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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얼음물 한잔* -2
저거, 바람둥이 아니야...?!
“오빠, 분명 오빠가 윤구름에게 이런 행동을 했다면, 오빠가
생각치도 못한 대답을 해 줄 거라고요!”
“그래. 생각치도 못한 엄청난 대답을 해 주겠지. 그러니까 넌 이만 가라니까?”
정말 냉혈인간이군.
아무리 그래도 내 친구를…
아냐, 아냐 쟨 내 친구가 아니야.
쟨 나한테 쓰레기라고 했어.
그래, 쓰레기라고 말한 대가를 치르는거라고 생각하는거야!
으흡-!
“열 셀동안 안가면 맞는다.”
“오빠!”
“하나... 둘... 셋..”
“오빠, 왜그러세요!”
“여섯...일곱..”
“그러지 마시라니까요!”
“아홉.... 열.”
은혜가 옛날에 그런적이 있었다.
'난 시원오빠 이상형 알아. 시원오빠 이상형은 자신이 넘치는 여자야!'
아!
“오빠, 전 알아요. 오빠는 절 절대 때리지 않아요. 왜냐면 저는 오빠의 사랑스…”
'팍!-'
“맘대로 짓거리지 마, 조은혜-”
“...오빠.”
“너때문에 윤구름 오늘만 포기했어. 다음에 너 걸리면 조각조각 분해시켜버릴거야,
조은혜. 오늘 운 좋았어, 너.”
아하. 시원오빠랑 한번 사겨볼까?
사귀면 오빤 나의 보디가드! 으흠, 좋았어!
난 시원오빠를 붙잡고 말했다.
“오빠!”
“맞고싶냐? 조은혜?”
응?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
난 오빠한테 다시 말했다.
“내 목소리도 안듣다니 아쉽네요.”
“?”
오빤 뒤를 돌아보았다.
“어, 구름이?”
“내 목소리도 못 듣고. 그러면서 날 좋아한다니요!”
“왜?”
냉혈이군.
“오빠, 나랑 사귈래요?”
오빤 쉽게 일이 풀린다는 듯 말했다.
“장난으로 사귀려면 그만 둬.”
그러면서 다시 뒤를 보며 걸었다.
으.....! 열불나!
“그래요! 장난으로 해봤어요!”
“그.런.데 난 너 포기 안할거야.”
“네?”
“니가 진심으로 사귀자고 할때까지, 내가 진심으로 사귀자고 할때까지
난 마음 가다듬을거야.”
“흥! 천하무적 오빠가 그런 소리 하니까 어이가 없네요.”
“할 말 없지? 나 간다.”
“오, 오빠가 그랬잖아요! 오늘 시간 있냐고!”
“그래서?”
갑자기 나까지 싫어진것같은느낌.....아,
뭔가 잘못된건가?
“시, 시간 있어요! 나 시간 얼마나 많은데요! 하늘만큼 땅만큼 있다구!”
“난 시간 없다.”
아휴, 짜증나네!
“오빠가 먼저 말걸었잖아!”
“윤구름, 내가 너 좋아하니까 내가 물로 보여?”
그래 될대로 되라!
“그래, 물로 보여! 아니, 수증기로 보여!”
“내가 왜 수증기야?”
“내가 끓는 물이고 오빤 수증기야!
날 좋아하다가 퇴짜맞고는 훨훨 날아가버린다는거지.”
“내가 그렇게 소심하게 보이냐, 윤구름? 너도 쟤처럼 맞아볼래?”
“때려 봐! 누가 무서운줄 알아?
오빠를 봐서 내가 사귀어 줄라고 했더니, 말만 꼬박꼬박 받아치고!”
“지금 장난하냐?”
“내 친구 저렇게 퍽퍽 때려놓고, 무사할줄 알아!”
난 오빠한테 전속력으로 다가가서 볼에 주먹을 날렸다.
'퍼-억!'
오빠는 그대로 바닥에 나자빠졌다.
“무, 무슨 짓이야! 윤구름!”
“그래, 해보려면 해보라구. 누가 그렇게 내버려 둘줄 알아?
나도 여자야! 여자가 장난감처럼 보여?”
오빤 바지를 털며 일어나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악한 웃음.
“그래. 여잔 장난감이야.”
“오빠 사귄 사람이 몇명인줄 알고있지?”
“족히 서른명은 넘겠지.”
“오빠는 얼굴만 보고 판단하는 나쁜 남자야!”
“내가 나쁜남자인줄 지금 안거야? 너도 멍청이네.”
“오빤 정말 애같아. 장난꾸러기 남자 아이.
어린 애들은 장난감을 아주 좋아하지. 오빠처럼. 그리고 겉모습이 예쁘고, 멋진
장난감을 좋아해. 오빠처럼. 그리고 그 장난감이 더러워지고, 질리면
쉽게 내다 버려. 오빠처럼.”
“아깐 수증기라더니, 이젠 남자 애라고 달려드네.”
“오빤 사악해-”
“너, 그만 떠들지? 한대 맞고싶지 않으면?”
“날 좋아한다면서 그따위로 행동하면 재밌어? 재밌냐고!
확 가다가 교통사고나 나 버려라!”
난 긴 머릿카락을 흩날리며 무조건 뛰었다.
☞ 집
“다녀왔습니다.”
“빨리 왔네? 연극부는?”
아, 맞다. 연극.
그 일을 새까맣게 잊고 있었네.
은혜는, 은혜는 어떻게 됬을까?
“아- 이제 연극부 안할것같아. 폐쇄되기 직전이야.”
“그 유명한 엘리트가 모였다는 연극부를!”
“엘리트도 아니야. 순 멍청이들만 모였어. 아무 도움도 안되.
다들 장난꾸러기 어린애에 불과해.”
“어서 씻고 밥 먹어라.”
“배 안고파. 그냥 씻고 잘거야- 밥 차리지마.”
“그럼 그러든지.”
엄마는 TV 쪽으로 가서 이리저리 채널을 돌렸다.
난 화장실로 들어가서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담고 물속으로 퐁당 뛰어들어갔다.
따르릉....따르르릉.....따르릉-
“엄마! 전화 온것 같은데!”
목욕하다말고 크게 소리질렀다.
엄마는 그제야 알았는지, 수화기를 번쩍 들었다.
엄마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응, 누구라고?”
“아. 알았다. 근데 지금 목욕하고 있는데, 잠깐만.”
“구름아!”
“왜?”
“전화왔다. 은혜래.”
“핸드폰으로 하라그래. 핸드폰 갖다줘.”
“그래-”
엄마가 다시 수화기를 잡았다.
“여보세요? 응, 은혜야. 구름이가 휴대폰으로 전화하랜다.”
“그래. 끊어라.”
'딸칵.'
엄마가 핸드폰을 건네주자, 준지 3초만에 진동이 울러퍼졌다.
손이 깜짝 놀라서 핸드폰이 물에 빠져버렸다.
꼬로록.. 꼬로록-
난 다시 핸드폰을 집었다.
작동 중.
다행히도 방수폰이라 다행이다.
친구들이 모양이 이상하다고 놀리지만.
이럴땐 최고라니까!
“여보세요?”
- 윤구름, 나 조은혜야.
“쓰레기한테 무슨 일이래?”
- 내가 언제 쓰레기랬니! 하.하.하
“야, 조은혜. 쉽게 웃으면서 넘어갈 생각 하지 마. 넌 내 친구 아니야.
전화 왜 했어? 용건만 간단히 말해. 나 목욕중이니까.”
- 우리 집에 친척이 가득 와버렸어.
“어쩌라고?”
- 그래서말인데 나,너희집에서 3일만 자면 안될까?
“대답은 알고있지? NO. 끝! 끊는다.”
- 왜, 왜! 나 친척 많은거 싫어한단말이야.
“나는 니 친구가 아니니까.”
- 아니야!
“아니긴! 그래. 그렇다 치면 우리 가족도 집에 있으니까 안 되.”
그때였다.
엄마가 크게 소리질러 말했다.
핸드폰에도 들릴만큼.
“구름아!”
“왜요?”
난 서둘러 핸드폰에 대고 말했다.
“야, 조은혜- 조금 있다가 전화해줄게. 끊어 할일생겼어”
- 꼭 해줘!
'딸칵.'
“왜, 엄마?”
“일단 목욕 끝내고 와. 좀 있다 말해줄게.”
“응.”
난 서두르게 다시한번 대충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엄마한테 다가갔다.
“왜?”
“우리 가족 내일 떠날테니까 준비해.”
“응? 무슨소리? 어디 여행 가게? 어디로?”
“여행은 무슨! 아빠 일 때문에 일본으로 가는거야.”
“그럼 언제 집에 와?”
“안 와!”
“뭐? 그럼 이민 가는거야?”
“알면서 물어보긴! 빨랑 준비나 해, 기지배야.”
“싫어, 나 안갈거야!”
“안 가면 아빠한테 맞는다. 맞고 갈래, 그냥 갈래?”
그때 늦게 학원에서 끝난 비화언니가 집으로 들어오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에휴- 큰일났어. 내일 또 시험이래. 오늘도 밤늦도록 공부해야겠네.”
“언니, 일본 간대, 우리.”
엄마가 말했다.
“비화는 일본 안갈거야. 한국에서 공부 해야되니까. 수능도 별로 안남았구.”
“싫어! 나도 안갈래, 그럼! 내가 왜 가! 그럼 나도 학원 보내 줘. 그리고 일본 안가!”
“학원은 무슨! 맨날 학원 보내놓으면 일주일도 안되서 끊어버리면서 뭘!”
“그럼 그냥 안갈거야.”
비화언니가 말했다.
“야, 윤구름. 너 안가면 언니 무지 피곤할거야.”
“그럼 언니도 같이 가든지!”
“언니는 남아서 공부해야되잖아. 수능 끝나고 갈테니까, 먼저 가.”
“난 싫다니까! 안 가! 싫어! 안갈거라구!”
엄마가 비화언니에게 속삭였다.
“엄마가 통장 두개 줄게. 넌 일본 오지말고 이 돈들으로 한국에서 살아.”
“왜, 난! 난 왜 안줘?”
“우리 사정이 나쁜 걸 알면서도 왜 그래!”
“비행기값이 더 들겠다!”
이때 아빠가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크게 소리질렀다.
“윤구름 너 왜그래! 가야된다면 가는거야!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도 있어서
못가고 마음 졸이는거야?! 응?”
“응! 마음에드는 사람 있어! 그러니까 안갈거야!!!!!”
난 그렇게 말하고는 방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그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흐엉엉엉어- 흐어어-”
죽도록 흐느꼈다.
그리고 스르르 잠들었다-
● 다음 날
아침이 다 되었는데도 일어나지 않았다.
거실은 조용했다.
나도 곧 준비를 해야겠지.
이때 울려오는 전화 한통.
발신번호:01012345678
은혜였다.
“왜?”
- 윤구름! 전화 해준다면서 왜 안해주는거야?
“미안.”
- 지금 벌써 12시 30분이라구.
“뭐? 진짜야?”
- 그래!
“야, 잠깐. 좀있다 전화줄게”
- 또 그러네! 꼭 해줘야되 이번엔!!
“알았어!”
'띡.'
종료 버튼을 누르고 거실로 냅다 뛰었다.
아무도 없었다.
거실 테이블에 있는 건 통장 두개, 쪽지 두 장이었다.
난 쪽지 한장을 집어서 소리내어 읽기 시작했다.
“구름이에게.
구름아- 엄마,아빠다. 니가 그리도 가기 싫다고 하니
엄마랑 아빠만 일본에 가겠다.
대신 오고싶거나 놀러오고 싶다면 얼마든지 와도 좋다.
비화에겐 모든 걸 다 말해 놓았다.
그 통장 보면 니가 평생 살 돈을 마련해 둔거야.
'평생' 이니까 그 돈으로는 아주 모자랄 것이다.
그러니까 알아서 아르바이트 해서 벌어 쓰렴.
밥은 꼬박꼬박 먹고, 알았지? 그리고 다른 통장 하나는 교육비 통장이다.
거기에도 돈이 들었어. 돈이 많이 든 통장은 교육비, 적게 든 통장은 생활이야.
알아서 절약해 써. 알았지? 잘 있어라.
전화 해줄게. -엄마,아빠-”
눈에 습기가 찼는지 뿌옇게 흐려졌다.
아- 왠지 불쌍해보이는 엄마와 아빠.
나를 두고 가니까 좀 기분이 우울하겠지?
그리고 다른 한장의 쪽지를 집어 소리내어 읽기 시작했다.
“구름아! 언니 학원 갈거야-!!
엄마아빠가 쓰신 쪽지 읽었지? 알아서 해라.
교육비 통장은 뭐냐고? 엄마 아빠가 너 학원 다니래.
바이올린학원/피아노학원/영어학원. 세개 다니랜다!
시간은 언니가 핸드폰으로 전화해서 알려줄게. 오늘 언니 좀 늦어.
집에 친구 데려와서 같이 자도 되. 일주일이든 한달이든-
대신 돈은 없다고해라.”
훗-
난 통장 한개를 펼쳤다.
허, 헉!
1, 10억!
무지 많은 숫자의 돈이다!
이 돈들이 여기에 들었다고?
또다른 통장을 펼쳤다.
15억!!!!!!! 미쳤다. 우리 가족 사정 안좋다면서
이렇게 돈을 주다니.
아, 맞아.
평생 살 돈이라면 이거로도 부족하겠군.
그럼 열심히 알바라도 뛰어야지!
집에 친구 데려와서 자도 된다고했지?
은혜 불러야겠다.
난핸드폰을 집어들고 은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 드디어 걸었구나! 너희집에서 자도 되?
“응. 아빠, 엄마 일본 갔어.”
- 진짜?
“대신 학원 다니래. 바이올린이랑 피아노. 영어.”
- 안됬네- 불쌍한 기집애. 괜찮아. 나도 다니고 있잖아.
“아마 너랑 같은 학원 다니게 할건가봐.”
- 야, 내가 지금 너네집에 갈게!
“빨리 와.”
'띡.'
전화를 끊은지 단 2분 만에, 초인종 소리가 크게 울러퍼졌다.
'띵동, 띵동-!'
난 버뜩 문을 열어주었고, 은혜가 반갑게 들어왔다.
“어제는 정말 미안했다, 윤구름. 나도 모르게 화가나서.”
“괜찮다.”
난 냉장고로 가서 냉장고 문을 열면서 말했다.
“뭐 마실래?”
“뭐 있는데?”
“자연주스. 당근주스. 딸기주스. 토마토주스.”
“많긴 많은데 종류가 그게 그거네-?”
은혜가 냉장고쪽으로 왔다.
그러자 입이 떡 하니 벌려져가지곤,
“야! 냉장고에 주스가 왜그리 많아? 한 종류당 다섯병은 되는것 같네!”
“많이 사 둬야지.”
“난 토마토주스 줘.”
난 길다란 컵에 토마토주스와 자연주스를 따르고,
쇼파로 가서 은혜와 마주앉았다.
은혜는 토마토주스 컵을 들고 마시며 말했다.
“기쁜소식 있는데, 알려줄까?”
“뭔데?”
입에 자연주스를 한가득 머금었다.
다이어트 중이라서 이런주스밖에 마시지 못한다.
“유시원 오빠! 어제 밤에 교통사고 났대. 푸핫핫-!!!!”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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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얼음물 한잔* - 02 끝