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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랄랄라, 시는 시시하지 않으리 | |||||
이 가을에 절절하게 다가오는 사랑의 시와 사랑에 목맨 시인들
데이비드 보위부터 신동엽까지 쓸쓸함을 견디게 하는 노래여
▣ 신현림/ 시인
어떤 이에겐 대수롭지 않은 가을바람이 다른 이에겐 절절하게 와 닿는다.
어떤 이에게 대수롭지 않은 노래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절절히 와 닿은 노래였다. 지금 내 방식으로 해석한 노랫가사는 한 편의 시로 다가온다. 좀더 냉정하고 이성적인 사람은 이 노래가 시는 아니라 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 가슴을 울렁거리게끔 문학적인 향기가 조금이라도 배여 있으면 시로 생각한다. 그리고 시는 노래로 불려질 때 더욱 의미 있으므로. 몸 밖으로 거친 바람 소리가 흐르고, 마음을 휘감는 노래가 조금씩 사무쳐온다. 수증기처럼 젖어드는 슬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데이비드 보위의 와일드 이즈 더 윈드>. 나를 사랑해주세요./ 나로 하여금 당신과 함께/ 멀리 날아가게 해주세요./ 당신과 날아가고 싶은데/ 사랑은 바람과 같은 것이죠./ 그 바람은 거칩니다. / 좀더 나를 애무해주고/ 나의 갈망을 채워주세요./ 그 바람이 당신의 심장으로 날아들게 해주세요./ 바람이 거칩니다/ 당신이 나를 만집니다 만돌린 소리를 듣습니다/ 당신의 키스로 나의 삶은 시작됩니다. / 당신은 나에게 봄입니다. / 나에게 모든 것입니다. / 당신은 모르시나요./ 당신은 삶 그 자체라구요./ 내 인생의 전부입니다. / 나무에 나뭇잎이 매달린 것처럼./ 나에게 다가오세요. 나에게서 떠나지 마세요./ 우리는 바람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죠/ 바람이 거칠어요. 봄으로 오는 당신. 스스로에게 모든 것인 당신은 언제나 누구나 꿈꾸는 대상일지 모른다. 지금보다 더 나이를 먹어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돼도 사랑이란 접어둘 수 없는 그리움일 텐데, 사랑의 대상을 만나기도 힘들지만 오직 사랑만을 열망하기엔 삶이 여유롭지 못하다. 그래도 이런 간절함이 밴 노래를 듣고 천천히 노랫말을 헤아리게 되면 가슴이 벅차도록 격정이 몰려온다. 이것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자기 생긴 대로 사랑하면 된다 펑크 록의 개척자들이자 내가 시인이라 생각하는 이기 팝과 루리드. 데이비드 보위는 그들과 견줄 새로운 생명력을 갖기 위해 실험적인 음반들을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한 영국 가수였다. 그가 부른 위의 노래는 실험성보다 대중적인 친밀감이 큰 작품이다. 팝의 세계에서의 시적 감성과 문학 속의 시적 감성이 어떻게 다른지 그 미묘하고 절대적인 차이가 분명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세상의 시를 살펴보겠다. 특히 몹시 가을을 타는 사람들에게 그리운 시집과 시들은 뭐가 있을까. 그래도 내겐 랭보와 보들레르, 파블로 네루다, 김소월과 백석, 김수영과 신동엽 등의 시들을 꼽고 싶은데, 여기선 다 소개해드릴 수 없음이 아쉽다. 나는 당신에게 이 뿌리 젖은 바다의 가을을 선물받았소 포도와 같은 안개와 야생의 우아한 태양도 당신이 준 것이오 모든 고통이 잊혀지는 이 말없는 상자도 당신이 내게 준 선물이오 고통을 잊고 당신의 이마에는 즐거움의 꽃이 피어나지 이 모든 행복은 당신이 내게 준 것이오 이렇게 파블로 네루다의 시 ‘가을의 유서’를 읽다 보면 유서를 쓰듯이 절절하게 온 마음을 다해야 사랑임을 새삼 깨닫는다. 잉크가 아닌 피로 쓰인 시라는 네루다의 시를 읽다 보면 웬만한 시가 눈에 안 들어온다. 스케일 면에서나 상상력과 감성의 크기가 신적인 것과 연결된 것만 같다. 거대한 영혼의 울림이 느껴지는 그의 시. 숭엄한 삶과 사랑 앞에 인간의 기품이나 품위가 무엇인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요즘 내 생활의 콘셉트가 ‘기품 있게, 품위 있게’란 대목이어선지 모르나 아주 깊은 혼의 골짜기에서 길어올린 듯이 기품 있는 영혼의 시. 언제나 열렬히 압도해온다. 아아, 불을 퍼뜨리는 카아네이션의 화살이여, 나는 그대를 소름의 장미나 토파즈처럼은 사랑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무언가 어슴프레한 것을 사랑하는 것처럼 나도 남몰래, 그림자의 영혼의 갈림길에서 그대를 사랑한다 꽃을 피우지 않고 그 꽃의 빛을 몸 안에 숨기고 있는 나무와 같은 그대를 나는 사랑한다 그리고 그대의 사랑 덕분에 나의 몸 안에서는 땅 속에서 떠오른 짙은 향기가 아련히 숨쉰다 왜, 언제, 어디인지 모른 채 그대를 사랑한다, 아무런 의문도, 오만도 없이 주저 없이 그대를 사랑한다 이 시에서 “사람들이 무언가 어슴프레한 것을 사랑하는 것”이란 시귀는 사랑의 핵심으로 보인다. 다 알면 뻔하고 심드렁해진다. 연막탄이 터져 연기가 다 사라지기 전 아련한 상태까지 사랑의 신비가 아닐까. 솔직하게 사랑하되 다 보여주지 말 것. ’의문도, 오만도 없이 주저 없이‘ 사랑하되 매력을 잃지 말 것. 이렇게 사랑에 대해 아는 게 많은 것처럼 보이는 자가 실전에 약할 수 있다. 이도 저도 머리가 아프다 싶으면 자기 생긴대로 사랑하면 된다. “다른 방법으로 사랑할 줄 모르므로.” 서정시인 신동엽 네루다는 스무살 때, 슬픈 사랑의 시, 버림받은 남자의 노래인 스무편의 사랑의 시와 하나의 절망의 노래>를 썼다. 그로부터 30년 지난 뒤에 쓴 사랑의 소네트>. 위 시는 그 소네트 중의 한 편으로 네루다 초기의 육감적이고 열정적인 사랑과는 달리 짙은 향기가 아련히 숨쉬는 사랑을 찬미했다. 1904년 칠레에서 태어나 솟구쳐오르는 격정과 폭발적인 상상력으로 라틴아메리카 민중의 꿈과 현실을 그려 노벨문학상을 탔다. 가난하게 살았고 매우 서민적인 분위기에서 사춘기를 보냈으며 어른이 되어 도시의 비인간화를 뼛속 깊이 체험한 그의 감각과 감성의 뿌리가 민중에 내리뻗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사랑의 대상은 그의 연인이기도 하지만 조국이나, 민중, 대자연이기도 하다. 아주 오랫동안 내 방엔 네루다가 그의 세 번째 부인 마틸데 우르티아와 찍은 사진이 걸려 있었다. 우르티아와 네루다가 포옹을 한 채 서로 응시하는 표정엔 끈끈하고 신비스런 애정이 느껴져 아름다웠다. 우리나라의 신동엽 시인의 시집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엔 내가 사랑하는 시들이 있다. 다음 시 한 수가 이 가을에 친구처럼 동병상련이 될지 모른다. 들길에 떠가는 담배연기처럼/ 내 그리움은 흩어져 갔네//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만/ 머릴 놓고/ 나는 바라보기만/ 했었네/ 들길에 떠가는/ 담배연기처럼/ 내 그리움은 흩어져갔네// 위해주고 싶은 가족들은/ 많이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놓고 생각만 하다. 말았네// 아, 못다 한 / 이 안창에의 속상한/ 드레박질이여// 사랑해주고 싶은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만/ 하늘은 너무 빨리/ 나를 손짓했네// 언제이던가/ 이 들길 지나갈 길손이여// 그대의 소매 속/ 향기로운 바람 드나들거든/ 아파 못다 한/ 어느 사내의 숨결이라고/ 가벼운 눈인사나/ 보내다오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비하고 쓴 것처럼 마음 아프게 한다. 더 많이 사랑하지 못한 슬픔이 깃을 치고, 아무 욕심도 없이 세상을 떠나겠다는 마음이 비단결처럼 스치고 간다. 믿기 힘들 정도로 아주 가까이 느껴지는 시다. 누구나 공감할 만큼 비슷한 감정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껍데기는 가라’란 시에서 보여주는 정의롭고 민족적이고 의분에 넘치는 시인의 모습이 아니다. 서정에 가득 찬 소시민의 초상이 엿보여 시가 더 가깝다. 랭보의 열정, 베를렌의 우수 그러면 가을을 타는 사람들이 랭보의 시 ‘고아들을 위한 선물’을 보면 자신의 외로움이나 쓸쓸함이 반은 줄어들 것이다. 고아원에 버려지는 아이들이 늘어가는 세상이라 눈여겨보고 버려지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겠다. 살을 에이는 듯한 겨울의 북풍은 문간을 두드리며, 방 안에 음산한 바람을 가득히 불어넣는다. 한 차례 휘둘러보기만 하여도 무엇이 부족한지는 누구나 알 수 있다. 이곳에 있는 두 어린아이에게는 어머니가 없는 것이다. 사랑 가득한 미소로, 자랑스런 눈빛으로 어린아이들을 지켜보는 어머니가 없는 것이다. (중략) 어린이들 몸 위에 이불을 자상하게 덮어주는 일도 잊었단 말인가. “미안하다!”라고 한마디 말한 다음, 떠나기 전에, 새벽녘의 추위로 어린아이들이 감기 들지 않도록 문을 꼭꼭 닫아주어 찬바람을 막아주는 일도 하지 않았단 말인가. 어머니의 꿈, 그것보다 더 따뜻한 침구도 없을 것이다. 아름다운 새들, 나뭇가지들 사이에서 몸의 균형을 잡고 있듯이 손발이 얼어버린 어린아이들은, 아름다운 환영으로 가득 찬 감미로운 꿈을 장만한다. 1854년 벨기에 국경 근처 아르덴 지방 샤를빌에서 태어난 아르투르 랭보. 그는 어려서부터 매우 조숙했던 천재로서, 오늘날 남아 있는 작품들은 유년 시절의 습작까지 포함해서 모두 15살부터 20살 사이에 쓴 것들이다. 중학교 선생님의 영향을 받아 시를 쓰기 시작했다. 평범하고 비참했던 가정과 시골생활에 대한 반항심에서 전쟁의 와중에서도 문학과 혁명에 매혹됐다. 그리고 세번이나 가출했던 경험이 부조리한 세상과 모순투성이의 삶을 눈뜨게 했을 것이다. 랭보의 시를 처음 인정한 사람은 당대 시단의 주류에 속한 폴 베를렌였다. 그의 초청으로 온 파리에서 10년 연상인 그와 동성애로 발전해 베를렌은 신혼의 아내에게마저 등돌리고 랭보와 방랑생활을 하였다. 서로가 약물과 술로 찌들게 되면서 랭보가 결별 선언을 하자 분노한 베를렌이 총기를 들었다. 랭보는 가벼운 부상을 당하고 베를렌은 투옥돼 관계가 끝나게 된 에피소드는 이미 많이 알려졌다. 내 알 길 없어라/ 쓰라린 내 마음/ 불안하고 미친 듯한 날갯짓으로 바다 위를 나는 까닭을 위 시처럼 베를렌의 시들은 우수에 차고, 섬세한 마음의 떨림이 무척 매혹적이다. 그가 쓴 시들은 자서전적인 메아리였지만, 랭보의 시는 생생하고 역동적이고 어떤 신비로운 아름다움으로 그 자신을 넘어선다. 짓눌렸던 유년기와 편집증이나 정서불안, 동성애나 힌두교, 신비주의나 마술적인 요소들이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매혹한다. “동방의 빛이 온통 주위를 둘러싸는 나의 장엄한 거처에서 나는 나의 거대한 작품을 완성하고 나의 영광스런 은둔생활을 보냈다”는 그의 글도 참 마음을 끈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세계문화기행을 통해 본 랭보. 그가 왜 스무살 이후에 시를 쓰지 않았느냐고 랭보 연구자에게 묻자, 그 대답은 무척 기운 빠지게 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 프랑스 문단의 주류가 아니었기에 자포자기의 마음이었을 거란 대답이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그런 경계선은 변하지 않나 보다. 어쨌든 37살에 요절한 랭보는 세계 문학사에 놀라운 감수성과 경이로운 독창성으로 거대한 향기를 남겼다. 무심하게 가을 보내기 나는 떠났지. 다 헤진 양복을 걸치고 그 찢어진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시의 신이여! 나는 하늘 아래에 사는 당신의 충성스러운 신하. 오, 랄랄라. 내 얼마나 멋진 사랑을 꿈꾸었으리. 단벌 바지에 구멍이 났지 꼬마 몽상가라 길에서 운율을 훑었지. 내 주막은 대웅좌 운율에 있었어 하늘에선 내 별이 부드럽게 살랑거렸지. 길가에 앉아 나는 들었지. 아름다운 9월의 멋진 저녁소리를 이마엔 이슬방울 떨어졌어 힘나는 술같이. 환상적인 그림자 속에서 운을 맞추며 가슴 가까이 발을 대고 나도 리라 타듯 내 터진 구두의 구두끈을 잡아다녔지! 자정이 넘은 이 시간. 서늘한 바람이 불어 좋은 밤. 내가 좋아하는 ‘나의 방랑생활’이란 시를 조그많게 읊조려본다. 조금은 슬프게, 조금은 무심하게 이번 가을을 보내리라 생각하면서. 세월이란 때로 얼마나 잔혹하고 허망한가. 그나마 그 허망을 꿰뚫고 나가는 시들이 있어 이 쓸쓸한 가을이 견딜 만한 것이다. |
신현림
1961년 경기 의왕 출생. 아주대 국문과 졸업.
1990년 「현대시학」에 "초록말을 타고 문득" 외 9편을 발표하면서 등단
시인이자 사진가로, 상명대 디자인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풍요로운 우정, 따뜻한 애정을 꿈꾸며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다는 그녀는
상상력과 서정이 흐르는 만화, 영화 보기, 음악 감상을 즐긴다.
저서로는 시집으로「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세계사 1994)「세기말 블루스」(창작과 비평사 1996)「해질녘에 아픈 사람」과
에세이집으로「나의 아름다운 창」「희망의 누드」「신현림의 너무 매혹적인 현대미술」「시간창고로 가는 길」「싱글맘스토리」,
동시집「초코파이 자전거」등이 있다.
포토에세이집과 함께 첫사진전「아我! 인생찬란, 유구무언」을 열었다.
2007년 6월부터는 상상마당(http://www.sangsangmadang.com)에서 '향기로운 숨소리' 연재하며 상상마당 회원들에게 풍요로운 정서와 삶의 활력을 주고 있다.
책·음반가게 '이음'서 독자와의 만남 가져
이명옥 (mmsarah)
지난해 말 <싱글맘 스토리>를 출간한 신현림(45) 시인이 지난 11일 서울 책·음반가게 '이음'에서 '독자와의 만남'을 가졌다.
▲ 신현림 시인과 함께 하는 독자와의 대화
ⓒ 박성현
행사는 오후 6시 다음 까페의 '신현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신사사) 회원들, 네이버 공지를 보고 참석한 독자들 그리고 이음의 단골 독자와 서포터스로 이루어진 독자 50여 명과 함께 만들어졌다.
솔직해서 더 당당한 싱글맘 신현림
'싱글맘 스토리'로 많은 여성들의 호응을 얻은 시인 신현림은 1961년생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감성 나이 서른다섯으로 머물고 싶다는 말하는 신 시인은 시, 사진, 수필, 그림 등 다방면에 능숙한 전방위 작가다. 그녀는 치열하게 살아낸 20대를 자양분 삼아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 <세기말 블루스> 등의 시집과 <싱글맘 스토리> <우리에게도 따뜻한 날이 올까> 등 작품을 펴냈다. / 이명옥
사회는 조병준 시인이 맡았다. 조 시인은 작품의 진정한 주인은 작가가 아니라 독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오늘의 모임은 '저자와의 대화'가 아니고 '독자와의 대화'"라면서 "책은 작가가 쓰지만 그 책을 선별해 사고 읽고 생각하는 것은 오로지 독자의 몫이기에 진정한 주인은 독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작가가 독자를 만나 독자들이 작품을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시인은 "보조자인 사회자를 독재자로 만들지 말고 자발적으로 시인 신현림에 대해 궁금한 점은 무엇이든 질문해 달라"고 주문했다.
신현림씨는 최근 겪은 동창 두 명의 죽음, 두어 번의 접촉 사고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이 일을 계기로 죽음과 종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며 "이제 어느덧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한 나이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인생살이는 살얼음 위를 걷는 것이다'이라는 어느 지인의 말이 생각난다"고 부연했다.
신씨는 자신이 쓴 초기 시에 죽음에 대한 주제가 많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 당시 쓴 '죽음'은 삶에 대한 열망의 변형이라고. 그는 "시와 죽음은 삶의 방향 설정을 위한 진지한 모색일 수 있다"며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시를 쓰는 이유에 대해선 '영혼의 정화'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때 만큼은 삶 자체가 달라지고 자신이 착해진다는 것. 이어 "20대의 절망양(孃)과 좌절군(君)을 30대 초반에 시(詩)라는 희망으로 꽃피워 자존감을 회복하고 상처를 자가 치유하였다"는 문학적 표현으로 시를 시작한 당시를 묘사했다.
▲ 신현림 시인과 사회자 조병준 시인
ⓒ 박성현
네 번의 입시 경험, 한 번의 유급 그리고 이혼
신 시인에 대한 첫 번째 질문은 '신사사' 운영자인 홍진영씨가 맡았다. 홍씨는 '작업을 하다 안 될 때 어떤 행동을 취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신 시인은 글이 잘 안 써질 땐 자다 일어나기, 음악 듣기, 춤추기, 비디오보기,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화보기 등으로 영감을 끌어내려 한다고 대답했다.
▲ '신현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신사사) 운영자 홍진영씨가 질문을 하고 있다.
ⓒ 이명옥
이어 신 시인은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까지, 처절했던 삶을 이야기했다. 원하던 미대 탈락, 4수 끝에 들어간 대학에서 유급, 그리고 이혼 등. 그는 자신의 처지를 남들과 비교하면서 잘 나가는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그 때 이후 느낀 좌절로 오랜 불면증에 시달렸고, 자학과 절망의 20대를 보냈다고.
하지만 그는 "20대의 남다른 좌절. 절망, 열등감을 재료삼아 시를 써 등단을 했고, 그런 창작 활동이 바로 자가 치유와 자신감 회복의 시작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신 시인이 시를 쓰는 방식은 의무적으로 글쓰기. 영감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건을 만났을 때 그 사건을 시로 쓰고 한 달에 4~5편씩 무조건 습작을 한단다. 그는 서른에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일주일에 3일 정도 근무하면서 최소한의 생계만 해결하고 나머지 시간은 시에 미쳐서 살았다. 그때 그를 곁에서 본 친구까지 전문 글쟁이가 되었다니 그가 친구 진로를 결정하는데 일조를 한 셈이다.
▲ 싱글맘 신현림의 딸 서윤
ⓒ 박성현
경남 진해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최미진씨는 "대학 4학년인 10년 전 <세기말 블루스>를 처음 읽었는데, 지난 달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신현림 시인을 만나면서 인연이란 것을 생각해 보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 진해에서 올라온 사사사 회원 최미진씨
ⓒ 박성현
그는 "신 시인은 슬픔을 노래하면서도 다 읽고 나면 기쁨을 남겨주어 확실한 자기 치유가 되게 만든다"고 호평을 한 뒤, "만일 20대처럼 무모한 사랑이 오면 온몸을 바쳐 사랑할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신 작가는 "사랑에 나이는 상관이 없다고 하더라"면서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이 밀려든다면 사랑하겠다. 기회가 왔을 때는 사랑을 해야 한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또한 무성영화 변사며 연극배우인 정찬교씨는 전문 낭송가를 능가하는 솜씨로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라는 시를 낭송했다.
▲ 시낭송 중인 연극배우 정찬교
ⓒ 박성현
뒤이어 양순정씨가 홍성남씨의 기타 반주에 맞추어 플라맹꼬춤을 추고 스페인어 노래를 불러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 플라맹꼬 노래를 부르는 양순정씨
ⓒ 이명옥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신현림 시인은 "'사과나무'라는 영상물이 곧 나오며 전시, 동시집, 바다, 산 등 자연과 글이 어우러진 일련의 작품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창작이란 그릇, 기법이나 방법이나 소재 형식은 늘 새로워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있다"며 "그래도 열심히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마무리 말을 했다.
이음 대표 한상준씨와 일문일답
- 서점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이제 4개월 되었다. 이곳은 책만이 아니라 음악과 책이 있는 문화적 공간이다. 대학로에 책과 음악이 돌아오게 만들고 싶어서 서점을 열었다"
- 이런 멋진 행사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이번이 2번째다. 대형 서점과 다른 차별화되는 만남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 첫 번째 모임의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 이런 행사를 지속적으로 열 계획인가?
"한 달에 한 번 하는 식의 정형화된 프로그램은 아니다. 이슈가 될 만한 사안이 생기거나 독자 분들이 직접 만나보고 싶어 하는 작가가 있으면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다. 다만 행사 방법에 대해선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 이명옥
2006-02-13 14:10
ⓒ 2007
신현림의 싱글맘 스토리 |
신현림 지음/ 1만원 / 휴먼앤북스 ![]() 이런 현실에서 작가 신현림은 스스로 싱글맘이기를 선언한다. 그녀의 애환은 모든 싱글맘의 애환이며, 그녀의 바람은 모든 싱글맘의 바람이다. 그녀는 모든 싱글맘들이 삶 앞에서 자유롭고 당당해지기를 소원하며, 자신의 글이 그들의 고달픔 삶에 한 줄기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 이 글은 시인 신현림의 치열한 삶에서 탄생한 글로, 암울한 절망의 나날을 보석 같은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려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담금질한 결과물이다. 그 결과 그녀의 쓰디쓴 절망은 생의 창조적 에너지가 되어, 인생에 대한 통찰과 인간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긴 한 권의 책으로 탄생되었다. 이 글에서 그녀는 수많은 자기 이야기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바탕에 힘차게 흐르고 있는 것은 삶에 대한 긍정, 그리고 진한 휴머니즘이다. 예전에 수많은 독자를 사로잡았던 불꽃과도 같은 도발적 시어는, 유머와 부드러움을 간직하고 생을 관조하는 여유로운 문장들로 더욱 풍요로워졌다. 책의 내용은 크게 묶어 다음 4가지로 대별된다. 첫째, 아이를 키우면서 겪은 좌절과 희망의 이야기. 둘째, 불확실한 삶을 헤치고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기 위해 투쟁하는 이야기. 셋째, 결혼과 이혼, 가족 제도가 남성중심사회에서 던지는 일언, 넷째, 싱글맘뿐 아니라 모든 싱글들의 숙명인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 물론 이 4가지 주제 이외에도 우정이라든가 부모님에 대한 추억 등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고, 하나의 글 안에 여러 주제가 담겨 있는 경우도 많지만, 크게 이 4가지 주제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그녀만의 아포리즘. 고통과 시련을 통해 얻은 깊은 성찰과 사색의 시적 아포리즘이 이 책의 품격을 더욱 높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