 때에서야 겨우 젓가락을 뜯는 수진이 모친은 뭣 땜에 화가 난 걸까요?
아니, 지가 자기 딸내미 대학원 진학문제 상담 좀 해달라고 사람 불러놓고
지가 삐치면 어쩌라는 것인지 누구 아시나요? 사회성 부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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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맥 한잔이 딱 인데 눈치 없이 술을 마시겠다고 할 수 없어서 콜라에
회를 먹었다는 것 아닙니까? 매운탕은 아예 끓이지도 않았고 남은 음식을
포장해서 나왔습니다. 계획 수정 어그리도 없이 집에 가자고 합니다.
누구겠어요? 변덕장이 누나지요. 부글부글 끓어도 참을 수밖에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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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고 포구까지 산책하러 모처럼 행락 객 속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그나마 밀물이라 다행입니다. 코로나 이후 가장 핫한 공간으로 들어온
느낌입니다. 갈매기가 끼룩끼룩, 온도도 풍경도 잿빛이지만 나름대로
아베크족들의 표정들이 밝아보였어요. 25살 수진이도 즐거운 표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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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무얼 하나 보았더니 회를 사서 돗자리
테이크아웃을 하는 것 같습니다. 몇 년 사이 재 넘어 아파트부터 이곳
상권까지 많이 변했습니다. 두어 달 전에 예주랑 왔던 을왕리보다 이곳이
더 핫플레스 같습니다. 수진 이는 뭘 좋아할까요? 사진 찍는 것도 그 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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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 같지않아요. 저 때는 친척들하고 놀 시간이 없었는데 이
아가씨는 남 친도 없나 봐요. “수진아, 너 연애는 해봤니?(나)” “어, 20살
에 딱 한번(수)” 한 바퀴 돌고 돌아왔더니 그새 수진이 엄마가 기분이
풀렸나 봐요. 박물관에 들려 보일러 물을 빼고 돌아오는 내내 입이 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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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가 재잘재잘 쉬지 않고 말을 합니다. 기분이 풀린 모양입니다.
그동안 말하고싶어서 어떻게 참았누? 헤드라이트를 켜고 1시간 만에
‘인 포천을 했고 아쉬워서 '제 빵소‘를 들렸습니다. 처음 온 곳인데 요샌
베이커리 카페가 유행인가 봅니다. 3천 평 되는 공간에 사람들이 바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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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글 합니다. 이정도 사이즈면 미니멈 30억 정도는 들어갔을 것입니다.
아이를 집에 데려다 주고 오는 길에 누나에게 물었어요.
“누나는 딸내미한테도 삐쳐?(나)” “기분이 팍 상해버리는 걸 어떡해.
그래놓고 나중엔 혼자 후회해(누)” "예에공이 보고싶습니다.
“삼촌 조심히 들어가. 오늘 재밌었어. 클래식도 들어봐 사는데 도움 돼(수)”
2021.2.28.sun.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